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탁악세(五濁惡世)란 다섯가지가 탁하고 악한 세상이란 뜻이다. 시대가 흐리고, 견해가 흐리고, 번뇌가 흐리고, 중생이 흐리고, 목숨이 흐린 세상. 한 마디로 더럽고 냄새나게 오염되었다는 말이다. 그걸 말세(末世) 또는 말법(末法)시대라고 하기도 한다. 정신과 문화가 타락하여 끝판에 이르거나 부처님 법이 완전히 쇠퇴하여 자취를 감춘 시대이다.

요즘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꼴을 보면 정말 이상하다. 우리가 기존에 생각했던 상식과 다르다. 이웃에 초상이 나면 같이 슬퍼하고, 누군가 어려우면 도와주고, 약한 자를 때리거나 짓밟지 말라는 것을 우리는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알고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의 사회는 그걸 불법(不法)으로 보는 것 같다.

대표적인 부대가 있는데, 엄마들의 모임이다. 위안부할머니 문제에 있어선 이 선에서 일본을 받아들이라 하고, 세월호 때는 아이들 시체장사를 하고 있다고 하더니, 급기야 이번 백남기 씨 사망 때는 병원에서 발표한 사인을 받아들이고 부검을 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병원에서 발표한 사인은 ‘병사’였다. 시위도중 물대포에 의해 쓰러져서 뇌를 다치고 1년 가까이 투병하다 사망했는데 그게 왜 병에 의한 사망일까? 더 이상한 것은, 조롱이야 그렇다 쳐도, 배후에 불순세력이 있으니 밝혀서 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환언하면, 배후에 착한 시민들과 민주주의자들이 있으니 응징하라는 이야기다.

그 엄마들은 약자가 억울함을 당해서 정부를 향해 진상규명과 사과를 요구할 때마다 꼭 등장한다. 온갖 악담과 야유를 퍼붓는다. 우리의 상식이 시대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나?

한술 더 떠서 어떤 아빠들 대표는 유족들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고발하겠다고 한다. 그런데 그 엄마 아빠들이 떠들고 다니는 걸 보면, 청와대나 집권여당, 정부에서 주장하는 바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점에 있어서는,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불교신문3241호/2016년10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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