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발에 긴 눈썹의 아라한

십육나한도 중 일부. 사진출처=국립중앙박물관(www.museum.go.kr)

나한은 아라한의 준말로, 존경할만한 사람, 공양을 받을만한 수행자를 뜻한다. 불제자가 오를 수 있는 최고의 경지에 이른 이를 가리키기도 한다. 사찰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는 나한전 혹은 응진전에 부처님 제자들이 있는데 그곳에 나한이 조각상 또는 불화로 봉안돼 있다. 석가모니부처님을 본존으로 십육나한이 조성돼 있는 것이 일반적이며 오백나한을 모신 곳도 있다.

십육나한도는 현장스님이 한역한 <대아라한난제밀다라소설법주기(大阿羅漢難提蜜多羅所說法住記, 이하 법주기)>를 토대로 그려졌다고 한다. 경전에 따르면, 부처님께서 반열반에 드신 지 800년 후 스리랑카 바사닉왕 도성에 난제밀다라(難提蜜多羅, 한역 경전에서는 경우존자라고도 한다)라는 아라한이 있었다. 열반을 앞둔 그가 슬퍼하는 대중들을 위해 부처님께서 설한 <법주경(法住經)>을 해설하는데, 무상법을 부촉 받은 열여섯 명의 아라한에 관한 내용이다.

열여섯 명 아라한의 이름을 보면, 첫 번째 존자가 빈도라발라타사, 두 번째 존자는 가락가벌차이고 세 번째 존자는 가락가발리타사, 네 번째 존자는 소빈타, 다섯 번째 존자는 낙거라이다. 여섯 번째 존자는 발다라, 일곱 번째 존자는 가리가, 여덟 번째 존자는 벌사라불다사, 아홉 번째 존자는 수박가, 열 번째 존자는 반탁가였다. 열한 번째 존자는 라호라, 열두 번째 존자는 나가서나, 열세 번째는 인게타, 열네 번째는 벌나파사, 열다섯 번째는 아씨다, 열여섯 번째는 주도반탁가존자이다.

이 가운데 경전에 자주 등장하는 아라한은 제1존자인 빈도라발라타사이다. 빈두로존자라고도 불리는데, <양고승전(梁高僧傳)> 권5 ‘의해’편 도안스님에 대한 기록에서 빈두로존자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도안스님은 여러 경전에 주석을 달면서 이치에 합당하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자신의 주석이 이치에 맞다면 상서로움이 나타나길 서원했는데, 어느날 꿈에 머리가 하얗고 눈썹이 긴 서역의 도인이 나타나 도안스님이 단 주석이 이치에 합당하다며 서로 도와 불법을 널리 전하자는 말을 남겼다. 이후 <십송률>에 주석을 단 도안스님은 꿈에 나타난 도인이 빈두로존자임을 알았다”는 내용이다.

빈두로존자처럼 백발에 긴 눈썹을 한 나한은 불화나 불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속 불화는 조선후기 서울경기에서 활동한 화승 긍법스님과 계웅스님 등이 그린 십육나한도의 일부분이다. 세로 104.1cm×가로 188.6cm 화폭에는 5명의 나한이 있다. 이에 대해 신광희 동국대 박사는 <한국의 나한도>에서 “빈두로존자는 십육나한의 속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석가모니불로부터 열반에 들지 말고 이 땅에 머물며 중생들을 이롭게 하라는 수기를 받았는데 이는 <법주기>에 언급된 십육나한의 본질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또 “빈두로존자는 백발에 긴 눈썹과 수염을 지니고 있는데 빈두로존자가 십육나한의 개념형성의 토대가 됐을 가능성을 짐작케 한다”고 밝히고 있다.

[불교신문3221호/2016년7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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