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6년째 ‘불교 상담사’

가족관계, 이성·진로문제… 

 

서울 개운사로 이전 활성화

전문 상담심리사 대거 영입

지난 1990년 문을 연 자비의전화는 불교계 대표적인 상담기관이다. 사진은 김순덕 자비의전화 팀장이 전화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우리 아빠가 8억이라는 빚을 지셨습니다. 요즘 아빠가 식욕이 없으시고 잠도 제대로 못 이루셔서 수면제와 신경안정제를 드시고 계세요. 집이 어수선하고 심란합니다. 저는 한쪽 눈이 아예 안 보이는 시각장애인입니다. 언어장애도 있어서 말도 어눌하게 하는 편이예요. 죽음이 저를 자꾸만 저 세상으로 데려가려해요. 너무나 무섭습니다.”

“부모님을 따뜻한 맘으로 위로하고 믿어주셔야겠네요. 지금이 최악의 상황이라면 이제부터는 좋아지는 쪽으로 방향이 바뀔 겁니다. 마음 굳게 가지시고 부모님을 위해 기도해드리고 잘 될 거라고 격려해주는, 위기 때 힘이 되는 자식이 되시면 좋을 듯합니다. 구름이 아무리 어두워도 때가 되면 햇님이 나온답니다.”

‘자비의전화’ 사이버 상담실에서 오간 상담 내용이다. 온라인으로 고민이나 상담내용을 올리면 자비의전화 상담원이 상세하게 상담을 해준다.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지 않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이라는 특성 때문에 사이버 상담실에 올라오는 고민들이 많다. 가족관계, 이성문제, 진로 상담, 불교에 대한 궁금증까지 다양한 고민들이 올라온다. 

일반에 공개하기 꺼려지는 내용은 비밀상담 코너를 통해 문의할 수도 있다. 상담 내용이 올라오면 상담원들은 내용을 검토하고 답변을 올린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상담자님의 배려에 감사하다” 등 자비의전화에 감사를 표하는 글도 종종 올라오는 편이다.

불교상담개발원 부설 사단법인 자비의전화(대표이사 무각스님)는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의 고민에 열린 마음으로 귀기울이는 불교계 대표 상담기관이다. 지난 1990년 문을 연 이후 20여 년이 넘도록 한결같이 현대인들의 고민을 듣고 이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상담인력 양성을 위해 불교상담심리사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전문 상담교육을 받은 이들은 다시 봉사자로 전화상담에 힘을 보태고 있다. 면접상담은 물론 자비의 전화 홈페이지를 통한 사이버 상담실도 운영하며 현대인들의 고민을 듣고 있다. 상담원들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월 1회 꾸준히 재교육도 실시하고 있으며, 상담원들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성문제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들을 위한 지난 2003년 청소년 사이버 성상담 사이트를 개설했으며, 지난 7월에는 청소년들에게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성 상담원 양성과정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사이버 상담실과 함께 자비의전화 상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바로 전화상담이다. 전화상담은 하루 평균 20~30건 정도로 연 평균 상담 건수는 2000여 건을 넘는다. 이를 위해 자비의전화 전문상담원 20여 명이 상담전문가들이 맡아 진행하고 있다. 사전 예약을 통해 이뤄지는 면접상담 역시 연 350여 건에 달하며,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는 사이버 상담은 연 800여 건에 이른다. 각 상담 영역 별로 15~20명의 상담원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서울 개운사 내로 사무실을 옮긴 이후 전화상담 부스 3곳, 면접상담실 2곳을 새롭게 단장하면서 안정적이고 내실있는 상담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박창규 자비의전화 봉사자는 “매주 금요일마다 나와서 봉사하고 있다. 조계사 법회를 다니다가 인연이 되어 상담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상담을 통해 도움을 주고자 시작했지만 오히려 스스로 배우는 것이 더 많다. 자비의전화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순덕 자비의전화 팀장은 “부처님 법을 따르며 가르침과 진리를 전달하려는 마음으로 활동하는 것이 자비의전화가 갖는 강점인 것 같다. 나를 알기 위해 상담을 시작했지만 상담을 통해 이제는 다른 사람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며 “그동안 불교계에 상담 관련 전문 인력들이 많이 배출됐지만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장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불교상담이 발전할 수 있도록 상담 인력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이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엄태규 기자

[불교신문3242호/2016년10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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