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의 근본에서 세상을 바꿔라

태허스님 지음 조환기 옮김/ 불광출판사

불학에는 2대 원칙이 있다

하나는 진리와 합치하는가

둘째는 시기와 맞느냐

진리와 합치하지 않으면 

체(體)를 잃은 것이요

시기와 맞지 않으면 

용(用)을 잃은 것이다

시기에 부합되면서도 

불타가 말씀하신 내용과 

반드시 맞아야 한다

100년 전, 흔들리지 않을 듯했던 대륙 중국이 제국주의 침탈에 무릎을 꿇었다. 강요된 개방과 개혁 정책의 영향으로 불교마저 근본부터 흔들리는 혼란에 빠졌다. 그 시절, ‘인간불교’를 주창하며 불교혁신과 불교를 통한 사회개혁운동을 펼친 스님이 있었다. 바로 태허스님이다. 불광출판사에서 근대 중국의 4대 고승 가르침을 시리즈물로 펴냈다. <불법의 근본에서 세상을 바꿔라>는 그 4번째 간행물로, 태허스님의 사상과 가르침을 담은 책이다. 중국 4대 근대고승은 율학의 대가인 홍일스님, 불교대중화를 이끈 인광스님, 중국 선을 되살린 허운스님과 태허스님을 꼽는다.

16세에 출가한 태허스님은 당시 불교개혁에 앞장서고 있던 기선스님을 은사로 참선과 경전을 공부했다. 그는 당시 불교의 개혁적 사상가였던 강유위, 양계초, 장태염, 엄복, 당사동 등의 저술을 통해 불교의 근본이 “세상을 변혁하고 사람들을 고통에서 구하는 것”이라는 사상을 정립할 수 있었다.

인간불교를 주창하며 근현대 중국의 불교개혁운동을 이끈 태허스님(1889~1947)은 서구 제국주의에 맞서 동양의 문화와 역사를 불교를 근간으로 지켜내고자 했다.

1913년, 기선스님이 입적하자 ‘불교 교리 혁명, 제도 혁명, 재산 혁명’을 발표하며 새로운 불교운동의 기치를 건 태허스님은 “새로운 승려를 길러내야 새로운 불교가 건설된다”며 무창불학원을 시작으로 교리원, 삼장원을 잇따라 열고 교육시스템을 정비했다. 또 일본의 침략전쟁과 국공내전으로 인해 피폐해진 사람들을 위해 사찰 안에 고아원을 설립하고, 중의자제원이라는 불교병원을 설립하는 등 현 중국 대만 사회복지사업의 근간을 마련했다. 중일전쟁 때는 항일구국운동에도 참여했다.

“현대 서양의 국가들은 제국주의가 극단으로 치달려 민족의 혁명으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자본주의가 극단으로 치달려 공산혁명의 반항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런 까닭에 서양문명은 함몰해 전체가 붕괴되는 말로로 들어간다. 우리들은 지혜와 자비를 겸비하고 복과 지혜를 함께 융성하고, 자타가 다 같이 이익을 얻고, 마음과 물질이 서로 융합하는 불교의 가르침으로 아시아 각 민족문화의 전체 실마리로 삼아, 아시아의 민족문화를 부흥해야 한다. 과반수 일본 민족의 불교도들이 타국 영토 점령을 원하지 않으나, 일본의 군국주의는 스스로 그 탐욕과 분노를 억제할 수 없고, 인과의 도리에 미혹해 흉폭한 행동을 하고 망령되어 전쟁을 일으켜 10악업과 5역죄를 짓고 있다. 돌, 돌. 우리 대만, 조선, 일본의 4천만 불교동포는 속히 봉기하라.” 

일본이 만주에 괴뢰국을 설립하며 중국을 침략하자 태허스님이 조선과 일본 불자들을 향해 쓴 글이다. 이 글에서 불교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태허스님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태허스님의 업적은 ‘인간을 위한 불교’라는 생각이 근본이 됐다. 스님은 생전에 300여 편이 넘는 저술활동과 강연을 통해 불교가 무엇을 지향하는가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이 책에서는 스님의 강연과 저술 가운데 핵심이 되는 내용을 선별해 소개하고 있다.

우선 불교란 무엇인가를 통해 생명과학, 철학 등 당시에 물밀듯 밀려오던 서양사상의 한계와 불교의 우수성을 역설한 점이 눈에 띈다. 종교라는 개념을 불교적으로 풀이하는 데서 시작해 서양의 생명과학이 왜 생명의 근원을 설명하지 못하는가, 종교가 왜 필요하고 하나로 합쳐지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종교의 미래는 등의 주제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한다.

또 불자들이 왜 수행을 해야 하는지, 수행은 어떤 이익이 있는가에 대한 설명과 참선 염불 등 전통적 수행법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가 주창한 ‘불교’란 무엇인지 설명한다.

“불학에는 2대 원칙이 있다. 하나는 진리와 합치하는가이며, 둘째는 시기와 맞느냐다. 진리와 합치하지 않으면 체(體)를 잃은 것이요, 시기와 맞지 않으면 용(用)을 잃은 것이다. 진리란 부처가 깨달은 궁극의 깨달음, 즉 우주만유의 참모습을 말하며, 시기는 개별자의 마음과 관습, 문화, 사상을 말한다. 시기에 부합되면서도 불타가 말씀하신 내용과 반드시 맞아야 한다.”

정토는 죽음의 너머에 있지 않고, 지금 이 시대에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한 태허스님은 중국불교가 여러 고비를 넘기면서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그리고 그 주장은 지금도 중국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유효한 가르침이다.

[불교신문3251호/2016년11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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