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탑의 나라, 미얀마 성지 순례기

아시아 최후의 숨은 보석, 불탑의 나라 미얀마를 향하는 나는 자못 들떠 있는 듯 했다. 양곤을 뒤로하고 곧바로 바간으로 향했다. 바간에서 가장 처음 들은 것은 미얀마의 사원에는 그 누구를 막론하고 맨발로 들어가야 한다. 한국의 스님들이 삭발을 하고 사회적인 지위를 내려 놓듯이, 부처님에 대한 존경과 부처님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미얀마는 나라 전체가 사원이며 불탑과 부처님은 미얀마인의 사상이고 생활로 보였다. 가정에서도 가장 좋은 자리에 부처님을 모시고 기도하고 명상하며 생활 자체가 신행이고 생각 자체가 수행인 것이다.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부처님 나라에 다녀온 듯한 느낌이다.

        부처님의 ‘염화미소’를 보다 

세계불교 3대 유적지인 미얀마 바간의 쉐산도 사원에서 수행자가 석양을 바라보고 있다.

지역 전체가 아름다운 불교 유적지로 3,000여개의 온갖 종류의 탑과 사원, 수도원이 있는 바간에서 가장 먼저 황금빛 찬란한 쉐지곤 파고다에서 ‘입재식’을 갖고, 낭우 재래시장을 지나 바간 왕조의 화려한 건축양식을 자랑하는 아난다 사원으로 향했다.
 정사각형 모양으로 조성된 탑 내부에는 4면에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데 ‘참배로’로 보이는 2중 구조의 회랑이 있는데, 부처님과 가장 가까운 회랑은 왕족이 그리고 그 다음 회랑은 귀족 등 관리들이 그리고 바깥쪽에서는 일반인들이 참배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동양에서는 드물게 원근법을 살린 불상은 가까이서 보면 부처님의 모습이 근엄하게, 그리고 멀리서 바라보면 인자한 모습으로 보인다. 불상을 만든 이가 부처님의 뜻을 잘 알아차린 듯하다.
 인형극을 감상하며 공양을 한 후 몬 왕국의 슬픈 전설이 깃든 마하누 사원과 남파야 사원으로 향했다. 마하누 사원에는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특이한 불상이 있는데, 어마 무시한 거인이 좁은 공간에 겨우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의 불상과 거대한 와불이 4면에 조성되어 있다. 마치 감옥 같은 느낌으로 몬 왕국의 마지막 왕인 마하누가 ‘경전을 빌려 주지 않아’ 남파야 사원에 갖힌 답답함을 표현한 듯하다.
 다소 답답했던 마음이 활짝 열리는 쉐산도 파고다에 도착했다. 바간에서 몇 안되는 순례객이 탑에 직접 오를 수 있는 탑인데, 탑에 올라 바라보는 수 천 개의 불탑 파노라마와 석양에 빛나는 전경은 바간 탑의 압권이며 왜 이곳이 세계불교의 3대 유적지 중 하나인지를 알려준다.
 석양에 물든 탑 사이에서 저녁 공양을 하며 풍등행사를 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부모님께 감사와 보은의 마음으로 기도하는 ‘풀문데이’ 촛불 법회를 위하여 무명의 탑군 하나로 향했다. 60여명의 순례단이 각각 6개의 촛불을 밝히고 탑돌이를 했다. 

         ‘원 딸라, 원 딸라 가이드들’

 스님들의 탁발을 위하여 세워 졌다는 아름다운 ‘우뻬인 목교’를 돌아 미얀마 최대의 마하간다용 수도원에 도착하여 2,000여명의 수도승들의 탁발 의식에 참가하여 승보 공양을 올리고, 
4톤의 황금불상을 모신 마하무니 파고다에서 1달러 개금불사에 동참한 후, 미얀마의 젖줄인 이라와디강의 풍경을 감상하며 세계 최대의 전탑인 미완성의 민군대탑으로 향했다.
 약 40여분을 지나 배가 도착하자 먼저 작은 부처님들인, ‘원 달러 가이드들’이 순례객들을 ‘서방정토의 부처님과 관세음보살이 중생들이 극락세계로 들어오는 것을 맞이하듯이’ 반갑게 맞이 한다. 그 동네 꼬마들로 탑을 찾는 순례객들에 “원 딸라”를 연호하며 벗어 놓는 슬리퍼도 챙기고, 사원 안내도 하고, 포토존 설정과 촬영도 해준다. 그들은 무엇인가를 하며 무료로 원 달러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현지 가이드는 말한다. “원 달러는 다시 배에 오르기 전에 주어야 한다, 미리 주면 새로운 원 달러 가이드들이 몰려올 것이다”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원 딸러, 아져씨, 언니 예뻐요. 원 딸러! 원 딸러.”

바간 쉐지곤 사원에서의 탑돌이.

  인레호수에 피는 연꽃

 이튼날 아침, 세계 3대 아름다운 호수 중의 하나라는 혜호의 인레호수로 떠났다. 호텔에 도착하는데 호텔 직원들이 마치 한국의 작은 징이나 괭과리를 줄지어 매어 놓은 듯한 전통 악기를 두드리며 환영을 해 주었다.
 인레호수는 해발 약900m에 위치한 길이24km, 폭이 11km로 엄청나게 큰 호수이다. 주변은 아늑한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호수를 터전으로 약 8만명의 인타족이 살아가고 있다는데, 그들은 호수 위에 사원을 짓고, 발로 노를 저어가며 고기를 잡고, 심지어 물 위에 밭을 만들어 농사를 짓는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밭을 ‘쭌묘’라고 하는데 가난한 인타족이 배를 끌고 나아가 ‘예나’라는 수초를 채취하여 흙을 적당히 걷어와서 갈대를 띄운 위에 두둑하게 올리고 물살에 흘러가지 않도록 중간마다 대나무를 박아서 고정시킨 것이다. 가지런하고 길게 이어진 떠있는 밭은 수초 ‘예나’의 양분이 많아서 토마토, 오이, 가지 등 농산물이 잘된다고 한다. 밭에 일하러 배를타고 나가서 배를 타고 밭 일을 하는 진귀한 모습을 보게 된다.
 수상마을, 수상시장, 수상경작지, 외 발로 노 젓는 모습 등 수전과 연밭이 어우러진 인레호수는 그대로가 힐링이고 고요함이고 부처님 나라로 보였다. 
 인타족의 신기에 가까운 ‘연사’생산은 한국의 길쌈과 매우 유사한데, 수상공장으로 실제 생산과 판매 그리고 관광상품까지 다양성을 가지고 있었다. 다소 불편해 보이는 링을 목에 길게 말아 끼운 빠따웅 족의 공예품도 보고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데, 모델로 나선 그녀들은 여행자를 반기는 모습이었다. 기념촬영 후 1달러 보시를 하든 하지 않든 개의치 않고 미소를 지으며 모델이 되어 주었다. 

 ‘싸~두 싸~두' 마정수기’를 받다 

양곤 까바야사원에서의 마정수기 법회.

 “동방의 정원 도시” 양곤으로 이동하여 ‘세계 평화의 탑’ 까바에 파고다에서 미얀마의 부처님 진신사리, 사리불 존자 사리 3과 그리고 목건련 존자 사리 1과의 친견행사를 가졌다. 보통 친견 일정이 잡혔다가도 고위층의 뜻에 따라 취소되기가 일쑤여서 쉽지 않다는 것이다.
 부처님 진신사리는 미얀마의 국보로써 파고다의 안쪽에 견고한 금고에 모셔져 있는데 순례단이 안으로 들어가자 쇠창살로 된 금고문을 닫았다. 내부는 화려한 금장식의 부처님을 모시고 그 앞에 세분의 사리가 사리함에 각각 모셔져 있었다.
 행사는 자못 진지하였는데, 부처님전에 장괘합장을 하자 종교성의 관리 두 명이 사리함을 머리 위에 올려 놓고 진언을 외운다. “싸~두 싸~두 싸~두!” 이제 나도 부처님께 ‘마정수기’를 받았고 미래에 부처님이 될 것이니 오늘부터 부처의 삶을 살아야겠다.

      미얀마의 상징 ‘쉐다곤 파고다’

 미얀마인들의 상징이자 세계 불자들의 성지순례지인 ‘쉐다곤 파고다’는 몬족 페구왕조 때인 1453년에 세워졌다. 둘레가 426m, 높이는 99m로 기단부는 정사각형이고 기단 윗부분은 원뿔꼴이며 겉면은 전체가 황금으로 덧씌워져 있고 내부에는 부처님의 유품이 들어 있다고 한다. 탑의 기단 부분에는 64개의 작은 불탑이 탑을 외워 싸고 있고, 또 불탑을 중심으로 72개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흩어져 있다. 
 탑 꼭대기는 73캐럿의 다이아몬드를 포함해 총 5,448개의 다이아몬드, 2,317개의 루비, 사파이어와 대형 에메랄드가 박혀 있어 해가 뜨는 아침과 석양 무렵에는 온통 황금 빛으로 반짝이며 화려해진다는데, 지금은 각종 보석과 황금으로 뒤덥힌 세계적인 불교유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외국인은 별도의 통로를 이용해 3층까지 엘리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는데 도착지에 커다란 보리수가 순례객을 맞이하고, 탑 방향으로 돌아서는 순간 탑에 압도되며 마치 디즈니랜드를 방불케 하는 거대한 규모와 화려함에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불교신문3240호/2016년10월15일자] 

장경태 / 조계사불교대학 총동문회 수석 기획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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