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총림 통도사 원명지종 대종사 법어

 

일체무비불사(一切無非佛事) 어늘
하수섭념좌선(何須攝念坐禪)이리오
망상본래공적 (妄想本來空寂)하니
불용단제반연 (不用斷除攀緣)이어다.
일체모든 것이 불사 아닌 게 없거늘
어찌 생각을 거두어 좌선만 하려하는가?
망상이 본래 공하여 적적한 것이니
인연들을 애써 끊으려하지 말지어다.


수행에 있어서 제일 우선은 직관의 지혜를 갖추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마치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세월의 빠름이 폭포수 같다고 했는데 헛된 시간을 보내서야 되겠습니까?
청안의 눈을 가진 이들이 일대사를 결판 짓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반드시 결판내고 말겠다는 용맹심과 결단을 지녀야 할 때입니다.
우리가 지어가는 이 공부는 나를 이롭게 하고 남도 이롭게 하는 불사입니다.
지혜의 눈으로 보면 세상사 모든 일이 불법 아닌 게 없고 짓는 일마다 불사 아닌 게 없습니다.
온갖 바라밀을 실천하는 것에서부터 공경 예배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말합니다.
참 불사는 형식의 틀에 구애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다만 그것이 중생에게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그 의의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것이 공부의 진정한 묘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올바른 불사가 되기 위해서는 현상을 꿰뚫어 보고 이치에 밝아야 합니다.
수월도량에 앉아서 공화만행을 닦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물속에 비친 달 빛 같은 도량과 허공 꽃 같이 집착 없는 만행을 한다는 말입니다.
수행하기 좋은 특별한 장소는 따로 있지 않습니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고요한 산속에서 부동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경계를 대함에 있어서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끊으려 하는 번뇌 망상도 그 근본이 본래 공하다는 것부터 알아야 합니다.
번뇌가 보리요 무명 그대로가 실다운 성품이라고 역대조사가 누누이 말했습니다.
그러나 말에만 떨어져 있고 반조가 없으면 동쪽으로 가려하지만 서쪽을 향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철저한 반조가 이 집안 공부의 시작인만큼 이번 안거는 법계안거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어떤 망상의 유혹에도 자기본심이 부동하고 매 순간마다 정념에 안주하는 안거를 말합니다.
높고 높은 산 정상에 우뚝 서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깊고 깊은 바다 밑을 걸어가는 것처럼 세밀하게 사무치는 공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수파청앙삽만전(手把靑秧揷滿田) 이여
저두변견수중천(低頭便見水中天) 이라
심중청정방위도 (心中淸淨方爲道)니
퇴보원래시향전 (退步原來是向前)이로다

벼 모종을 손에 움켜쥐고 모내기를 하노라면
고개를 숙일 적마다 물속에 하늘이 보이네.
마음이 청정한 것을 도라 하나니
뒷걸음질 치지만 앞으로 나가는 이치 같다 할까?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