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신흥사 전통문화 한마당 축제 현장, "종교 초월 세대 통합"

올해 아흔둘 연세에도 꼿꼿한 정화숙 할머니는 ‘설악 청소년’들이 댄스실력을 선보인 무대에 직접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백담에서 왔구만요. 노래도 참말로 잘하고 춤을 하도 잘 춰서 손발도 안보이고 정신이 없네요. 죽지않고 살아있응께 이런 신세계를…. 우리 강아지새끼들 힘내라고 할미가 찹쌀 인절미랑 오미자 갖고 왔응께 많이많이 묵고 놀아요.”

양양 속초 고성에서 춤꾼으로 이름날리는 청소년들은 정 할머니가 단상에서 내려올 때까지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다. 할머니를 비롯해 백담사 관음회 소속 20여명의 보살님들은 쉴틈없이 인절미를 썰고 오미자를 따라주면서 축제의 흥을 돋웠다.

지난 18~19일 조계종 제3교구본사 신흥사(주지 우송스님) 주최로 속초종합경기장에서 열린 ‘2016 전통문화 가족한마당 축제’는 신흥사배 축구대회를 메인행사로 다채로운 문화축제로 열려, 명실상부한 강원도 여름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설악 청소년 가요 댄스 경연대회’는 지역 청소년들이 적극 동참하고, 흥미로운 무대를 연출함으로써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일등공신. ‘춤생춤사’, ‘유니크’, ‘파란만장’ 등 결선에 오른 13개팀 가운데 최고상인 대상은 10인조 그룹 ‘연골’이 차지했다.

‘연골이 다 부서지도록 춤춘다’는 연골팀의 신승연(속초고 3)군은 “신흥사 주지 스님이 상금으로 주신 100만원으로 일단 맛있는 것도 사먹고 그룹에 필요한 물품도 구입할 예정”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금상으로 상금 50만원을 거머쥔 5인조 혼성팀 ‘속초사랑’의 신소영(설악고 3)양은 “상금을 10만원씩 나눴는데, 예쁜 옷을 사러 갈 생각”이라며 “너무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수상의 기쁨으로 삼삼오오 모여앉아 즐거움을 나누고 있을 무렵 신흥사 기획국장 혜담스님은 “식기 전에 어서들 도시락을 가져다 먹으라”며 아이들 먹거리를 챙기느라 진땀을 흘렸다,

이 날 신흥사 전통문화축제는 염주꿰고 단청문양과 달마도 그리고 연꽃등 만드는 등 불교문화체험부스 뿐만아니라 평창동계올림픽을 겨냥한 스포츠체험부스들도 인기를 끌었다. 어린이 전용 거대풍선 놀이공원도 하루종일 아이들로 북적였다. 특히 속초경찰서와 해양경찰서, 군부대 102기갑여단 등에서 마련한 7억 상당의 최첨단 과학수사대 버스를 통해 현대식 장비를 공개하고 군인장비와 전투복을 체험할 수 있도록 펼쳐놓은 부스는 축제 참가자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인기덕에 군인에 대한 젊은이들의 관심도 남달랐다. 경찰관 캐릭터 인형을 머리에 쓰고 아이들과 어울린 의무경찰 남호윤씨는 “이런 축제에 나와서 시민들과 직접 호흡하고 사진찍고 웃고 즐기는 시간이 정말 좋다”며 “피곤한지 모르겠다”며 즐거워했다.

이외에도 신흥사가 설악산국립공원과 손잡고 연 ‘국립공원 사랑 글짓기 및 사상대회’는 꿈과 풀꽃, 6월을 주제로 글짓기대회를 열고 우리가족 부처님 불상 등을 주제로 한 그림대회는 신흥사 경내에서 뜨거운 호응 속에서 이뤄졌다.

신흥사가 운영하는 반야어린이집 아이들은 하루종일 참가시민들과 더불어 윷놀이를 했고 ‘블랙밸트 시범단’은 태권도를 시연했다. 원주 1군사령부 의장대가 선보인 군악대 연주는 축제의 품격을 높여줬고, 50~60대로 나뉜 축구대회는 승패를 떠나 경기장을 뜨거운 함성으로 채워줬다. 어르신투호대회, 불교문화 퀴즈대회, 우리집 가훈쓰기, 케릭커처, 페이스페인팅 등도 인기리에 열렸다.

경품권 행사는 1등 엑센트 자동차와 김치냉장고 세탁기 LED텔레비전 컴퓨터 고급 자전거 등이 상품으로 수여된다. 오수진(22, 서울 강남)씨는 “남자친구랑 100일 사귄 기념으로 속초에 놀러왔는데 이런 문화행사에 참여하게 되어 기쁨이 두배”라며 “소중한 추억을 많이 갖고 간다”고 했다. 속초에서 30여년을 살았다는 김여진(57)씨는 “우리 고장에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신흥사와 불교계 스님들에게 특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개회식 행사 뿐만아니라 축제부스를 일일이 돌면서 실무자들을 격려하고 시민들과 소통한 신흥사 주지 우송스님은 “날씨가 흐려서 사람들이 많이 오지 않은 것 같아 아쉽지만, 우리 아이들이 가장 즐겁고 재미있게 놀고 즐길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직접 지갑을 열어 행복바리미에도 동참하고 경품권 추첨 도장을 팔목에 찍는 등 시민들과 친근한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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