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는 종단에서 고생을 가장 많이 하는 기구로 정평이 나 있다. 사회에서 관심 갖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오체투지, 삼보일배를 하며 맨바닥에 엎드리는 일쯤은 예사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거나, 흙탕물에 옷이 젖든 말든, 사람들이 쳐다보거나 수군대도, 약자를 위한 곳이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채 5명도 안 되는 인원으로 현장에 나서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깝고 또 안쓰럽다.

이번 달은 유독 더 그랬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서도 사회노동위는 세월호 인양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모습을 보다 못해 광화문 광장으로 나왔다. 가만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 후끈 달아오른 아스팔트 위에 서서 72시간 동안 뙤약볕을 고스란히 맞으며 108배 릴레이를 하는 모습은 감동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열흘 뒤에는 진도 팽목항으로 갔다.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가족을 보고 싶어하는 미수습자 가족을 배에 싣고는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2시간 동안 목이 쉬도록 미수습자들의 이름을 불렀다.

종단의 사회 활동을 말할 때 사회노동위를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러나 고생하는 만큼 큰 대가나 관심을 받지는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종단에서는 사회노동위가 으레 ‘고생하는 곳’, ‘몸으로 때우는 곳’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불교의 사회적 참여를 늘리자’는 열망과 달리 실천 현장에 참여하는 스님과 재가자들이 워낙 적은 탓에, 언제부터인지 사회노동위 스님과 실무자들은 ‘우리는 일당백’이라는 말이 입에 붙었다.

불교의 사회실천 현장에 나가면 규모부터 다른 타종교와 종종 마주친다. 광화문 72시간 기도 때는 얼핏 봐도 수십 명은 돼 보이는 신부복과 수녀복을 입은 이웃 종교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곳에서 사회노동위는 10명도 채 안 되는 인원으로 3박4일 동안 집에도 한번 들어가지 못하고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릴레이 기도를 겨우 해냈다. 그들이 흘린 땀방울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저들의 헌신을 너무 당연하게만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불교신문3221호/2016년7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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