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가 초기 어린이법회 지도했던

마음 되새기며 엮은 어린이 불서

불 법 승 삼보로 구성하고

이야기 중심으로 불교 소개

 

아이들 포교 조금이나 도움되길…

 

어린이들에게 불교를 알려주는 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힘을 주는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역사와 정신문화를 전달하는 일이다. 하지만 참가자 모집 문제로 어린이 법회 유지조차 버거워하는 사찰이 많은 현실에서, 어떻게 어린이들에게 불교와 인연의 씨앗을 전해줄 수 있을까. 남양주 봉인사 주지 적경스님이 <어린이불교성전>을 펴냈다. 20년 전, 학인시절 펴냈던 책을 저본으로 내용을 재구성하고, 삽화와 사진 등을 새로 작업해 내놓은 책이다. 적경스님은 “대형서점에서 불교서적을 찾기도 어렵고, 특히 어린이 관련 불교서적은 더더군다나 힘들다”며 “아이들 포교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고 밝혔다.

“오 가엾어라. 왕자는 조심스레 상처입은 백조를 들어 안았습니다. 왕자는 한손으로는 백조가 놀라지 않게 어루만지면서 다른 한손으로 천천히 화살을 뽑았습니다. 잠시 후 사촌 데바닷타가 정원으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싯다르타야. 내가 백조를 잡았어. 네가 보았다면 좋았을텐데. 아마 여기 어디쯤에 떨어졌을거야. 같이 찾아봐 줄래?’ 데바닷다는 곧 피가 묻은 백조가 왕자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아니 내가 잡은 백조잖아. 싯다르타, 이제 내게 넘겨 줘.’ 그러나 왕자는 백조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습니다. ‘난 상처가 낫기 전에는 이 백조를 그 누구에게도 줄 수 없어.’ 결국 둘은 누가 옳은지 결정을 위해 어른들을 찾았습니다.”<삽화①>

이야기식 문장으로 인해 저절로 책 내용에 몰입하게 만드는 이 책은 총 4권으로 구성돼 있다. 제1권은 ‘거룩한 부처님’.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인 선혜동자가 연등부처님으로부터 “다음에 부처님이 될 것이다”라는 수기를 시작으로 부처님의 일대기를 소개한다. 탄생과 어린시절, 출가와 수행 과정을 각각 구분해 중요한 사건을 발췌했다.

이어 교화와 열반. 교화에서는 5비구를 대상으로 한 초전법륜과 가섭3형제 교화, 최초의 절 죽림정사, 병든 제자를 위한 가르침과 살인자 앙굴리말라, 똥치기 니이다이 이야기 등 9개 장면을 담았다. 그리고 열반으로 구성했다.

제2권은 ‘거룩한 가르침’. 나눔과 용서, 믿음과 공덕, 진리, 마음, 생각, 말, 행동, 슬기로움, 친구 등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들을 담았다. <자타카> <백유경> 등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이런 주제에 맞춰 구성하고, 각 장마다 스스로 생각하는 코너를 삽입했다.

“옛날에 백성을 사랑하는 어진 왕이 있었습니다. 왕은 한달에 한번씩 왕궁을 나와 마을을 돌아다니며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보면 약과 옷, 음식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습니다. 하늘에서 신이 이런 왕을 시험하기 위해 가난한 노인으로 변신해 왕 앞에 나타났습니다. ‘저는 돈 1000냥을 갚지 못해 이렇게 도망다니고 있습니다.’ 노인의 말을 들은 왕은 그 자리에서 1000냥의 돈을 주었다. 그러자 노인은 ‘나는 늙었습니다. 이 돈을 도둑에게 빼앗길까 두려우니 잠시 맡겨 두었다가 일주일 후에 찾아가겠습니다’라며 다시 왕에게 그 돈을 주었다. 그리고는 이번에는 악마가 돼 나타났다. ‘나는 배가 고파서 너를 잡아먹어야겠다.’ 그러자 왕이 ‘나를 잡아먹고 배가 불러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면 기쁜 마음으로 죽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어떤 노인에게 내일 돈 1000냥을 주기로 했다. 지금 죽으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니 3일만 시간을 주면 돈을 주고 다시 와 잡아먹히겠다.’ 왕은 실제로 노인에게 돈을 주고 스스로 걸어 악마에게로 갔습니다. 악마는 본래 신으로 모습으로 돌아와 감탄하며 말했습니다. ‘당신은 참으로 고귀한 왕입니다. 앞으로 당신을 지키고 보호해 드리겠습니다.’”<삽화②>

제3장은 ‘거룩한 스님들’이다. 사리불 존자를 비롯한 부처님 10대 제자를 소개했다. <삽화③> 일화를 중심으로 구성해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고 있다. 또 달마·원효·의상스님과 보조국사, 서산대사, 진묵대사 등 여섯 명의 고승을 소개하고 있다. 원효스님과 해골물 이야기를 통해 ‘일체유심조’의 가르침을 조명하고, 공양간에서 상추를 씻다가 허공에 뿌려 먼 대흥사의 불을 끄는 등 신통력을 지닌 진묵대사의 일화 등을 통해 불법승 삼보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제4장은 용어사전으로 불교에서 사용하는 여러 단어와 문화재의 뜻 등을 소개하고 있다. 책을 편찬한 적경스님은 “출가해 학인으로 공부하면서 처음 담당했던 법회가 어린이법회였다. 당시 법회 교재를 구하다가 마땅한 것이 없어 도반들과 함께 이 책을 만들었다”고 밝히고 “어린이포교가 힘들다. 이럴 때 일수록 어린이들에게 불교를 전해줄 좋은 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책을 재구성해 펴내게 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당시 법정스님을 찾아가 내용을 감수했다. 또 석주노스님께서도 원고를 보시고 크게 격려해 주셨다”고 전했다. 20년 전의 이야기다. 당시 원고를 편집했던 적경·원돈·진경·서원스님 가운데 한 분은 입적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눈에 띄는 것은 잘 짜인 편집과 경전의 많은 내용 가운데 아이들의 눈높이에 적당한 내용을 발췌해 정리했다는 점이다. 또 많은 부분을 적경스님이 다시 정리하고 원고를 작성했다.

[불교신문3227호/2016년8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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