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혜자 화백, ‘星座’ 특별전

부드러운 위력 침묵의 힘…

50년 붓질, ‘빛의 화가’로 

길상사 개화사 등에 ‘탱화’

25일까지 서울 현대화랑

'빛의 화가' 방혜자 화백의 특별전 첫날인 지난 9월29일 서울 현대화랑에서 서울 개화사 주지 송강스님(왼쪽)과 방 화백이 오랜만에 만나 작품을 사이에 두고 담소를 나눴다.

“마음을 비우고 우주의 핵심을 향해 걸어간다. 텅 빈 가운데 아무도 아무것도 없는 안으로 가는 길은 마음이 깨어나는 길. 어둠을 다 걷고 밝게 피어나는 시작의 길. 세포 하나하나까지도 활짝 깨어나 새로 태어나는 길. 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방혜자의 작품설명 中)” 

‘빛의 춤’이나 ‘마음의 빛’을 테마로 한 재불(在佛)화가 방혜자(79)씨의 작품은 불교의 근원적 사상과 맞닿아 있어 파리 길상사나 서울 개화사, 광주 무각사 대웅전에도 ‘후불탱화’로 모셔져 있을 정도다. 프랑스에 거주하며 한국과 유럽 무대에서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쳐온 그녀가 지난 2013년부터 올해까지 그린 회화와 설치작품 40여점을 들고 한국에 돌아왔다. 

‘성좌(星座)’를 주제로 한 개인전은 지난 9월말부터 오는 25일까지 서울 현대화랑에서 열린다. 
전시장 곳곳엔 작품과 함께 작가 마음의 소리가 느껴지는 글귀들이 적혀 있다. 단아하고 정갈한 그녀가 낮게 속삭이듯 전하는 이야기다. “오랜 고민과 좌절에서 나를 구원하는 것은 빛이었어요. 빛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그 아름다움과 숨결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예술이란 태초의 빛을 찾아가는 과정 아닐까요?”

프랑스 비평가 질베르 라스코는 이같이 평한다. “방혜자의 그림은 빛의 부드러운 위력, 미묘하게 조절된 에너지, 그리고 침묵의 힘을 보여준다. 전율하고 고동치는 빛, 다시 말해 빛의 변화, 변형, 미묘한 느낌, 굽이, 파동에 따라 우주는 잠들기도 깨어나기도 한다.” 그녀가 그토록 천착하는 빛은 입자마다 반짝이고 제각기 간헐적인 섬광을 내뿜는다. 각 입자는 하나의 에너지로서 입자들마다 움직이고 이동하고 떠돌고 춤추며 환히 밝힌다. 그 빛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며 미소를 준다. 이른바 ‘불성(佛性)’이라 불러도 무방할 것 같다. 

방혜자는 오로지 천연재료만 사용한다. 닥나무를 원료로 만든 한지, 흙과 광물성 천연안료와 식물성 염료, 식물성 정유를 사용해 만든 접착제…. 차분하고 조리있게 세심하고 주의깊게 그는 한지를 잘라 조심스럽게 구긴 다음 바닥에 놓는다. 바닥에 앉은 그는 화폭 위에 붓질을 부드럽게 가하고 색채의 흔적과 아울러 구김에 의해 만들어진 빈 공간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그녀가 표현하는 빛의 세계는 가시적으로는 현상의 빛을 드러내지만, 실제적으로 명상과 구도의 자세를 통한 작가 내면의 빛을 표현한다. 절제되고 은은한 색채로 표현된 빛과 우주적인 이미지는 보는 이의 마음 속에 깊은 울림을 준다. 

경기여고와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뒤 1961년 국비 장학생 1호로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난 그녀는 어린 시절 개울가 물위에서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그 빛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 생각이 그녀의 평생 작품에 씨앗이 된 셈이다. 방 화백은 그 반짝이는 모습에 경탄하며, 그 빛에 대한 느낌을 50년 넘는 세월동안 천착해오면서 자기 내면의 빛을 화폭으로 옮기는데 전념해왔다. 

지난 9월29일 전시 첫날 오프닝에는 현대화랑에 발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녀가 살고 있는 프랑스에서 축하하기 위해 온 인파들은 물론 한국에 있는 가족 지인들, 그리고 문화예술계 유명인들도 많았다. 

특히 개화사 주지 송강스님, 파리 길상사 주지 혜원스님 등 스님들도 직접 와서 작품을 감상하고 축하인사를 전했다. 한불수교 13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인만큼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 대사도 찾아 “방 화백의 빛에 대한 사랑은 세상을 향한 비전으로 보여져 놀랍게도 우리를 풍요롭게 해준다”고 말했다. 

[불교신문3241호/2016년10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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