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의 이익과 안락 위해 떠나는 날

깨달음이 개인 행복에 그친다면

그 의미는 크게 줄어들 것이며

중생행복 위해 활용되도록 하면

‘깨달음의 사회화운동’으로 커져

 

하안거를 해제하면 승랍이 한 살씩 더해지게 되니 수행자의 설은 하안거를 해제하는 날인 셈이다. 인도의 경우는 1년에 한번 하안거만 실시했는데 전안거와 후안거제도를 시행한 특징이 있다. 음력 4월15일부터 7월15일까지가 전안거에 해당하고, 4월15일에 안거하지 못한 스님들은 5월15일에 안거를 시작할 수 있다. 이는 천재지변이나 각종 사정에 의해서 안거에 참여하지 못한 수행자에게 안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마련된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북방불교에서는 전·후안거제도를 시행하지 않은 대신에 하안거와 동안거를 시행하는 특징이 있다. 이는 기후와 풍습에 따라 제도를 다르게 시행한 모습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올해 병신년 하안거는 근래에 보기 드물게 극심한 무더위와 함께한 안거이다. 선원에서 정진하는 수행의 특성상 찬바람이 건강을 해칠 수 있어서 에어컨을 사용할 수 없고 다른 수행처소와는 다르게 그 어려움이 더욱 큰 안거인 것 같다. 이러한 악조건에서도 여여하게 성만한 선객 스님들에게는 그 의미가 남다를 것이며 존경과 찬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다.

흔들림 없이 정진하고 보름마다 포살을 하며 해제 전날 여법한 자자를 하고 해제 후 산문을 나서는 수행자의 모습이야말로 가장 희망적인 수행자의 모습이며 많은 이들이 존경과 감동으로 우러러 보는 모습이다.

해제하고 산문을 나서는 선승의 걸망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지금까지 처절하게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서 체득한 법에 대한 안목과 중생의 삶을 행복하게 이끌어 줄 깨달음의 향기가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해제의 진정한 의미는 전법의 길을 떠나라는 부처님의 전법선언의 의미와 함께 할 때 진한 감동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스스로의 깨달음이 개인의 행복에 그친다면 그 의미는 크게 줄어들고 말 것이다. 그 깨달음이 중생의 행복을 위해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바로 깨달음의 사회화운동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안거기간에 자신을 위한 수행에 전념했다면 안거 후에는 모두에게 수행의 성과를 돌려주며 시주의 은혜에 보답하는 거룩한 회향을 이루어내야 한다. 모든 이의 이익과 안락을 위해 길을 떠나라고 독려하셨던 부처님의 전도선언이 61명이 아라한으로 초기 승가를 구성했던 그 시절만이 아닌 지금 이 순간도 유효해야 한다.

스스로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체득하고 이를 모든 중생에게 회향하는 일이야말로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구제하는 것으로 수행을 삼는 대승불교의 가르침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한국불교의 많은 불자들이 참선수행자에게 거는 기대는 참으로 크다고 볼 수 있다. 그 예가 ‘선방 문고리만 잡아도 지옥고를 면하고 극락왕생한다’는 믿음이다. 이러한 믿음을 바탕으로 수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시봉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기대와 존중은 단시간에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많은 선배 스님들의 열정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속담에 ‘참깨 백 번 구르는 것보다 호박 한 번 구르는 것이 빠르다’는 말이 있다. 이는 개인의 역량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통념까지도 참고로 하여 나온 말이라고 본다.

근래 출가자의 숫자가 줄고 법회에 참석하는 청년 불자의 수 또한 급격히 줄고 있는 것이 한국불교의 현실이다. 출가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가장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될 때 발심출가자는 늘어날 수 있고, 흔히 젊은이들이 돈이 없어 결혼을 못하고, 자식을 못낳는 삼불(三不)시대라고 하는데 이처럼 절망으로 가득한 젊은이들의 생각을 희망차게 바꾸어 주는 일도 우리 승가의 몫이 아닌가 생각한다. ‘마음은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붓끝과 같아서 능히 생각하는 바를 그려낸다’고 하는 <화엄경>의 말씀이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활용되게 하려면 처절하게 마음에 대해 고민하고 항복받으려 노력한 경험자의 말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안거를 마치고 산문을 나서는 수행자의 바랑에 이러한 희망적인 메시지가 가득했으면 한다. 발심출가자가 넘쳐나고 불법 안에서 희망찬 삶을 가꾸는 이 시대의 원력보살들이 수행자의 걸망을 통해서 무수히 배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교신문3228호/2016년8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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