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고

성엄스님 지음 대성 옮김/ 탐구사

 

현대인에 알맞은 선 수행 지침서

업과 인연의 도리를 믿고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부지런히 일해서 일을 이루세요

어디에 있든 만족할 줄 알 때

삶을 충만하게 살게 됩니다

대만 법고산사 스님들의 대중공양인 발우공양 모습. 중국 선불교를 세계에 전한 성엄스님이 창건한 사찰로, 대만을 대표하는 사찰 가운데 한 곳이다.불교신문 자료사진

“생사윤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결코 낮이 오지 않는 영원한 밤 동안 계속 꿈을 꾸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꿈은 아름답고, 어떤 꿈은 무서우며, 어떤 꿈은 그냥 혼란스럽고 뿌옇습니다. 그 많은 꿈들 중에서 좋은 꿈이 가장 드뭅니다.”

생사에 대해 부처님은 찰나의 꿈과 같다, 머리에 불이 붙은 것과 같이 시급한 일이라고 하셨다. 이에 대해 대만 법고산사 성엄선사는 ‘꿈’으로 비유한다. 또 ‘큰 해탈에 이를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한다. 성엄스님이 삶과 수행에 대한 길잡이가 될 가르침을 182개 주제로 정리해 단행본으로 소개했다.

이 책은 중국 선불교를 세계에 알린 대만의 성엄선사가 선의 전통과 선 수행의 원리를 설명하고 선 수행의 자세와 수행 과정상의 문제와 해법 등을 설명한 수행 지침서다. 스님은 대만을 대표하는 선지식으로 불법(佛法) 전반을 아우르는 해박한 지식과 치열한 수행을 통한 깊은 깨달음을 갖췄다. 미국과 대만을 오가며 동서양의 많은 사람을 가르친 스님은 현대인들의 상황에 맞게 불법을 응용하되 대승불교의 근본 바탕을 오롯이 되살리면서 선 수행을 현대화하는데 앞장섰다.

스님은 1930년 상하이 외곽의 농촌에서 태어나 13살에 출가했다. 공산주의자들이 중국 대륙을 접수하던 1949년 대만으로 건너가서 공부와 수행을 계속했다. 1963년부터 6년간의 폐관 수행을 했으며, 끝난 뒤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릿쇼대학에서 불교 문헌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 후로는 출가자들에 대한 엄격한 교육의 전통을 되살리면서 정진하다 2009년 열반에 들었다.

이 책은 선 수행의 전통과 특색, 그것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와 그 실천방안을 다각도로 제시한 지침서이다. 제1부가 선의 전통과 원리를 논의하고 있다면 제2부는 간결한 잠언 형태로 정리된 수행의 지침과 조언들로 이뤄져 있다. 제1부에서는 선 수행의 이론적 기초를 다지고 제2부에서는 올바른 선 수행 자세와 수행상 문제들에 대한 해법을 배울 수 있다.

“여러분은 불교도로서 업과 인연의 도리를 믿어야 합니다. 삶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부지런히 일해서 일들을 이루십시오. 여러분이 어디에 있든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남들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 주의 깊게 처신하십시오. 그럴 때에만 삶을 참으로 충만하게 살게 될 것입니다.”

올바른 믿음을 바탕으로 바른 수행을 할 때, 삶도 바르게 나가는 것이 아닐까. 성엄스님은 제2부에서 영어 원문과 함께 제시하여 독자들이 원문과 대조해 볼 수 있게 했는데, 이는 선불교의 세계화 속에서 불교도들이 영어로 접근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는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스님의 지견(知見)과 안목을 배울 수 있는 수준 높은 법문들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선을 닦는 사람들이 올바른 수행관을 정립하고 이를 일관되게 실천할 수 있게 많은 실용적 조언과 지침들을 포함하고 있다. 수행에 대해 자력과 타력신앙에 대해 스님은 이렇게 설명한다.

“불교는 깨침 이전에 자기 수행을 강조합니다. 우리가 내재된 불성을 계발하고 드러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불보살님의 자비로운 서원 덕분에 어떤 이들은 타인의 힘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타인의 힘에 전적으로 의지하면 미신적 태도이고, 자신의 힘에만 의지하는 것도 지혜롭지 못합니다. 자력과 타력은 서로 지지해주고 도움이 돼야 합니다. 자신의 힘으로 타인의 힘을 유발하면, 그 힘은 다시 나의 힘을 강화해 줍니다.”

하나하나의 법문은 짧으면서도 강한 울림을 준다. 이는 치열한 수행의 결실이며, 자비와 지혜를 가득 담아 울려 퍼지는 스님의 ‘진리의 북소리’이다.

[불교신문3221호/2016년7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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