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그런대로 안녕하네 

지찬스님 지음/ 들녘

세상을 보는 수행자 마음 담아

어떤 것이 바른 마음인가 제시

슬며시 미소 지으며 삶의 진리

생각하게 하는 카툰집 출간

‘어라’는 접미어다. 알어라, 찾어라, 웃어라…. 또한 어라는 카툰으로 탄생한 수행자의 이름이기도 하다. 카카오톡 등 스티커로도 친숙해져 있는 어라는 “남녀노소, 종교와 관계없이 슬며시 미소짓게 하는 유머와 재치를 전하는” 수행자다. ‘어라’를 통해 삶의 지혜와 진리를 유머러스하게 전하고 있는 지찬스님을 지난 13일 의정부의 한 사찰에서 만났다. 지찬스님은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성관스님을 은사로 출가, 성신여대 평생교육원에서 만화창작을 공부한 이력을 갖고 있다.

‘어라스님’이라는 별칭으로도 익숙한 지찬스님.

 

어라스님이 한날은 TV를 통해 ‘법정스님의 의자’를 보고 있다. 법정스님이 강원도 오두막에 거처를 마련하면서 나무로 지은 의자다. “출가했을 때보다 몸무게가 늘면 안 된다. 시주물을 축내지 말라는 의미다”는 글에 어라스님은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잠시 침묵. 갑자기 일어나 108배를 올린다. “마른 채로 출가하는 것이 아니었어.” 폭풍 108배를 하는 어라스님의 카툰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사회문제에 대한 고민도 담아낸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어라스님은 묵묵히 투표소로 간다. 이 장면을 통해 “수행은 사회와 더불어 가는 것”이라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던 지찬스님은 아직 가슴에 세월호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수행에 대한 욕심으로 출가를 했어요. 그런데 사찰에서 행정을 하고 포교를 하면서 수행을 한다는 것이 제겐 안맞았어요. 절을 나와 태국으로, 미얀마로 갔습니다. 그곳서 잠시 위빠사나를 접하면서 ‘마음’이라는 것에 더 관심을 갖게 됐어요. 한국의 간화선의 장단점과 위빠사나의 장단점을 섞어 공부를 하면서 내가 우리 사회를 위해,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지찬스님은 귀국 후 성신여대 평생교육원을 찾았다. 수년 전, 한 사형이 준 일본 카툰만화를 보면서 가졌던 생각 때문이었다. 고이즈미 요시히로의 <우리는 모두 돼지>를 받아들고 “이런 방식으로도 수행과 포교가 가능하겠구나”하며 한 장 한 장 넘기던 기억을 떠올리며 평생교육원에서 ‘만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어라’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림 솜씨는 서툴렀지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강렬히 전달되면서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그림을 그려도 소개할 곳이 마땅치 않았어요. 제 블로그에도 올리고 월간 <불광>지에 기고도 하고, 이모티콘을 만들어 올리고. 수행자들은 시주와 보시에 의해 살아갑니다. 늘 그에 대한 미안함이 있어요. 빚을 갚아야 한다는 심정이 늘 있는데, 어라가 조금 마음을 덜어줍니다.”

스님은 학생 시절 불교를 접했다. 당시 불교가 답보적이고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쉬운 포교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수차례 해 왔단다. 어라도 그런 생각이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정작 스님은 “점점 나이를 더하면서 보니 근본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성철스님은 그 존재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감화를 주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스님은 “나는 그 정도 그릇이 못 돼 아쉽다. 하지만 작은 재주를 배우고, 그 역량만큼 사람들에게 마음의 위안을 준다면 그것도 괜찮은 듯하다”며 웃음을 지었다.

스님은 한편으로 만화가들의 안타까운 현실도 전했다. 만화에 대해 쉽게 생각하다보니 지나치게 낮은 비용이 책정돼 있고, 극소수의 작가 몇 명을 제외하면 “만화로 생활은 아예 불가능 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여러 만화가들을 만나게 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을 전하지만 정작 본인은 전업작가로 나서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토로한다.

“우리가 사는 인생에 생로병사의 괴로움과 인생팔고(八苦)가 없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행복을 느끼고 안녕할 수 있는 방법을 불교는 가르치고 있다. 만만하지 않은 삶이지만, 각자 마음의 평화를 찾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어라를 통해 그 길을 돕고 싶다”는 스님은 후속작으로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비는 스님, ‘자탄승’을 구상중이라고 전했다.

“마음이란 안과 밖이 없다고 합니다. 쓴다고 소모되고, 채운다고 더 충만해지지 않습니다. 벽을 허물고 생각을 바꿔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전하는 어라스님의 법문을 통해 불교가 많은 사람의 일상에 친근하게 다가섰으면 합니다.” 지찬스님이 전하는 말이다.

[불교신문3205호/2016년6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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