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집 詩·文

석정집간행회

진실한 믿음·간절한 발원…

평생 불화삼매 들었지만

그 경지 초월하고

삼장 관찰하는 혜안을

지니셨던 분, 석정스님

일생동안 700여 불화를 불사한 불모 석정스님. 스님은 글과 문장에도 뛰어난 명장이었다.불교신문 자료사진

 

불모 석정스님은 부처님오신날을 이렇게 찬탄했다.

如來日日生浮世

부처님은 날마다 세상에 태어나시고

又却時時入涅槃

또한 때때로 열반에 드시니

天古金山岩下水

천고에 금정산 바위 아래 물은

人人飮着齒根寒

누가 마셔도 이가 시른 것 같네 

“평생을 진실한 믿음과 간절한 발원으로 불화삼매에 들었지만, 경지를 초월하고 삼장을 관찰하는 혜안을 지니셨던 분이다. 이를 선시와 서문, 비문 등 다양한 글로 남겼다.”석정집간행회가 이번에 <석정집>을 펴낸 이유다.

석정스님은 불화의 거장, 불모로 알려져 있다. 14세에 불화를 시작해 금강산 신계사 후불탱, 제주 원당사 감로탱까지 700여 점에 이르는 불사를 했다. 2012년 석정스님이 원적에 들고나서 스님의 시와 비문, 상량문 등의 글 등 무려 2300매 분량의 방대한 원고가 수집됐다. 시는 한시를 주로 썼는데 경전의 가르침을 담기도 했고, 때로 자연의 풍광을 바라보는 마음을 담았다.

“안개구름 뚫고 들어가 소를 잡으니/ 불조의 말씀에 속지 않으리/ 나의 공부 서로 싸워 승패 가름 안 나니/ 경계가 수승하지만 잠깐인들 머무르랴.”(득우, 소를 얻다)

사찰에 십우도를 조성하고, 그 가르침을 담은 글 ‘득우’는 석정스님의 깨달음의 경지를 여과없이 보여주는 글. 그런가 하면 ‘소한’은 스님의 일상을 보여준다.

“소한이지만 따뜻하기 봄날 같아/ 뜰에 비 멎으니 먼지 한 점 없이 깨끗하네/ 산방 생활이야 예나 이제나/ 그림 그리고 차 마시고 또 사람들을 맞이하네.”(소한 小寒)

85세로 입적하기까지 석정스님은 그림과 글, 차를 마시는 것이 생활의 전부였다. 가끔 사람들을 만나 소참법문을 전할 뿐 시간을 아껴 쓰신 분이다. 그런 생활은 ‘소한’과 같이 정갈한 언어로 표현돼 있다.

스님은 근래 스님, 학자 등 인연있는 사람들의 경조사에 참석해 많은 글을 남겼다. 향봉스님 수연운, 운문스님 회갑, 서재국 선생의 회갑 등 승속을 구분하지 않고 찾았다. 송광사 방장 보성스님의 칠순을 맞은 글은 축하의 글이면서 스님이 보는 경지를 대변한다.

“사바에 환주한지 일흔 해/ 계율이 엄정하고 선을 겸수했네/ 사부중이 함께 무량수를 바치니/ 옥난간 앞에서 꾀꼬리는 노래하고 학은 춤추네.”(보성선사 칠순을 축하하다)

스님은 또 벽안선사, 대은선사 등 입적한 스님을 조문하면서 삶의 유한함을 아쉬워하는 글을 남겼다. “유점사 금지에 크고 활발한 용이/ 늦게 팔공산에서 일없는 늙은이가 되었네/ 기량을 다 쓰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온 산 단풍이 해를 비추어 붉네.” 대강백 범룡스님을 조문하고 남긴 시는 불교에서 말하는 삶이란 무엇인지 잘 담아내고 있다.

석정집간행회가 펴낸 석정스님은 문집은 시(詩)와 문(文) 두 권으로 편집돼 출간됐다. ‘시’편에서 스님의 다양한 한시가 소개돼 있으며, ‘문’편에서는 각종 불사에 참여해 남긴 상량문화 발원문, 모연문과 연기문 등 다양한 글이 담겼다. 석정스님의 필력을 엿볼 수 있는 글이다.

“불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일천육백여년, 불교미술도 함께 전래돼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특히 조선조에 들어와서 탱화가 신앙대상으로 등장 정착하여 보편화되면서 독특한 분야를 이루었으니, 금강산파, 사불산파, 계룡산파, 불모산파, 조계산파 등 한 산중을 중심으로 개성있는 발전을 거듭해 오며 명장 대불모가 많이 배출되었다. 그러나 근세에 이르러 국운과 함께 쇠잔하여 겨우 명맥만 이어오던 중 금용불모가 출현하여 훌륭한 제자들을 많이 길러 조계산파를 중흥하였다.”

금용 일섭스님 불모비에 남긴 석정스님의 글은 근대 불교미술의 역사를 담고 있으면서, 석정스님이 왜 불모의 길을 걸었는가 짐작하게 한다. 하나같이 뛰어난 문장을 담은 석정집은 문학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불교신문3201호/2016년5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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