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전각마다 기도 끊이지 않는 환희 도량

‘100만배 200일 정진’ 이어

각 전각마다 기도소리 울려

매월 셋째주엔 철야 3000배

 

‘우금예술제’로 지역과 소통

장학금 쌀 전하며 자비실천

전차만들기로 템플 특화해

개암사 대웅보전 등 각 전각마다 기도를 올리는 불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전북 부안 능가산 기슭에 위치한 개암사. 백제 무왕 35년(634년)에 묘련스님이 창건한 천년고찰로 조계종 제24교구본사 선운사의 말사이다. 사찰의 이름을 ‘개암(開巖)’으로 부르게 된 배경은 뒷산 정상에 위치한 우금바위의 전설과 관련된 것으로 여겨진다.

마한의 효왕 28년에 변한의 문왕이 진한과 마한의 난을 피해 도성을 쌓았는데 동쪽을 묘암, 서쪽을 개암이라 했다. 이 두 바위를 멀리서 바라보면 ‘바위가 문을 열고 있는 형상’으로, 절의 이름을 개암사라 했다. 이후 문무왕 16년(676년)에 원효대사와 의상대사가 우금바위 아래 우금굴에 머물면서 암자를 지어 원효방이라 칭했다. 원효방은 조선후기까지 개암사의 산내암자로 유지되면서 수많은 시인 묵객들의 시에도 등장했다. 그 중 이매창은 개암사와 각별한 인연이 있다. 그녀는 조선의 대표적인 여류시인으로 생전 개암사를 자주 찾아 시적 영감을 얻었다. <삼국유사> 등 역사문헌에는 진표율사가 개암사 부속암자인 부사의방장(不思議方丈)에서 참선 득도한 기록이 남아 있다.

암사 템플스테이 모습

개암사에는 명물이 있다. 우금바위, 대웅보전의 귀공포(처마 모서리), 매화나무·벚꽃이 그것이다. 능가산 정상에 위치한 우금바위는 절집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대웅보전 내 천장에는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것 같은 용들과 함께 연꽃 위에서는 봉황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매년 봄이 되면 개암사 경내에 피는 수령 400여 년의 매화나무 ‘개암매’와 마을 초입부터 개암사 일주문까지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 터널도 장관이다.

개암사는 고려시대 송광사 출신의 원감국사가 절을 중창해 가람의 면모를 갖추었다. 고려 말과 조선 초를 거치면서 폐허가 됐으며 조선 태종 1414년 주지 선탄스님에 의해 중수됐다. 이후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다시 폐허가 됐다. 인조 15년 1536년 계호대사가 대법당을 중건한 후 주변 암자를 이어 대가람을 이뤘다. 이때 중창된 전각 중 현존하는 것은 대웅보전이 유일하다. 개암사는 영산회괘불탱 및 초본(보물 제1269호), 응진전 16나한상(전북유형문화재 제179호), 청림리 석불좌상(전북유형문화재 제123호) 등 다수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오랜 역사를 가진 개암사지만 천년고찰의 명성이 무색할 정도로 지역에서의 이름은 높지 않았다. 이런 척박한 상황 속에서 주지 재안스님의 부임은 사찰 변화의 기폭제가 됐다. 스님의 100만배 회향 원력에 힘입어 신도들도 수행풍토 쇄신에 동참하며 기도 수행도량의 명성을 회복했다. 현재 대웅보전에서는 2000일 회향을 목표로 기도가 진행 중이며, 관음전에서는 1000일 기도가 이어지고 있다. 아침·저녁으로는 각 전각마다 예불이 진행되고 있다. 나한전과 지장전에서는 주지 스님이 직접 기도에 참여한다. 다른 사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다. 여기에 초하루법회를 비롯해 관음·지장기도, 신중기도, 백중기도, 입춘·동지기도 등 정기적인 법회나 기도 외에도 사찰이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기도프로그램은 기도도량으로서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찰 전경

해마다 입시철이 되면 전국 각지에서 합격을 기원하는 수험생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국가고시나 공무원 임용고시, 취업 등 시험을 앞둔 이들의 합격발원도량으로도 회자되고 있다. 실제로 개암사에서 기도를 하고 가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니다.

재안스님의 100만배 회향 원력이 기반이 된 ‘주지 스님과 함께하는 3000배 철야정진’은 명실공히 기도도량으로서 사찰의 면모를 확고히 하는 수행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매월 셋째 주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박2일간으로 진행되며, 첫날 오후8시부터 다음날 새벽4시까지 이어진다.

개암사는 지역사회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불교의 자비사상을 실천하고 있다. 어려운 사중살림에도 지속적인 자비나눔 실천을 통해 종교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재안스님은 주지 부임 첫 해인 2012년부터 변산반도국립공원과 고창종합사회복지관 어르신 이용객들을 위해 백미를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해마다 다문화가정 자녀와 소년소녀가장, 변산반도국립공원 홍보대사 학생을 위한 장학금 보시로 인재불사에도 진력하고 있다.

지역 기관과의 상호 유대를 통한 공익활동과 지역민과의 소통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2014년 12월 국립공원관리공단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와 MOU를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부안군 상서면사무소와 업무협약을 갖고 지역 내 공익활동, 복지 및 문화 증진 등에 대한 공동사업을 수행하기로 했다. 매년 우금문화예술제를 개최해 지역민과 소통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사찰 인근 개암동 벚꽃축제와 연계해 호응을 얻고 있다. 개암사 템플스테이는 변산반도의 수려한 자연과 함께 우금바위의 영험한 기운, 싱그러운 녹차밭이 마음까지 정화해 주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 매년 인기를 모으고 있다.

템플스테이는 휴식형인 ‘산사유거’와 체험형을 연중 운영하고 있다. 주요 프로그램은 전차(錢茶) 만들기, 우금암 트레킹, 차담, 심리치유 프로그램(놀이, 그림), 요가 등이다. 특히 도량 아래에 위치한 차 밭에서 직접 찻잎을 따 건조하고 찧고 덖는 일련의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전차 만들기는 호응이 높은 편이다. 개암사는 천왕문 건립에 이어 누각을 비롯해 공양간, 종각, 차문화 체험관 건립 불사로 대대적인 도량 정비에 나선다. 차문화 체험관을 제외하고 빠르면 내년 착공할 예정이다. 누각은 대중법회와 음악회, 세미나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계순 공양주 보살은 “사찰을 수호하고 있는 우금바위가 마치 부모님의 품처럼 포근함을 느끼게 한다”며 “많은 분들이 개암사를 찾아 힐링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도 안여정 보살도 “목탁과 기도소리가 끊이지 않는 기도도량이 바로 개암사”라면서 “절에 오면 환희심이 절로 난다”고 미소를 지었다.

개암사 주지 재안스님

[불교신문3221호/2016년7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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