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은 눈치채지 못하게
                                                     에밀리 디킨슨

산들은 눈치채지 못하게 자란다.

그 자줏빛 모습은

시도도, 피로도 없이,

도움도, 또한 박수갈채도 없이 일어선다.

그 영원한 얼굴 속에서

태양은 크나큰 기쁨으로

바라본다- 오래- 끝까지- 하여 금빛에 물들 때까지

밤의 친교를 위해.

에밀리 디킨슨(1830~1886)의 이 시는 누구도 알게 되지 않도록 산이 은밀하게 자란다고 말합니다. 산이 자란다는 것은 봄산 여름산과 같이 산의 수목이 상방으로 짙푸른 녹음을 드리우며 성장한다는 것을 말한 것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극히 미세한 것이지만 오로지 산의 의지에 의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산의 성장은 태양의 기쁨이기도 하다고 말합니다. 양광(陽光) 없이는 생명이 자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가슴은 우선 즐겁기를 바라지-/ 그리고- 고통의 회피를”과 같은 시구나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거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지”와 같은 시구는 오로지 에밀리 디킨슨만의 음성으로 밝게 빛나는 생각들입니다.

[불교신문3204호/2016년5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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