대자대비의 상징 관세음보살

얼마 전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자비 25억 원을 들여 구입한 고려불화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화제가 된 적 있다. 비단 위에 수월관음을 그린 불화였는데, 전 세계 남아 있는 고려불화 160여 점 가운데 46점 가량 남아 있는 수월관음도는 그 중 백미로 꼽힌다. 국내에는 단 5점만 전하는 귀한 그림이다. 

관음신앙은 인도 중국 한국 일본 등 불교가 전래된 모든 곳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았다. 이는 관세음보살의 대자대비한 위신력 때문일 것이다. <법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에 따르면 고난에 처한 중생이 관세음보살 이름을 듣고 일심으로 부르면, 관음보살이 그 음성을 듣고 모두 해탈케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보문품’을 보면 관음보살은 상황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 중생을 구제하는데 33가지 모습으로 나타나는 응신설(應身說)은 여기서 비롯됐다. 특히 해안가 주변에 관음도량이 많이 창건됐는데 강화 보문사, 양양 낙산사, 여수 향일암, 남해 보리암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바다에 빠졌을 때도 관음보살을 염하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믿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수월관음도는 기괴한 암석 위에 앉은 관음보살을 친견하러 온 선재동자를 그린 불화로, <화엄경> ‘입법계품’을 근거로 한다. 경전에 보면 관음보살은 남쪽 보달락가산 또는 보타낙가산에 상주하는데, 그곳은 바다 위에 산이 있고 보배로 이뤄져 매우 깨끗하며, 관음보살은 금강석 위에 앉아 있다.

수월관음도를 보면 바다 위, 바위 위에 관음보살이 오른쪽 다리를 왼쪽 무릎에 올린 자세로 앉아 있다. 관음보살이 손에 직접 버드나무가지를 들고 있거나 염주를 들기도 한다. 관음보살 뒤편으로는 대나무 몇 그루가 서 있고, 화면 왼쪽에는 버드나무가지가 꽂힌 정병이 세워져 있다. 또 화면 아래쪽에는 선재동자가 합장하고 머리를 숙이고 있어 마치 법을 청하는 모습이다. 

이런 수월관음 도상은 중국 당대의 화가 주방(周昉)이 창안했다고 전해진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유사> 내용도 차용하고 있어, 한국적인 모습으로 재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삼국유사> ‘낙산의 두 성인’조에 보면 의상법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낙산으로 갔는데, 7일재계 끝에 천룡팔부의 안내를 받아 굴 속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공중에 예를 올리니 수정염주 한 꾸러미를 내어줘 이를 받아와 다시 7일 재계 끝에 관음을 친견했다고 한다. 이 때 관음보살이 “산 꼭대기에 한 쌍의 대가 솟아날 것이니 그곳에 불전을 지으라”고 했다. 바로 낙산사 창건에 관한 이야기다. 수정염주와 대나무 등은 수월관음도에 등장하는데 이를 토대로 <삼국유사> 내용이 수월관음 도상에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불교신문3255/2016년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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