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석고 전통등 전수교육 현장

정부지원으로 일선학교서 시행

특활 아닌 정규수업 확장 기대

“국민 문화유산으로 계승 계기”

지난 15일 의정부 영석고에서 진행된 전통등 만들기 수업에 열중하고 있는 학생들.

국민축제로 자리한 지 오래인 부처님오신날 연등회(燃燈會). 수십만 명의 내외국인이 서울 도심에 운집해 손에 든 연등으로 밤하늘을 밝히는 풍경은 누구에게나 흥겹고 익숙하다. 특히 2012년 국가의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연등회의 가치는 더욱 커졌다.

무엇보다 무형문화재에 등재되면서 연등을 불교만의 상징이 아니라 한국의 문화유산으로 계승 발전시킬 길이 열렸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 연등회 보존위원회는 올해부터 한국문화재재단 및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이하 대불련)와 공동으로 전통등 전수교육을 실시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공식적으로 일선 학교에서 등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금년부터 종립학교인 영석고와 일반학교인 서울디자인고에서 시범운영한다. 연등회 보존위원회에 따르면 1년에 2시간씩 8회에 걸쳐 총 16시간을 이수하면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지난 15일 의정부 영석고등학교에서 진행된 전통등 만들기 수업을 찾았다. (사)파라미타청소년연합회 영석고 분회 소속 학생 40여 명이 법당인 정심원에 모였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한껏 들뜰 만하지만 수업에 참여한 청소년들의 모습은 매우 진지하다. 이날 만든 전통등은 수박등. 정사각형의 철골에 수박모양의 한지를 붙이고 붓으로 씨를 나타내는 검은 점을 찍는 게 제작과정이다. 안에 전구를 넣으면 스탠드로도 사용할 수 있어 실용성도 뛰어나다.

수업 진행은 대불련 활동가인 이현진ㆍ이효정 씨가 맡았다. 15년 이상 대불련에 몸담으면서 오래도록 연등을 만들어온 만큼 전문가급이다. “모서리에 미세한 칼집이 있죠? 칼집이 등 모양이 곡선으로 부드럽게 꺾일 수 있도록 도와줄 거예요. 접착제는 뭉치지 않도록 빗자루로 쓸 듯이 붓으로 쓸어서 칠하면 됩니다.” 마이크를 든 이효정 씨가 전체적인 과정을 설명하고 이현진 씨가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며 개인지도에 열심이다.

정심원에는 여느 법당처럼 많은 연등이 걸려 있다. 대다수는 교법사들과 학부모들이 만든 등이다. 곧 연등 만들기는 학생들에게 첫 경험이다. 영석고 파라미타 학생회장인 손지찬(2학년, 법명 도신) 군은 “등을 밝히거나 등을 들고 걸어본 적은 있어도 내 손으로 연등을 만들어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멋지고 깔끔하게 만들어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으로 평생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전통등 전수교육은 불교문화의 확장성에 이바지한다. 사찰만의 풍속이나 연등회 기간 외국인들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라, 정식교육 현장에서 연등이 주목받게 됐다. 우인보 영석고 교법사는 “특별활동 수업만이 아니라 미술 정규수업시간에도 연등 만들기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교 차원에서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박상희 연등회보존위원회 전문위원은 “미래세대가 전통등을 직접 만들어보며 그 아름다움과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만큼 불교의 사회적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불교신문3221호/2016년7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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