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에 관한 사소하지만 결정적인 물음 49

장웅연 지음/ 담앤북스

불교는 신의 길이 아니라 

인간의 길이며 

믿음의 길 이전에 

슬기의 길이다 

맨땅과 맨발의 역사다

사찰에서 왜 새벽 3시에 일어나 예불을 할까? 사리는 왜 생기나? 그리고 어떤 스님을 큰스님이라고 부르는 걸까? 불교에 대해 깊숙이 모르는 사람이면 궁금해하는 질문들이다. 장영섭 본지 기자가 이런 “어디 물어보기에는 애매한, 사소하지만 궁금한 물음”에 대해 답을 달았다. 일반인 입장에서 49가지의 질문을 뽑고 답을 하는 형식이다.

눈에 띄는 질문. 스님들은 언제부터 채식을 했을까. “부처님은 채식주의자가 아니었다. 초기불교 수행자들은 탁발을 통해 음식을 구했다. 음식을 가리지 않았으며, 오직 신도들이 주는대로 먹었다. 외려 고기가 싫다고 발우에서 고기를 빼면 그게 욕먹을 일이었다.”

하지만 부처님은 먹을 수 있는 고기를 제한했다. ‘내가 먹기 위해서’ 생명을 죽여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장 기자는 “불교에서 육식을 불허한 시기는 대승불교가 확대되면서”라고 말한다. 모든 살아있는 것에 자비심을 가져야 한다는 보살사상의 영향 위에 농경문화가 발달한 대승불교권에 불교가 유입되면서 “굳이 육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또 겨울이 있어 음식을 저장해야 하는 중국, 우리나라 등에서는 탁발 대신 농경을 통해 먹거리를 구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채식을 하게 됐다고 말한다.

“불교는 신의 길이 아니라 인간의 길이며, 믿음의 길 이전에 슬기의 길이다. 맨땅과 맨발의 역사다. 하늘을 우러러 빛을 구걸하는 삶이 아니라, 바닥부터 끌어올린 힘으로 어둠을 밀어내는 삶이다. 자기주도적 방식으로 깨달음을 구하고, 깨달음에 따라 행동할 것을 권하는 종교는 인류사에서 불교가 유일하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신이란 인간의 나약과 미망을 먹고 자라는 헛것에 불과하다. 미안하지만, 신은 인간이 창조한 것이다.”

불교는 유신론이 아니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신이 있고 없고가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바르게 살 것인가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 이에 대해 장 기자는 ‘맨땅과 맨발의 역사’로 불교의 가르침을 명쾌하게 정리했다.

스님들은 왜 채식을 할까. 장영섭(필명 장웅연) 기자는 불교의 역사를 통해 일반인이 궁금해 하는 것을 설명한다. 삽화는 니나킴의 그림.

일반인이 궁금해 하는 것의 하나가 ‘큰스님’이란 호칭이다. 어떤 스님에게 큰스님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 스님에게나 ‘큰스님’하면 자칫 결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 기자는 경주 불국사 회주 성타스님의 견해를 빌려 설명한다.

“내가 입산할 즈음에도 큰스님이란 표현은 지금처럼 보편적으로 쓰였다. 아마도 1446년 훈민정음이 반포되고 많은 어휘의 한글화가 진행되면서 백성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정착됐을 것”이라는 스님의 설명에 저자가 말을 보탠다. ‘고승대덕’과 같은 한자어가 우리말로 거듭나면서 ‘큰스님’이란 단어가 나오지 않았을까 하고.

질문 하나에 대해 답이 그리 길지 않다. 읽기에 편하다. 하지만 그 대답을 위해 많은 스님들에게 견해를 묻고, 역사와 경전에 대해 공부를 했다. 그리고 때론 불교계 일화를 더해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가수 이선희 씨가 어느 방송에서 아버지가 대처승이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아버지 때문에 어릴적 왕따를 당했다는 이선희 씨의 안타까운 사연처럼, 대처승은 현대사의 얼룩으로 남아 있다. 한때는 대처승이 한국불교의 주류였던 시절이 있었다. 승려의 대처는 일본에서 건너온 풍습이다. 12세기 이전까지 일본불교는 수행자들에게 결혼 생활을 허락하지 않았다. 메이지유신 이전의 일본에서는 여성과 동침한 승려를 형사처벌할 수 있었지만, 1872년 3월 개신교 목사를 의식, 정권은 승려에게도 대처를 허락했다.” 

일본 근대화 과정에서 대처가 시작됐다는 말이 새롭다. 그리고 짧지만 핵심적인 내용을 뽑아 해방 후 한국불교의 역사를 함께 다뤄 독자들의 이해를 쉽게 하고 있다.

장영섭 기자는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불교신문에 입사했으며, <길 위의 절>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문답> <그냥, 살라> 등을 펴낸 바 있다. 장웅연은 필명이다.

[불교신문3245호/2016년11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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