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현각스님의 비판에서 느껴지는 아쉬움 (4)

자현스님(중앙승가대 교수·불교신문 논설위원)
지금은 중·고등학교에서 급식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우리 때만 해도 점심하면 당연히 도시락이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은 한 반에 꼭 1-2명은 도시락 없이 포크겸용 숟가락 즉 포카락만 달랑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막강한 무기로 점심시간 내내 반을 휘젓고 다니면서 한 숟갈씩 얻어먹는다. 말 그대로 십시일반인데, 재미있는 결과는 이들이 가장 많이 먹게 된다는 점이다. 이런 풍경은 우리세대에는 또 하나의 정겨운 일상이었다.
 
그런데 만일 어떤 학생이 전학을 와서 이렇게 3년을 보낸 뒤에 졸업할 때가 돼서, ‘, 니들 음식은 더럽게 맛도 없는데, 내가 참고 먹어 준거야. 도저히 수준 떨어져서 못 먹겠는 걸, 토하려다 참고 먹어 줬으니 감사해라고 했다면 반 학생들은 어떤 기분이들까? 내가 현각스님의 비판에서 받은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
 
현각스님이 주목받은 것은 깨달음이 있어서가 아니다. 출가하자마자 무슨 깨달음이 있었겠는가? 그것은 단지 하버드를 졸업한 미국의 백인이라는 측면이 작용한 결과였을 뿐이다. 이것은 불교가 출가이전의 사회적인 모든 가치들을 버리고 출가해서, 새롭게 시작한다는 측면과도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불교는 이 눈 푸른 수행자를 우대하고 최고의 예우를 해주었다.
 
이 부분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 만일 현각스님의 국적이 미국이 아닌 인도나 스리랑카였다면 어땠을까? 또 백인이 아닌 흑인었다면, 우리가 현각스님을 그때처럼 평가할 수 있었을까? 또 만일 하버드가 아니었다면? 나는 전혀 그렇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이런 점에서 현각스님에게 하버드를 졸업한 미국인이라는 측면은, 도시락 싸오지 않는 아이의 포카락이었던 셈이다.
 
그런 현각스님이 25년이 지난 시점에서 갑자기 한국불교를 싸잡아 비판하며 매도했다. 요점은 한국불교는 유교적인 경직성 속에서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의 지적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이것은 도덕적인 사람이라면, 그것도 25년을 산 뒤에 할 말은 아니다.
 
나는 현각스님이 이 같은 말을 너무 쉽게 뱉어내는 것에 경악했다. 그것은 한국인과 한국불교를 얕잡아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각스님은 조선시대적인 정신교육에 치중되어 있는 한국불교에 합리주의 바탕에서 자랑했던[자라왔던] 서양사람들은(특히 서양 여자들) 보낼 수 있을까?”’라고 적시했다. 이는 전근대적인 한국불교와 서양의 합리성을 우열의 관점에서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것이 아닌가? 물론 이렇게 볼 수는 있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양식 있고 상대를 존중하는 사람이라면, 이것은 절대 입 밖으로 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왜냐하면 문화는 수평적인 가치이지 수직적인 우열의 대상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즉 현각스님에게 한국과 한국불교가 얼마나 가벼웠으면 이런 말이 쉽게 나온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이런 현각스님이 서구의 우월주의에 빠친 독단론자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또 현각스님은 문제가 있는 한국불교의 대안으로, 당신이 간여하고 있는 계룡산 국제선원(무상사)을 제시하였다. 이것은 한국불교 전체에 대한 모독이다. 물론 한국불교 역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점진적으로 고쳐 가야하는 뿐들이지 일거에 부정되는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특히 당신 역시 25년이나 한국불교에 몸담았던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런 식의 해법 제시는 전혀 타당하지도 올바르지도 않다.
 

현각스님의 서구 우월주의에 빠진 독선과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인해서, 한국불교는 제대로 된 논점이나 논쟁하나 없이 실로 어이없는 타격을 입었다. 무언가 뚜렷한 문제제기라도 있었다면 이를 계기로 비판과 반성이라도 있었을 텐데, 논점하나 없이 드잡이질만 하는 꼴이 된 것이다. 이점이야말로 이번 사건에서 가장 가슴 아픈 일이다. 또한 현각스님의 싸잡이식 비판과 매도는 대다수 성실하게 수행하는 스님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 이런 점에서 현각스님은 자신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 반드시 책임질 수 있는 자세를 보여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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