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교육원 종립학교 강연회

강연회를 마친 후 원영스님과 기념촬영을 하는 동대부고 학생들.

종립학교 고등학생들이 젊은 비구니 스님에게서 인생의 교훈을 얻었다.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스님)은 종립학교 강연회를 지난 11월28일 동국대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이하 동대부고) 법당 정각원에서 개최했다. 출가진흥 종책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강연회에는 조계종 교육아사리 원영스님이 법사로 나서 불교에 관한 학생들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진로 걱정이 많은 10대들의 불안한 마음을 솔직한 대답으로 위로해주기도 했다.

11월28일 월요일 아침. 정각원은 60여 명의 불자 남학생들로 빼곡히 들어찼다. 매일 아침 학교 예불과 매주 금요일 정기법회에 참석할 만큼 신심이 뜨거운 청소년들이다. 불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자연스레 출가수행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다. 강연회는 불교에 관한 질의응답으로 시작됐다. “스님, 화두가 뭐예요?” “스님들은 왜 삭발을 하나요?” “승복 입기 불편하지 않으세요?” 원영스님은 시종일관 웃는 얼굴과 정겨운 농담으로 학생들과의 거리를 좁히려 애썼다.

물론 가벼움 속에서도 무거움이 빛났다. “‘개에게는 불성(佛性)이 없다’는 조주스님의 유명한 화두를 들어보셨나요? 부처님은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고 했는데 어째서 유독 개에게만 불성이 없다고 했을까? 이렇듯 화두란 깨달음으로 가기 위한 의심덩어리예요. 사실 때에 따라 조주스님은 개에게 불성이 없다고도 있다고도 했어요. 예컨대 여러분이 등교를 하는데 엄마와 다투고 집을 나왔다고 칩시다. 그러다 학교 가는 길에 같은 반 친구를 만나 희희낙락 수다를 떨다 보니 엄마와 싸워 분하던 마음이 싹 가셨어요. 그렇다면 화난 마음이 여러분의 진짜 마음일까요? 즐거운 마음이 진짜 마음일까요?”

시간이 지나면서 분위기는 자못 진지해졌다. 참석자들은 1․2학년 학생들. 무엇보다 인생의 첫 번째이자 최대 관문인 대학입시를 눈앞에 둔 상태다. “커다란 꿈을 이루고는 싶은데 그 꿈을 위해 작지만 소중한 꿈들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다”며 누군가 상담을 요청했다. 스님의 가장 큰 매력은 진솔함이었다. “수행을 열심히 해서 큰스님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누구의 아내나 엄마가 아닌, 혼자 사는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어서 출가했다”고 고백한 터다.

“인생, 별 거 없어요. 여러분이 지닌 미래나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은 결국 ‘나는 특별해야 한다’는 집착에서 오는 번뇌입니다. 공부를 잘한다고 해봐야 단지 남들보다 기억력이 조금 더 나은 것뿐이에요. 모두가 자기만의 장점과 재능을 갖고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신뢰해보세요. 지금 당장 행복해집니다.”

이해를 했을지 못했을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학생들은 교육원이 준비한 빵을 맛있게 먹으면서, 원영스님과 함께 신나는 기념촬영을 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불성을 드러냈다. 여하튼 다시 못 올 학창시절, 소중한 추억 하나는 가슴에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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