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불화 명작강의

강소연 지음/ 불광출판사

존재 한계 뛰어넘은 예술품은

무한한 감동과 가르침 전해줘…

화가의 뛰어난 기술·종교 수준

당대 사람들이 꿈꿨던 염원과 

불교의 진리 오롯이 담겨 있어

“명작이란 무엇일까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영감과 감동을 주는 작품을 우리는 명작이라고 합니다. 또 우리의 존재적 한계를 뛰어넘는 그 무엇을 예술이라고 하죠. 밀로의 비너스,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등을 명작이라 하는데, 정작 우리는 우리나라의 명작을 잘 모릅니다. 불화가 바로 그 세계입니다.”

원로미술사학자 강우방 교수의 딸이면서, 현재 중앙승가대 문화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강소연 교수가 <사찰불화 명작강의>를 펴냈다. 강 교수는 지난 10월31일 템플스테이통합정보센터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명작’에 대한 설명으로 말문을 열었다.

강 교수는 불화에 대해 크게 고려시대, 조선시대, 그리고 현재의 불화로 구분한다. 고려 불화의 경우 “매우 좋은 재료를 써서, 아주 정교하게 그린 디테일의 절정체”라면 조선시대는 “치열한 구도행의 결과이면서, 대승보살의 정신이 잘 담겨 있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반면 “요즘 불화는 화승이 아니라 전문가에 의해 그려지다 보니, 회화적 기법은 뛰어나지만 예술의 한계를 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한다. “경전에 대한 연구와 수행력 부족”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강소연 교수는 국내 최고의 불화작품으로 용문사 화장찰해도를 꼽는다. <화엄경>의 내용을 불화로 표현한 조선후기 불화다.

강 교수는 불화를 통해 “불교의 가르침이 어떠한가”를 이 책을 통해 전달한다. 강소연 교수가 이 책에서 꼽은 ‘백미 중의 백미’ 불화는 총 10개. 강진 무위사 ‘아미타삼존도’와 해인사 ‘영산회상도’, 동화사 ‘극락구품도’, 용문사 ‘화장찰해도’, 쌍계사 ‘노사나불도’, 법주사 ‘팔상도’, 운흥사 ‘관세음보살도’, 갑사 ‘삼신불도’, 직지사 ‘삼불회도’, 안양암 ‘지장시왕도’ 다.

“중생은 자신이 지은 업에 따라 죽은 뒤에 여섯 갈래의 세계 중 한 곳에서 다시 태어나 생사를 유전하게 됩니다. 이를 육도윤회라고 합니다. (안양암 지장시왕도는) 아름다운 극락조가 날고 부드러운 미풍이 부는 평화로운 광경입니다. 육도윤회의 세계를 보면, 동물로 태어나는 축생도, 사람으로 태어나는 인간도, 천인으로 태어나는 천상도를 네 갈래로 함축적으로 묘사했습니다. 지옥에 떨어진 중생들은 지장보살의 원력에 의해 어떻게든 보다 나은 세계로 구제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구성입니다.”

펄펄 끓는 가마솥 앞에서 곧 던져질 차례를 기다리는 중생들을 위해 화탕지옥 초강대왕 앞에서 공손하게 인사를 올리는 지장보살의 모습에서 그 자비심을 느껴보라고 강 교수는 말한다.

이 책의 내용은 강 교수가 지난 3년간 전국의 사찰을 찾아 직접 촬영한 탱화 사진 등이 다양하게 수록돼 있다. “대형 괘불인 노사나불도를 촬영하기 위해, 일년에 한번 열리는 수륙재에 맞춰 쌍계사를 찾기도 했다”는 강 교수는 “불화 앞에서 천도재를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저 불화에 담긴 무수한 에너지’를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며 “명작일수록 세세한 부분을 볼 때 그 가치를 더욱 느끼게 된다”고 조언한다. 세심한 필체로 부분부분을 그려 거대한 탱화를 완성했기 때문에, 역으로 하나하나 뜯어보면 불화의 진정한 가치를 알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최고로 꼽는 불화는 예천 용문사의 ‘화장찰해도’다. 

“화장찰해도는 <화엄경> 80권을 한 폭의 그림으로 옮긴 내용이에요. 그 방대한 가르침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내려면, 경전을 충분히 이해하고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세상을 하나의 커다란 연꽃으로,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작은 연꽃으로 표현했는데, 대우주 속에 소우주가 있다는 연기의 법칙과 모든 것이 제석천의 그물처럼 연결돼 있다는 인드라의 바다를 아주 잘 표현한 명작입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불화를 그린 기법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매달 한차례, 2박3일 일정으로 수행을 빼놓지 않고 있다는 강소연 교수는 불화를 통해 그 안에 깃든 정신과 불교의 가르침을 설명한다. ‘불화로 읽은 경전’인 셈이다.

“뛰어난 불화 작품에는 화가의 뛰어난 기술적 솜씨와 종교적 수준, 당대 사람들의 염원과 불교에서 말하는 진리가 오롯이 담겨 있다.”

저자는 미국서 청소년기를 보낸 후 문화재를 공부하기 위해 귀국, 고려대에서 문화재학을 전공하고 영국 런던대, 서울대, 일본 교토대, 대만 국립중앙연구원 등서 학업을 했다. 동아시아학술원 연구원과 동국대 불교학과 연구교수, 홍익대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올해 초부터 중앙승가대에 재직하고 있다.

[불교신문3247호/2016년11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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