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속에서도

의연한 우리 선수들처럼

공정하게 경쟁하며

서로 연마 발전하고

승부를 떠나 함께

미소짓는 배려와

승부 결과보다 참여과정에

더 큰 의미와 박수를 보내는 여유

패자부활전처럼 재기의 기회나

차기 올림픽의 희망을 나누는

국민적 정서가

더욱 절실한 시절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올림픽이 유례없는 더위 속에 마무리되었다. 숨조차 편히 내쉴 수 없는 더위 속에서도 선명한 화질로 실시간 방영되는 각종 경기에 채널을 맞추고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했다. 국민들은 우리 선수들의 승리에 즐거워하고 패배를 안타까워했다. 수년간 피땀 흘려 공들여온 선수들에게는 타고난 자질과 기량 연마, 당일 컨디션과 기상 상태 등 여러 조건과 예측 불가한 그날의 운세로 빚어진 한순간의 승패에 따라 기쁨과 통한의 희비쌍곡선이 교차하는 날들이었다.

흔들리지 않는 평정과 집중력을 요하는 양궁이나 사격, 골프 등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일궈낸 결실은 단연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낸 쾌거이다. 시시때때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도 몸의 컨디션과 마음의 중심점을 지켜내야 하는 경기들에서, 태극마크를 단 젊은 선수들의 흔들림 없는 자세와 형형한 눈빛을 바라보며 생명의 약동과 뿌듯한 자부심을 느끼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순간순간 내 마음과 몸의 미세한 기미를 알아차리고, 알아차리되 그에 흔들리지 않고, 굳건한 마음의 중심자리를 태산처럼 지키고, 한 순간 실수도 잊고, 극복하고 이완하고 집중하고. “나는 할 수 있다! 해야 하므로, 할 수 있다!” 우리 청년들은 이렇게 외치며 힘을 내고 꿈을 이루었다.

한편 보다 많은 선수들이 애석하게 또는 역부족으로 메달을 놓치고 빈손으로 돌아와야 했다. 영광의 월계관은 다수의 패배자들이 만든 언덕위에서 소수자의 머리위에서만 빛날 수 있다. 다행히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은, 메달 여부를 떠나, 이미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지구촌 축제에 참여함으로 자랑과 위로를 받으며, 더욱 기량을 연마하여 다음 경기나 올림픽을 기약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화엄의 한 생명인 이 사바세계에서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 실제로도 패자는 승자의 반면이고, 빈천자 또한 부귀자의 언덕이다. 범소유상 개시허망(凡所有相 皆是虛妄)이라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以生其心)일 뿐이니…. 즉,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사 순간의 장면에 머무름 없는 한 마음 낼 뿐이다. 승리하지 못한 선수뿐만 아니라 도처에서 힘들어하는 우리 사회의 약자나 패자에게 따뜻한 시선과 격려의 박수를 보낼 일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입시경쟁, 취업경쟁, 사업경쟁, 승진경쟁 등에서 좌절되어 패배감에 젖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부처님처럼 자기와의 싸움에서 최종 승리하여 무아상 무인상 무중생상 무수자상(無我相 無人相 無衆生相 無壽者相)으로 자아를 해탈하면 더할나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 세간에 넘쳐나는 타인과의 승부에서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절실한 것은 올림픽처럼 공정한 경쟁과 페어플레이 정신, 승패에 목숨 걸지 않고 구성원 모두가 존중되는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마음이 아닐까?

아쉬움 속에서도 의연한 우리 선수들처럼, 공정하게 경쟁하며 서로 연마 발전하고, 승부를 떠나 함께 미소짓는 배려와, 승부 결과보다 참여과정에 더 큰 의미와 박수를 보내는 여유, 패자부활전처럼 재기의 기회나 차기 올림픽의 희망을 나누는 국민적 정서가 더욱 절실한 시절이다.

[불교신문3230호/2016년9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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