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그림, 스님에 빠지다

조정육 지음/ 아트북스

부처님의 제자 아난존자에서 육조 혜능선사, 원효스님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영원한 멘토’로 꼽히는 한국 등 동아시아 고승 대덕 48명의 수행과 실천의 삶을 한 권에 담은 책이 발간됐다.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과 성심여대 대학원 등에서 강의하고 있는 미술평론가 조정육 씨의 저서 <옛 그림, 스님에 빠지다>는 삼보(三寶)에 맞춰 기획된 시리즈 가운데 세 번째인 ‘승(僧)’으로, 부처님의 삶에 감동받아 그 가르침을 따라 수행 정진한 스님들의 삶을 조명했다. 인도, 중국, 한국, 일본의 쟁쟁한 스님들이 주인공인 이 책은 ‘한 권으로 만나는 동아시아 스님 열전’인 만큼 스님들의 수행 이력을 따라잡는 가운데 불교의 특성을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인도 편에서는 아난과 가섭, 마명, 용수, 무착과 세친, 중국 편에서는 도안·혜원·구마라집·지의·도선·현장·법장·선도·혜능·영가·마조·백장·황벽·조주·임제·설봉·운문·영명·허운스님이 주인공이다.

“육조혜능에서 임제의현까지 선종을 대표하는 선사들을 살펴보면 가끔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시대도 다르고 이들이 교화를 펼친 방법과 개성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치 한 사람의 배우가 매번 다른 옷을 입고 나온 것 같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은 다르되 가르침의 핵심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여러 그림을 비교하며, 선사들의 그림에서 일관되는 부분을 통찰해 설명한다. 또 한국 편에서는 자장·원효·의상·혜초·도의·의천·지눌·일연·보우·나옹·서산·사명·경허·수월스님, 일본 편에서는 사이초·구카이·호넨·신란·묘에·에이사이·도겐·잇펜·닌쇼스님을 다루고 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망설임 없이 걸어간 이들은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했다.

특히 혜능스님과 김홍도의 ‘혜능삼매’, 의천스님과 김명국의 ‘달마도’ 등 이 책은 각 스님들의 생애를 핵심만 뽑아서 소개하면서 중심이 되는 일화와 관련된 옛 그림을 접목시켜 수행의 진리를 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불화를 비롯한 산수화, 인물화, 풍속화, 사군자, 병풍화 등 동아시아 미술사를 장식한 걸작도 감상할 수 있다. 이는 고승들의 수행담을 드라마틱한 생애를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스님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김홍도가 그린 혜능삼매는 매화꽃이 만발한 날, 혜능이 수행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혜능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깊은 삼매에 빠져있다. 깊은 산속인 듯 그의 앞에는 절벽이 가로막고 있다. 김홍도가 이 그림에 적은 ‘그윽한 향기’는 어떤 향기일까.

저자는 “자신이라는 등불과 법이라는 등불의 큰 원칙은 같되 실천은 저마다 다르다”면서 “부산에서 서울 가는 방법이 여러 갈래이듯 실천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망설임 없이 걸어간 사람들이 고승대덕”이라며 “그들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했는지 이 책을 읽다보면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불교신문3209호/2016년6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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