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들은 모두 

사랑한다고 말해야 한다

김재진 지음/ 꿈꾸는 서재

“마음에 탑 한 채 앉히고 사다. 내 안에 쏟아지는 저 별똥별 어쩌랴. 파도는 수중의 능을 지키고, 나는 내 안의 슬픔 하나 지킨다. 허공의 탑 한 채 애서 옮기듯, 슬픔도 바깥으로 옮겨야겠다. 새벽은 언제나 밤이 지나야 찾아온다.”

감은사는 신라 신문왕이 부왕인 문무대왕의 은혜에 감사하며 지었던 사찰이다. 동해 문무대왕의 능은 절 바로 앞에 있다. 현재는 터만 남아 있지만, 동탑 서탑이 남아 그 위상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탑에서 문무대왕의 마음을 읽는다.

스물한 살,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하면서 문단활동을 시작한 김재철 시인은 예순의 나이를 넘기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운 적도 없지만, 사람과 자연을 보는 따뜻한 감성은 “김재진 시인을 아는 사람들마다 깜짝 놀라는” 그림으로 완성되곤 한다. 내친김에 전시회까지 열었던, “나도 몰랐던” 그림 솜씨를 지녔단다. 

김재진 시인이 그린 감은사지.

김 시인이 여행길에서 만난 것은 사람 뿐 아니다. 전통의 문화와 역사이기도 하고, 작은 꽃 한송이, 길고양이도 있다. 때로는 막막한 모습도 지켜보며 그림으로, 시로, 글로 옮겨 담았다.

“불행의 원인을 찾는다고 소중한 순간들을 소모하는 동안, 행복한 순간 또한 따라서 소모된다. 국민소득으로 따지자면 지구에서 몇 번째로 가난한 나라인 부탄. 행복을 생각할 때마다 왜 그곳에 갔던 때가 떠오르는 것일까. 부탄은 국민의 97%가 행복하다고 말한다. 내가 찾았던 10년 전처럼 부탄 사람들은 가난해도 여전히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저자는 부탄을 다시 가고 싶다고 고백한다. 그곳에서 행복이란 뭔가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물처럼 여기는 것을 다시 배워오고 싶어서다.

저자의 마음은 손녀와의 대화에서도 묻어난다. 왜 꽃은 비를 맞아도 젖지 않느냐는 손녀의 물음에 “향기 때문이지. 아무리 어려워도 꽃은 향기를 팔지 않는단다. 그래서 젖어도 젖지 않는 것이란다.”

한편 한편의 글마다 따뜻한 그림이 함께 있는 책이다. 김양수 화백은 이 책에 대해 “새벽이슬로 쓴 동화같은 김재진 시인의 그림은 일상에 지친 우리 마음을 씻어내며 위로한다”고 평가했다.

[불교신문3223호/2016년8월10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