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미모·전국비구니회 ‘선학원 발전을 위한 분원장 워크숍’ 현장

“1962년 통합종단 이후 선학원은 재산관리에만 유의하는 기관으로 변질됐다. 요컨대 분원 연합체 성격에 머물렀다.”

선학원의미래를생각하는분원장모임과 전국비구니회가 2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선학원 발전을 위한 분원장 워크숍’을 열고, 선학원 설립 정신을 회복하고 올바른 사태해결을 위해서는 핵심주체인 분원장 스님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특히 워크숍에는 전국 100여개 분원의 스님들이 대거 참석해 ‘전국분원장 회의 촉구’의 의지를 모았다.

이날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는 ‘선학원의 역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한 발제를 통해 일제시대 선학원이 수좌 스님들과 선원들의 중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했지만, 지금은 재산관리에만 몰두하는 단체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이날 김 교수는 “과거 선학원은 선의 중심기관으로써 선수행의 진작 및 연구기능을 수행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면서 “선학원 이사회는 재산관리와 재단법인의 독자성만 강조하고 있을 뿐, 현재 선학원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에 대해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조계종과 선학원의 출범과 존립이 같은 기반에서 출발했음을 강조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1962년 창종된 것이 결코 아닌, 1910년대부터 근대불교의 종단 설립운동 및 교단체제를 계승한 유일한 종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선학원 이사회가 선학원이 1934년 출범했으므로 선학원이 조계종을 탄생시켰다는 아전인수 격의 역사해석은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일제는 사찰령 체제를 가동시키던 초기 한국불교의 종단을 허용, 인정치 않았다”면서 “선학원은 조계종단의 성찰과 정화운동, 재출발을 기할 수 있게 한 운동본부, 이념을 제공한 촉매제 등의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일제하 선학원이 수좌 및 선원의 수행활동을 외호하는 법인체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선학원은 각처 선원이나 수좌와 일체 연계를 갖지 않고 있고, 전국선원수좌회와도 동질적 의식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통합종단 이후 선학원은 재산관리에만 유의하는 기관으로 변질됐고 분원의 연합체 성격에 머물렀다”면서 “1970~80년대 새로운 불교 현장에서의 선학원 정체성 모호, 선학원이 정관에 규정한 취지의 사업보다는 분원의 등록·유지·관리에만 유의한 현실 등이 그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원장 들의 참여와 역할 확대를 위해서는 평의원회를 부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김 교수는 “선학원의 역사적 배경과 현재까지 유지해 온 주역, 주체 승려들의 출신, 연고 사찰 등을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면서 “선학원이 역사와 이념을 부인하고 배척한다면 역사적 사실과의 단절을 초래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재단법인의 운영 원리와 방법, 그리고 관련법’ 분석을 주제로 발제한 정인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도 “선학원 이사는 이사회에서 선출하는데, 전임 이사가 다시 후임 이사를 선출하는 것이 되풀이 되는 구조”임을 지적하며 “선학원 내 분원장을 비롯한 사부대중은 이사회 인적 구성이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뤄지도록 분원장들의 역량을 결집하고 이사회에 대해 이를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도 조계종과 선학원이 한 뿌리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분원장 스님들의 인식전환과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토론자로 나선 서재영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그동안 선학원은 종단으로부터 운영권에 대해 간섭받지 않고 분담금을 적게 내고, 사찰 재산권을 보호받는 것에만 안주해 왔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면서 “자연히 선학원의 사회적 역할과 요익중생하는 측면이 취약해 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역할을 하겠다는 자각이 없다면 설사 조계종으로부터 분리돼 독립 종단이 된다 할지라도 세상의 환영을 받을 수 없다”면서 “‘1962년 통합종단 이후 선학원이 재산관리에만 유의하는 기관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라고 제언했다.

중앙종회의원 주경스님도 애초 통합종단 출범 초기 잘 관리하지 못한 문제가 이제 분규와 탈종 사태에까지 이르게 되어 선학원과 조계종을 설립한 선사 스님들께 얼마나 큰 죄를 짓는 일이냐면서 정법과 정통 교단 정신이 바로설 수 있도록 양보와 타협을 통해 방안을 찾는 노력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미모 총무 심원스님은 분원장들의 의식이 깨어있지 못하면 이런 상황은 지속적으로 되풀이 될 것이라며 선학원의 중심이 바로 분원장과 창건주라는 주체의식이 깨어나야 하고, 대중공의를 수렴할 수 있는 전국분원장회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워크숍에 앞서 선미모 상임대표 법상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현재 선학원 소속 창건주 분원장 도제스님들은 조계종단과 선학원 이사회 갈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면서 “이 워크숍을 통해 선학원 중심은 바로 창건주와 분원장이라는 주체의식을 갖고 현안을 스스로 정확히 판단해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국비구니회장 육문스님도 수석부회장 효경스님이 대독한 인사말에서 “선학원 정관 목적에 ‘대한불교조계종 종지종통을 봉대한다’라고 명기돼 있었기에 비구니 스님들이 사찰을 창건해 선학원에 등록했다”면서 “무엇보다 비구니 스님들의 직접적인 삶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비구니 스님들이 힘을 모아 이 논쟁이 조속히 해결돼 수행정진에 전념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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