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머무신 8개 도시 <26> - 왐사국의 수도, 코삼비②

혼인을 거절한 양아버지

고사카는 재정관 자격 잃고

하루아침에 거리로 나 앉는다

사정을 알게 된 사마왓띠는

스스로 왕궁으로 들어가고

 

 

곧바로 지위를 회복한

고사카는 수행자들과 함께

스라바스티 기원정사에서

보름동안 머물며 법문을 듣고

부처님을 코삼비로

모셔올 것을 결심한다

어느 날 갑자기 마을을 휩쓴 전염병을 피해 고향을 떠난 사마왓띠는 코삼비의 빈민구휼소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연달아 잃고 고아소녀가 되었다. 사마왓띠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배식담당자 밋타는 그녀를 자신의 양녀로 삼았다. 밋타의 양녀가 된 사마왓띠는 빈민구휼소에 울타리를 설치하여 입구와 출구를 만들었다. 음식을 몇 번씩 타가거나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로 인한 고질적인 갈등과 다툼을 해결한 것이다. 사람들은 사마왓띠의 지혜로움에 크게 감탄하였다.

재정관의 양딸이 된 사마왓띠

코삼비에 빈민구휼소를 설치한 사람은 고사카 재정관으로 사마왓띠의 아버지 밧다왓띠야의 절친한 친구였다. 그는 밧다왓띠야와 그의 가족이 빈민구휼소에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매일 음식을 나눠주는 시간이 되면 구휼소에서 들려오던 소란스러운 다툼소리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들자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고사카 재정관은 배식을 담당하는 밋타를 불러 빈민들 사이의 다툼이 사라진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밋타는 최근에 자신이 양녀로 삼은 사마왓띠의 이야기를 하며 빈민구휼소에 울타리를 설치한 그녀의 지혜를 칭찬하였다.

밋타의 이야기를 들은 고사카는 사마왓띠가 바로 자신의 친구 밧다왓띠야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사마왓띠를 불러 다시 한 번 자초지종을 물었고 그녀의 신분을 확인하였다. 밋타에게 사정을 이야기 한 고사카는 사마왓띠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후 양녀로 삼았다. 전염병과 굶주림으로 부모를 잃고 음식을 구걸하던 고아소녀 사마왓띠는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의 친구인 코삼비 재정관 고사카의 양녀가 되었다. 고사카는 어질고 현명한 사마왓띠가 자신의 딸이 된 것을 기뻐하며 500명의 시녀에게 시중을 들도록 하였다.

사마왓띠는 예전처럼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지만 힘들었던 지난날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가난하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항상 친절을 베풀었고 언제나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았다. 사마왓띠가 있는 곳은 언제나 따뜻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로 가득했고 고사카 부부는 딸을 키우는 즐거움에 흠뻑 빠졌다.

 

우데나 왕의 첫 번째 왕비가 되고

그러던 어느 날 코삼비에서 큰 축제가 열렸다. 평소 외출이 자유롭지 않은 귀족 처녀들도 축제 기간에는 강으로 목욕을 하러 갈 수 있었다. 사마왓띠는 자신의 시중을 드는 500명의 시녀와 함께 강으로 목욕을 하러 갔다. 그때 왕궁의 창가에서 축제를 구경하던 우데나 왕은 시녀들과 함께 강가에 나온 사마왓띠를 보게 되었다.

강가에는 수많은 처녀들로 가득했으나 우데나 왕의 눈에는 사마왓띠만 보였다. 아름다움은 물론이요 그녀의 주변에 가득한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고 그만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사마왓띠가 고사카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 우데나 왕은 그에게 혼인을 허락해 달라고 청했다. 하지만 사마왓띠를 너무나 아꼈던 고사카는 간곡하게 거절하며 말했다.

“왕이시여, 만약 제가 사마왓띠를 보낸다면 사람들이 출세를 위해 딸을 이용한다고 할 것입니다. 저는 사마왓띠를 진정으로 아끼기 때문에 차마 그런 말을 들을 수 없습니다.”

혼인을 거절당한 우데나 왕은 분노하여 고사카의 재정관 자격을 박탈하고 군사를 보내 그의 집을 빼앗았다. 하루아침에 직업과 살 곳을 잃은 고사카는 거리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즐겁게 목욕을 마치고 시녀들과 함께 돌아온 사마왓띠는 고사카와 그의 아내가 초라한 몰골로 집 밖에 나와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고사카는 우데나 왕의 청혼을 거절한 것을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사정을 알게 된 사마왓띠는 스스로 왕궁에 들어갈 것을 결심하였다. 사마왓띠가 왕궁으로 향하자 그녀의 시중을 들던 500명의 시녀들도 함께 따랐다.

사마왓띠가 제 발로 자신을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우데나 왕은 크게 기뻐하며 그녀를 맞았다. 덕분에 고사카는 곧바로 재정관의 지위를 회복하였고 집도 되찾을 수 있었다. 오히려 그는 우데나 왕이 가장 신임하는 신하가 되었다. 이어서 우데나 왕은 코삼비의 모든 백성들이 보는 앞에서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사마왓띠를 첫 번째 왕비로 삼았다.

 

나무의 신이 지은 전생의 공덕

사마왓띠가 왕비가 되고 몇 달이 흘러 우기가 찾아왔다. 코삼비에는 아직 부처님의 발걸음이 닿지 않고 있었지만 수행자들을 존중하는 문화는 다른 나라에 못지않았다. 코삼비 부근의 히말라야 산에는 깨달음을 구하는 500명의 수행자들이 함께 모여서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고사카를 비롯한 코삼비의 재정관들은 우기가 되면 이들을 자신의 집에 차례대로 모시고 공양을 올렸다.

우기가 되자 히말라야 산에서 코삼비로 향하던 500명의 수행자들은 산 중턱에서 커다란 나무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그때 한 나이든 수행자가 목이 마르다고 생각한 순간, 마실 물이 나타났다. 다른 수행자가 배가 고프다고 생각하자 음식이 나타났으며 발을 씻고 싶어 하자 물이 나타났다. 이에 수행자들은 나무의 신의 덕과 위신력에 감동하여 그를 실제로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품었다. 그러자 나무의 신이 수행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나무의 신이여, 당신은 무슨 공덕을 지었기에 이처럼 큰 능력을 지니게 되었소?”

나무의 신은 자신의 공덕이 보잘 것 없다며 이야기하기를 꺼렸으나 수행자들의 거듭된 요청에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전생에 그는 수닷타 장자에게 고용된 일꾼이었다. 어느 날 기원정사에서 돌아온 수닷타 장자는 평소처럼 일을 하고 있는 그를 보고 다른 하인들에게 물었다.

“오늘이 포살 재일이라는 것을 이 사람에게 말해준 사람이 있는가?”

아무도 말해준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안 수닷타 장자는 하인을 시켜 그에게 저녁밥을 차려주라고 말했다. 일꾼은 포살 재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그 날이 되면 수닷타 장자와 그의 식솔들이 오후에는 식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다만 다른 날과 달리 그날 저녁은 아무도 식사를 하지 않고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여 하인들에게 무슨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부처님과 포살 재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일꾼은 자신도 이 규칙을 지켜서 작게나마 공덕을 짓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는 하루 종일 고된 노동을 하여 몹시 허기가 진 상태였기 때문에 갑자기 식사를 중단하자 속이 뒤집힐 것 같이 쓰려왔다. 그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수닷타 장자는 일단 몸을 먼저 생각하라며 음료수라도 마실 것을 여러 차례 권하였으나 그는 포살 재일의 규칙을 지키고 싶다며 끝내 음식을 거부하였고 결국 아침이 밝아올 무렵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 공덕으로 말미암아 나무의 신으로 환생한 것이었다.

 

부처님을 초청한 고사카

나무의 신에게 전생을 들은 500명의 수행자들은 부처님에 대한 이야기에 깜짝 놀랐다. 이들은 나무의 신에게 합장을 하고 진정으로 이 세상에 부처님이 계신지 묻고 또 물었다. 그렇게 세 번의 물음에도 나무의 신이 흔들림 없이 대답하자 이들은 부처님이 이 세상에 출현하신 것을 기뻐하며 곧바로 부처님을 찾아가기로 결심하였다.

히말라야 산에서 내려온 500명의 수행자들은 자신을 후원해주던 재정관들을 찾아가 나무의 신에게 들은 이야기를 빠짐없이 전해주었다. 그리고 부처님을 뵈러 가야하기 때문에 이번 안거에는 코삼비에 머물 수 없다고 말했다. 고사카를 비롯한 재정관들은 부처님이 출현하셨다는 소식에 찬탄하며 그들과 함께 가기를 원했다. 하지만 수행자들은 한시라도 빨리 부처님을 뵙고 싶은 나머지 공양을 마치자마자 기원정사가 있는 스라바스티로 떠났다. 마침내 기원정사에 도착한 수행자들은 부처님을 뵙자 감격하여 예배를 올렸고 법문을 듣고 아라한 과를 성취하였다. 그리고 부처님께 귀의하여 비구 스님이 되었다.

한편 코삼비의 재정관들은 부처님과 스님들께 올릴 공양을 준비하느라 나중에서야 기원정사에 도착하였다. 500대의 수레에 꿀, 버터, 가사 등을 가득 싣고 기원정사를 찾은 재정관들은 보름 동안 머물며 부처님의 법문을 들었다. 보름째 되는 날 나란히 수다원 과를 성취한 재정관들은 부처님께 예배하며 코삼비에도 와주실 것을 청했다. 부처님이 이들의 청을 수락하자 고사카 재정관은 기뻐하며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이제 저희들은 코삼비로 돌아가 부처님과 스님들이 머물 사원을 짓고 거처를 마련하겠습니다. 사원이 완성되면 사람을 보내 부처님을 모셔오겠습니다.”

[불교신문3221호/2016년7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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