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기념박물관, 33주기 추모다례재, 화엄경 봉정

탄허기념박물관장 혜거스님(가운데)과 내빈들의 추모문 낭독.

‘우리소리 음원을 찾아서’ 공연 등 2부 걸쳐 축제로 진행

“오대산 월정사에 높이 솟은 대종사의 마음 달. 밝고 또 밝아 수많은 이들 눈 띠워주시고 한암(漢巖)의 만고(萬古) 법천(法泉) 머금었다 토해내어 삼도중생 모진 고통 말끔히 씻어주시니 원하옵건대 오늘 이후로 청정한 연꽃은 이곳에서 다시 피어나 미묘한 향기 멀리 우주 밖까지 퍼지고 화엄정토는 이 자리에서 꽃 피어서 그 법음 길이 삼세 간에 울려 퍼지기를 발원하나이다.”

‘근세 불교의 큰 스승’ 탄허대종사 열반33주기인 오늘(5월30일, 음력4.24) 오후7시 탄허기념박물관장 혜거스님(금강선원 선원장)은 서울 자곡동 탄허기념박물관 보광명전에서 문도 등 400여명의 사부대중을 참석한 가운데 이같은 추모문으로 스승의 유업을 기리며 세세생생 계승할 것을 다짐했다.

탄허스님 강의 모습.

탄허스님은 1913년 전북 김제에서 독립운동가 율재 김홍규 선생의 차남으로 태어나 1934년(22세) 오대산 상원사로 입산, 한암스님을 은사로 계를 받고 1983년 세수71세, 법랍 49세로 열반할 때가지 평생을 경전번역과 인재양성에 매진한 20세기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대석학으로 불린다. 1939(27세) 화엄산림을 개설하여 한암스님의 증명 하에 중강을 맡으면서 <신화엄경합론>을 현토한 것을 계기로 입적할 때까지 역경사업을 지속했다. 1967년 원고를 탈고하고 1975년 간행된 <신화엄경합론>은 화엄학의 집대성으로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루어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빛나는 대작불사였다. 이후 탄허스님이 역경한 경전은 전국 강원 교재로 사용되었으며 스님들뿐만 아니라 일반 신도들에게도 불교경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여 맹목적 기복신앙에서 진리탐구의 수행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유불선(儒佛仙) 삼교를 두루 회통한 한국불교의 거목 탄허스님은 혜거스님을 비롯해 현대 한국불교 강단을 이끌어가는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 이날 한 자리에 모이게 했다. 삼귀의례와 반야심경 봉독, 행장소개(대전 자광사 삼지스님)와 인사말(제4교구본사 월정사 부주지)로 시작된 1부 추모다례재에서 불교계 내외 인사들은 추모사를 통해 인재양성을 위해 평생을 바친 대종사의 유업계승에 힘을 보탤 것을 함께 서원했다.

원로의원 성우스님(불교TV 회장)은 “선지식은 태양과도 같은 존재”라며 “대종사께서 극락세계에 더 이상 머물지 말고 하루속히 이 사바세계에 나투길” 발원했다. 이어 홍사덕 전 국회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추모사를 통해 대종사의 유업을 받들어 공부인연을 더 깊이 있게 이어갈 것을 서원했다. 이어 내빈들은 혜거스님과 함께 헌화, 헌다, <화엄경> 세주묘엄품 봉정으로, 금강선원 신도들을 중심으로 하는 만일수행결사회원들은 결사 1600일 회향에 즈음한 과정을 되돌아보며 보살사상 실천을 위한 만일수행결사의 원만한 회향을 위해 진력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했다.

2011년 11월26일 출범을 선포한 ‘만일수행결사’는 위로는 보리(菩提)를 닦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하는 자리(自利) 이타(利他), 보살사상 실천을 위한 결사모임이다. 독송, 염불, 참선 중 각자 근기에 맞는 수행법을 선택하여 만일동안 수행 정진함으로써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하는 수행을 생활화하고 이타의 수행으로 봉사를 생활화하여 자비를 실천하고 있다. 각 수행팀은 5명 전후의 불자로 구성, 1수행-1바라밀-1봉사를 실천을 근간으로 한다. 100일마다 회향법회를 가지며, 1000일마다 회향법회와 함께 십지보살 수료증을 수여하고 있다.

이같은 수행결사를 바탕으로 2015년 7월부터는 만일수행결사 봉사의 일환으로 소년원 청소년 후원봉사도 시작했다. 각 수행팀 혹은 개인적으로 매월 5000원 이상 후원금을 모아 경기도 화성 소년원을 출원한 청소년들의 성공적인 사회정착을 위한 직업훈련기관(예스센터) 학생들에게 매월 장학금을 전달하며 꿈과 희망을 가지도록 꾸준히 후원하고 있다. 만일수행결사회는 2016년 5월 현재 100개팀 670여명의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수행정진하고 있다.

원로의원 성우스님의 추모사.

 

홍사덕 전 국회의원 추모사.

 

박원순 서울시장의 추모사.

 

혜거스님의 헌다

 

화엄경 세주묘엄품 봉정.

 

한편 추모다례 2부 행사는 ‘우리소리의 음원, 전통소리를 찾아가는’ 소리의 향연으로 진행해 탄허대종사의 열반 33주기를 음원을 찾아가는 축제로 이끌었다. 대중들은 혜거스님과 채수정 국악교실 단원들이 직접 시연하는 범패와 서도소리, 경기민요 등을 듣고 즐기는 가운데 범패로부터 시작된 우리 소리(국악)를 공부하는 귀중한 시간을 갖기도 했다. 앞서 금강선원 가가합창단은 탄허대종사 추모가와 가요 ‘공부합시다’로 1시간여 걸친 소리축제의 막을 올렸다.

 

서상윤(법해) 금강선원 신도회장의 2부 추모공연 인사말.

 

금강선원 가가합창단의 즐거운 음성공양.

 

'전통소리, 음원을 찾아서' 첫 순서.

 

추모공연을 축제로 이끌어가는 명창 채수정 교수.

 

33주기 추모문

대종사 법호시여
불법의 깊은 뜻 담겨있네
상하 사방의 허공, 삼키시니
도는 무생(無生)의 하늘을 관통하고
사생(四生)을 성취시켜 머물 곳 마련해주시니
덕화는 대천세계 입혀주셨네

한암스님은 경허스님의 상수제자요
대종사는 한암스님의 적전이시니
선(禪)은 불립문자(不立文字)의 종지를 깨달으셨고
학문은 걸림 없는 큰 지혜를 통하셨다.

좌선의 여가에 경전을 번역하심이여
내전은 모든 집집마다 밝은 창가, 청정한 책상 위에 놓여있고
역경이후 화엄특강으로
다시 모든 제천(諸天)의 사부(四部)대중을 깨우쳐주셨다.

아, 슬프다.
종사께서 열반하신 지, 어느덧 30여 년
세상은 변하고 큰스님 아니 계셔
세간과 출세간 모든 이들이 쉬운 것만을 찾으니
이는 어쩔 수 없는 필연의 이치런가.

오늘날, 인재양성으로 나라에 보답하고자 하신
대종사의 서원 받들어
난삽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화엄경을 다시 번역하고
미력한 덕이지만 다시 80화엄경의 강좌를 개설하니
대종사의 영전에
부처님의 은혜를 더럽혔다는
수많은 비난, 모면하기 어려우나
하나같이 항하사처럼 그지없는
청정한 신심의 정성 모아
하늘에 사무치는 맑은 지혜의 향, 세 번 거듭 올리나이다.

오대산 월정사에 높이 솟은 대종사의 맑은 달,
밝고 또 밝아 수많은 눈 먼 이들 눈 띠워주시고
한암(漢巖)의 만고(萬古) 법천(法泉) 머금었다 토해내어
삼도중생 모진 고통 말끔히 씻어주시니

원하옵건대 오늘 이후로
청정한 연꽃은 이곳에서 다시 피어나
미묘한 향기 멀리 우주 밖까지 퍼지고
화엄정토는 이 자리에서 꽃 피어서
그 법음 길이 삼세 간에 울려 퍼지기를 발원하나이다.

불기2560년 5월30일
병납(病納) 혜거(慧炬)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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