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비밀

자현스님 지음/ 조계종출판사

절집 생활 이야기를 통해

불교에 대한 궁금증 해소… 

 

승복은 우리 민족 입던 한복에

값싼 염료인 먹물로 물들여

청빈의 정신을 살린 것이다

 

농경문화권에서 농부보다 빨리

일어나 활동하는 것이 수행자

새벽 3시 기상은 우리 문화 

사찰에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여러 생활양식이 존재한다. 월정사 교무국장, 중앙승가대 교수로 활동하는 자현스님이 그 비밀의 공간을 소개한다. <스님의 비밀>은 스님들의 삶의 모습이면서, 또한 어떤 삶이 느리면서도 행복한 삶인가를 보여주는 책이다.

“승복은 정확하게는 불교가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우리 민족이 입었던 한복일 뿐이다. 다만 옷감을 먹물로 염색해 회색빛이 나게 한 것이다. 승복에 먹을 사용하는 이유는 첫째, 인도불교 가사는 특정한 색을 무너트린 혼탁색이기 때문이다. 즉 회색 승복에는 인도불교의 가사 정신을 계승하려는 측면이 있다. 둘째, 먹이 염료 중 가장 구하기 쉽고 값이 싸기 때문이다. 과거에 염료는 비싼 물품이었다. 청정성을 강조하는 불교에서 값싼 염료인 먹을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사찰에서는 오신채, 마늘·파·부추·달래·흥거를 사용하지 않는다. 흥거는 우리나라에 나지 않는다. 파는 파미르 고원이 원산지다. 우리가 부르는 ‘파’도 파미르 고원의 파에서 유래했다는 설명. 그런데 왜 오신채를 쓰지 않는 것일까. 스님은 “오신채는 향이 강한 향신료다. 대중생활을 하는데 강한 향은 피해를 줄 수 있다. 또 음식맛을 살려 음식을 탐하는 마음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유를 설명한다.

범어사 승가대학의 아침. 새벽 예불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님들로부터 산사의 하루가 시작된다.

자현스님은 여러 문헌을 고증해, 사찰의 일상 문화에 대해 설명한다. 일례로 왜 사찰에서 새벽 3시에 일어나는가. 부처님께서 밤 9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3시에 일어나셨기 때문에 이 문화가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당나라 현장스님이 인도에 가서 오전 6시에 일어나셨다고 정정을 했지만, 귀국 후에 이를 시정하려 하지 않았다고 한다.“농경문화가 발달한 동아시아는 부지런한 풍속이 있었다. 모범이 되어야 할 종교인이 농부보다 늦게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밌는 사실은 새벽 예불 문화가 현대 개신교를 자극해 교회에서도 새벽기도를 올리게 됐다는 점이다.”

자현스님은 또 스님의 소임, 행자의 하루와 수계과정, 구족계를 받고 정식 스님이 되는 과정과 전문교육과정, 불교의 의결제도인 대중공사 등을 설명한다. 이를 시작으로 산사의 하루 일과와 입적까지 스님의 일생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불교 여러 종단의 차이점도 정리했다.

스님은 또 사찰에 가면 왜 밥을 줄까, 종은 왜 아침에 33번 오후에 28번을 치나, 스님들도 육식이나 결혼이 가능한가, 절은 왜 세 번을 하는가 등 의례와 관련한 설명을 한다.

“유교의 제사는 돌아가신 분께 음식을 올리는 것이 핵심이다. 그래서 ‘제(祭)’라는 글자는 고기를 나타내는 ‘육달 월(月)’에, 거기를 여러 곳에 많이 놓았다는 의미의 ‘또 우(又)’, 혼령이 와서 본다는 ‘보일 시(示)’로 이뤄진다. 그러나 불교의 ‘재(齋)’는 ‘삼가 재계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유교의 제사와 불교의 재는 완전히 다르다. 스님은 원칙적으로 제사를 지낼 필요가 없다. 깨달았으면 윤회를 벗어났기에 제사가 필요없고, 깨닫지 못했더라도 윤회를 했으므로 헛제사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님의 추모재는 문도들이 모여 그 스님의 정신을 기리는 기념일이다.”

불교에는 우리나라의 문화양식이 고스란히 숨어 있다. 이런 문화를 알고 사찰을 보면 과거 우리 조상의 생활양식이 보이며, 불교의 정신과 가르침을 확인할 수 있다. <스님의 비밀>은 일반인이 잘 모르는 불교의 생활문화, 특히 스님들의 생활방식을 통해 불교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자현스님은 동국대 철학과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미술사학 철학 역사학 등 다수의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중앙승가대 불교학부 조교수로 재직중이며, 월정사 교무국장, 조계종 교육아사리,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120편 이상의 논문을 한국연구재단 등재지에 수록하는 등 활발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불교신문3213호/2016년6월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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