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호스피스협회, ‘호스피스 팀원의 소진 예방’ 세미나

과중한 업무와 감정노동

활동가들의 역량 소진

명상, 휴식, 재충전 시간

체계적 지원방안 마련돼야

지난 14일 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가 ‘호스피스 팀원의 소진 예방’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서는 호스피스와 관련된 제도와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있는 반면 호스피스 활동 인력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소홀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근무시간에 여러 명이 임종하는 경우 충분한 간호를 제공할 수 없고 애도 시간도 충분하지 못해요.” “과중한 업무량과 호스피스 팀과의 갈등적 관계, 간호상황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고통과 부담으로 어려움이 많아요.” “치유가 되지 않는 말기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하다보니 간호사로서의 자책감, 무력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요.”

말기 암 환자들이나 치료가 어려운 중증 질환 환자들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보는 호스피스병동 근무 간호사들의 토로다. 치료를 목적으로 간호하는 일반병동과 다르게 환자를 돌보며 죽음을 구체적으로 경험하는 이들의 스트레스는 높을 수밖에 없다. 호스피스 간호사들과 활동가들의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소진은 직무만족을 떨어뜨리고 잦은 이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 2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제정에 따라 내년 8월부터 법이 시행되면서 호스피스 전문병원과 활동가들도 늘어날 전망이지만 현장 활동가들에 대한 관심은 높지 않은 실정이다. 활동가들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정서적 고갈상태인 소진을 경험하기도 한다. 

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회장 능행스님)는 지난 14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공연장에서 ‘호스피스 팀원의 소진 예방’ 주제로 제7회 호스피스 세미나를 개최했다. 호스피스 활동가들의 스트레스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소하는 예방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세미나 참가자들은 호스피스 활동인력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부족한 실정을 지적하고 현장인력의 역할이 중요한만큼 인력이 소진되지 않고 충실히 활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보았다.

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 영적돌봄팀장 능인스님은 “호스피스 대상자들의 심각한 신체, 정신문제들을 제한된 시간과 여건 하에서 효과적으로 다루기가 쉽지 않다”며 “봉사자들의 소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찰기를 꾸준히 작성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성찰기 노트를 만들어 대상자에 대한 나의 거울을 객관화해 볼 수 있어야 하고 팀 활동과 호스피스 대상자에 대한 갖가지 마음들을 대할 때 자신에게 필요한 훈련을 작성하는 것이 소진을 예방하는 적절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스님과 함께 발표자로 나선 박진노 보바스기념병원장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역할 갈등이 활동가들의 역량을 소진시키는 요인”으로, 최영심 충남대병원 간호사는 “호스피스 간호사는 낯선 임종간호와 대인관계 갈등, 심한 감정노동 등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분석한 뒤, 명상과 충분한 휴식 등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 긍정적 사고, 사례 중심의 임상현장 교육 등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세미나에 앞서 열린 시상식에서 협회장 능행스님은 경원·능인·다경·도우·법휘·자우·현서스님 등을 영적돌봄가로 위촉하고 능인스님을 영적돌봄 팀장으로 임명했다. 이어 포교원장 지홍스님은 현장에서 모범적인 활동을 펼쳐 온 다경스님에게 포교원장상을 수여했으며, 능행스님은 호스피스 봉사자 울산지부 송지환, 부산지부 김두래 씨에게 ‘더(The) 아름다운사람 봉사상’을 수여하며 봉사자들을 격려했다.

포교원장 지홍스님은 “행복한 삶과 평온한 죽음을 돌보고자 하는 한국불교호스피스협회의 활동이야말로 중생들 삶의 끝을 보살피는 진정한 보살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호스피스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서비스의 질은 높아지고 있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인력에 대한 소진 부분은 관심이 부족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공 인력에 대한 소진 예방 및 관리에 대한 모델이 제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협회장 능행스님은 “한국불교호스피스 협회 활동가로서 실천의 중심에 서 계시는 여러분은 호스피스 활동이 곧 육바라밀을 실천하는 길임을 깊이 자각하면서 임상수행자로서 정진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이번 세미나가 불교호스피스 활동가들의 성장과 화합, 그리고 협력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불교신문3242호/2016년10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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