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김천 직지사에서 5급 승가고시 진행중에 속가 동생으로부터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었다. 눈앞이 문득 캄캄해지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 황망하고 참담하기만 하였음은 물론이다. 부처님께서는 “사람의 목숨이 호흡하는 사이에 있다”라고 말씀하셨고, 선가에서는 “무상이 신속하여 생사의 일이 크다(無常迅速 生死事大)”고 했으나 사람의 일이라 닥쳐봐야 비로소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문득 2005년 9월11일 새벽, 당시 제31대 총무원장으로 재직하다 입적하신 인곡당 법장대종사의 마지막 모습이 다시금 사무치게 떠오른다. 생전의 장기기증 서약에 따라 동국대 일산병원에 시신기증을 한 채, 스님은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셨다. 2년여 뒤 화장한 채 뼈가루로 돌아와 평소 주석하시던 화소굴(花笑窟)과 주변의 덕숭산에 골고루 뿌려드렸다. 또한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하시던 초모랑마 에베레스트 설산의 팅그리란 마을에서 옷가지며 가사를 불태워드렸다. 그래서 난 우리 스님이 히말라야의 허공이나 바람으로 항상 하시리라 믿는다. 길은 어느 곳에도 없건만, 길은 어느 곳에나 항상 하듯이 말이다.

선가의 글에 “큰 이름이 어찌 미련한 돌에 글을 새김에 있으리오, 길가는 나그네의 입이 비석보다 나으니라(大名豈在鐫頑石 路上行人口勝碑)”라는 말이 있으니 이는 우리 스님을 이름이라 할 것이다.

속가와 승가의 양가(兩家) 어버이를 잃은 이 몸은 천애고아(天涯孤兒)가 된 심정이다. 그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으니 도리어 당당하고 허허롭기까지 하다. 그러니 당신의 부재(不在)가 곧 나의 실존(實存)인 것이다.

그러니 나는 더욱 치열하게 살아야겠다. 옛글처럼 먼 훗날 당신들을 다시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말이다.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며 흘러감이로다!(長江後浪催前浪)”

[불교신문3234호/2016년9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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