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 첫 우리말

윤구병 지음 / 천년의 상상

조선의 세종대왕이 신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가장 먼저 불교경전을 한글로 옮겼을까. 이 같은 물음에 명쾌한 답을 줄 우리말 이야기가 책으로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교육과 글에 매진하고 있는 윤구병 변산공동체 대표는 최근 선보인 <내 생에 첫 우리말>을 통해 우리말 속에 담긴 신화와 역사, 문화를 친근하게 풀어냈다.

특히 ‘세종은 왜 불경을 먼저 옮겼을까’라는 의문에 대해 “조선 초기 ‘억불숭유’라고 해서 불교에 대한 탄압이 말도 못하게 심했다”며 “그럼에도 세종은 불교에 깊이 빠져들어 <금강경>, <능엄경> 언해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세종은 맨 처음 소헌황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수양대군을 시켜 석가모니의 일대기를 담은 <석보상절>을 쓰게 했다. 이후 수양대군이 세조로 임금의 자리에 오른 후 불교경전의 언해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됐으며, 세조 8년 10권 10책의 <능엄경> 언해가 완성됐다. 저자는 “훈민정음이 나라의 공식문서로 쓰는 것은 물 건너간 일로 보고, 500년 이상 나라 종교로 일반 민중을 사로잡고 있는 불교경전을 쉬운 우리말로 번역해 한글사용의 울타리를 넓히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며 “더불어 백성들이 억울한 일을 당해도 한자로 재판의 판결문이 적히면 무슨 죄로 어떤 벌을 받는지 모를게 아니냐는 세종의 백성 걱정은 해례본의 정인지 글에도 고스란히 드러나있다”고 밝혔다.

70여 년을 우리말로 살아온 저자는 글쓰기와 편집, 어느 누구도 표현할 수 없는 세밀화로 완성한 <보리국어사전>을 편찬해 20만 명의 독자를 감동시켰다. 그동안 수많은 저작을 펴낸 그가 ‘우리말 이야기’로 펴낸 책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가 ‘위(胃)’라고 하는 낱말의 우리말은 ‘양’이다. “양껏 먹어라”라고 할 때, 양은 위의 우리말이다. ‘위 크기만큼 먹으라’는 뜻의 우리말이 힘센 중국의 말로 대체됐다. 그는 일제에만 우리말 우리 얼 말살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힘센 나라를 등에 업고 지배하려는 세력에 의해 우리말이 어떻게 사라지게 됐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단군신화>를 우리말로 해석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불교신문3223호/2016년8월10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