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월드의료지원센터 및 굿월드사우스사이드데이케어센터 기공식

굿월드자선은행이 지난 27일 필리핀에 세우는 3번째 아동 교육 시설, 굿월드사우스사이드데이케어센터 기공식을 가졌다.

‘손주 바보’ 할머니는 자꾸만 울었다. 엘리샤벳 수마야(48) 씨의 손자 벤델 수마야(14) 군은 학교에 가는 날보다 못가는 날이 더 많았다.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어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금방 찼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이 가장 좋다는 벤델을 지켜만봐야 하는 할머니의 마음은 더 아팠다.

돌봐야할 아이만 10명. 맏손주가 쓰레기를 팔아 벌어온 돈으로 생계를 꾸려야하는 형편으로는 병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엘리샤벳 씨는 “치료는 꿈도 못꿨는데 한국에서 온 단체에서 의사 선생님도 들여오고 무료로 약도 준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며 “보건소가 생기면 벤델을 가장 먼저 데려갈 것”이라고 했다.

지난 27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차로 2시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라구나 주 산페드로 시 사우스빌 마을, 조용하던 마을이 모처럼 북적였다. 아동 구호 단체 굿월드자선은행 대표 덕문스님과 김종선 필리핀지부장, 김지나 활동가 등이 의료지원센터 기공식을 위해 마을을 찾은 것. 외진 곳임에도 500여 명의 주민들이 몰려 마을에 처음 들어서는 무료 의료 시설에 대한 높은 관심을 짐작케 했다.

굿월드의료지원센터 기공식에서 열린 아이들 공연.
공연을 지켜보는 대표 덕문스님.

사우스빌 마을은 일명 ‘쓰레기 마을’로 불린다. 필리핀 정부가 거주지 없이 도시에서 떠돌던 빈민을 이곳으로 강제 이주시키면서 형성된 마을이다. 쓰레기 매립장과 가축 도살장 등이 있어 온갖 악취가 풍기고 오물이 넘쳐나지만, 쓰레기는 이곳 마을 주민들의 유일한 소득원이다.

주민들은 하루 종일 돈 되는 고철과 페트병 등을 골라내 300페소(약 6000원)를 번다. 이마저 녹록지 않아 가장들은 다시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떠난다. 마을 절반 이상이 편부모, 조손 가정인 것도 이 때문이다.

쓰레기 매립지 위에 집을 짓고 사는 빈민들.
쓰레기 마을로 불리는 라구나주 사우스사이드 마을.

굿월드자선은행은 2013년 이곳에 굿월드스테판데이케어센터를 설립, 맞벌이 등으로 부모의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4~6세 아동을 돌봐왔다. 스테판데이케어센터가 들어서면서 마을엔 3년 동안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보육교사 레이셜 몬테카르본(22) 씨는 “오물 속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뒹굴던 아이들이 센터를 다니며 몰라보게 깔끔해졌다”며 “학부모와 인근 상점들도 덩달아 위생에 신경을 쓰면서 마을 모습이나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고 했다.

굿월드는 데이케어센터 운영과 더불어 한국 내 봉사단과 연계해 주민들을 위한 의료봉사를 진행해왔다. 인근에 시립병원이 위치해 있지만 필리핀 빈곤 지역에서도 최극빈층에 속하는 이곳 주민들은 가난으로 인해 몸이 아파도 꾹꾹 참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굿월드스테판데이케어센터에 다니는 제세벨 삼손(5)도 가난으로 엄마를 잃었다. 할머니 베히나야 아미도(53) 씨는 “천식을 앓던 딸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끙끙 앓다가 젖도 안 뗀 아이를 두고 죽었다”며 "치료비도 문제지만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병원으로 가는 차비를 감당할 능력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종선 필리핀지부장이 다친 아이를 돌보고 있다.
쉽게 고칠 수 있는 작은 병도 병원에 갈 차비가 없어 고치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이 많다.

굿월드의료지원센터가 건립되면 마을 내 유일한 무료 의료기관이 생기는 셈이다. 기공식에서 덕문스님은 “의료지원은 이곳 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 중의 하나”라며 “센터가 건립되면 주민들이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굿월드는 배고픈 사람에게는 먹을 것을, 아픈 사람에게는 치료를, 어린이들에게는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사랑과 나눔의 정신을 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종교와 인종, 국가를 떠나 우리의 미래인 어린이들이 건강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마을과 필리핀 정부가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카타카르 칼레츠 전 산페드로시 시장은 “시에서 나설 수 없는 일에 굿월드가 흔쾌히 도움을 줘 감사하다”며 “굿월드스테판데이케이센터가 시에서 중요한 기관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의료지원센터가 지역의 소중한 의료시설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굿월드자선은행을 통해 마을에서 의료 봉사를 진행했던 오경현 대한간호협회 간호봉사단 고문은 “필리핀에서 6년 동안 의료봉사를 진행해왔지만 의료 기술의 접근이 이처럼 없었던 곳은 처음”이라며 “치료비, 차비가 없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주민들을 위해 굿월드가 의료지원센터 건립에 나서줘 다행”이라고 전했다.

굿월드자선은행은 이날 산페드로 시와 마을 발전을 위한 협력을 약속했다.
의료지원센터 시삽.

굿월드의료지원센터는 굿월드스테판데이케어센터 바로 뒤편 66㎡(약 20평) 부지에 건립된다. 굿월드자선은행이 건물을 지으면 대한간호협회가 의료 장비를, 시는 운영을 맡을 의사와 간호사 각 1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일정대로라면 오는 2017년 1월 완공된다.

굿월드자선은행은 이날 또 하나의 아동 센터 건립에 들어갔다. 스테판데이케어센터, 지나데이케어센터에 이어 3번째 건립되는 굿월드사우스사이드데이케어센터는 산페드로 시 사우스사이드 마을 약 82㎡(약 25평) 부지에 세워진다. 문덕장학회 후원으로 건립되는 굿월드사우스사이드데이케어센터는 4~6세 아동 돌봄 및 청소년을 위한 방과후 교실로 운영될 예정이다.

굿월드스테판데이케어센터 앞. 대표 덕문스님.

■ 굿월드자선은행 대표 덕문스님 인터뷰

“욕심부리지 않고 꾸준히 가렵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꾸준히 가렵니다. ‘한번에 많이’ 보다 느리고 더딜지라도 오랫동안 그들의 삶을 꾸준히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지원 사업을 펼치고 싶습니다.”

굿월드자선은행 대표 덕문스님은 굿월드자선은행의 아동 구호 사업의 중요성이 ‘꾸준함’에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현재 굿월드자선은행의 후원자는 3800여 명에 달하지만 1인 후원금액은 3000원에 불과하다. 커피 한잔 값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스님은 이 후원금 때문에 지금의 굿월드자선은행의 존립이 가능했다고 못박았다.

덕문스님은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좋은 업을 차곡차곡 쌓는다는 ‘굿월드자선은행’의 뜻처럼 구호 사업, 특히 인류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한 일은 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지금 당장은 큰 규모의 지원을 할 수 없더라도 조금씩 자주,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결국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리스도교가 90% 이상을 차지하는 필리핀에서 구호 사업을 펼치는 데 거부감은 없었을까.

덕문스님은 “굿월드자선은행이 종교와 인종, 국가를 초월하는 사랑과 나눔을  기조로 하는 만큼 무언가를 강요하고 주장하기보다 정말로 도움이 절실한 곳에 손을 보태는 것이 우리 단체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가 지은 아동 센터로 인해 조금씩 마을이 발전하고 또 그 모습을 보며 다른 단체들도 마을에 들어와 도움의 손길을 더해 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국가에서, 시에서, 종교 단체에서 할 수 있는 각자의 일이 있다”며 “어느 한 곳이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있다면 방식과 형식에 연연하지 않고 굿월드자선은행의 능력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원문의:1661-9585

굿월드스테판데이케어센터 교실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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