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조혜명 이은 주인공들

사진출처=국립중앙박물관 (www.museum.go.kr)

부처님 입멸 후 지금까지 그 가르침이 전해질 수 있었던 것은 제자들 덕분이다. <마하승기율> 제32권에 따르면 가섭존자가 중심이 돼 500명의 아라한이 왕사성 칠엽굴에 모여 부처님 가르침을 정리했다. 다문제일(多聞第一)이라 불리는 아난존자가 경을, 지계제일(持戒第一) 우파리존자가 율을 결집했다고 한다. 경전 속에는 부처님 제자들이 자주 등장하는 데 이 가운데 10대 제자가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다.

김은선 대전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의 ‘토함산 석굴 십대제자상의 연구’에 따르면 2세기 중엽~3세기 초엽에 성립된 <유마힐소설경>은 10대 제자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최초의 경전이다. <유마경> ‘제자품(弟子品)’에서 부처님은 유마힐 장자가 몸져누웠다는 소식을 듣고 제자들을 불러 문병을 하라고 했다. 그 때 부처님께서 차례로 부른 제자들을 보면 사리불(舍利弗) 대목건련(大目楢連) 대가섭(大迦葉) 수보리(須菩提)와 부루나(富樓那) 마하가전연(摩訶迦移延) 아나율(阿那律) 우바리(優波離)와 라후라(羅候羅)와 아난(阿難) 존자 순이다.

10대 제자는 불교미술에도 종종 확인되는데, 가장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아난과 가섭이다. 부처님 좌우로 머리가 희끗희끗한 제자와 상대적으로 젊어 보이는 비구 스님의 모습이 보이면 가섭과 아난을 상징하는 것이다. 10대 제자가 모두 등장하는 대웅전과 같이 석가모니불을 주존으로 모신 법당의 영산회상도가 대표적이다. 영취산에서 설법하는 부처님을 묘사한 그림 속에는 설법을 듣는 제자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불화 속에서 부처님을 중심으로 좌우에 각각 5명씩 10명의 스님이 보이면 10대 제자라고 추정이 가능하다.

위 그림은 중종(中宗)의 다섯 번째 아들인 덕양군(德陽君)의 장남 이종린(李宗麟, 1538-1611)의 발원으로 1562년 함창 상원사에 조성된 사불회도 중 일부다. 아미타불, 약사불, 석가모니불과 미륵불 등 4분의 부처님을 그린 불화인데, 향좌측 하단 석가모니불 주변으로 10대 제자가 함께 등장한다.

석굴암 주실에서도 10대 제자를 만날 수 있다. 본존불을 중심으로 벽에 조각된 10대 제자들은 서역인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손잡이향로를 들고 있거나 경권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부조와 제자의 이름을 정확하게 짝지을 수는 없지만 10명의 비구가 곧 10대 제자임을 짐작할 수 있다.

<불설관정경(佛說灌頂經)> 제8권에서 부처님은 10대 제자에 대해 “각기 위덕이 있고 지혜가 동등하게 모두 제일이다. 내가 이제 그들을 결집하리니, 각기 그 위신(威神)을 드러내어 모든 사부대중들을 보호할 것이다”라며 일일이 호명한다. 또 “만일 사부대중들의 제자들이 사악한 것들에게 잡히면, 모두 이들의 명호(名號)를 불러야 할 것이다. 그러면 그 사람들을 위해 근심을 없애 주고 모든 액난을 없애 주리니, 만사(萬事)가 길상하리라” 하고 말씀하셨다.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액난이 사라지는 10대 제자가 불교미술에 자주 등장하는 것은 놀랍지 않다.

[불교신문3219호/2016년7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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