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 것인가

설정스님·박원자 지음/ 나무를심는사람들

 

“나는 어떤 존재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 존재인가

삶의 보람은 무엇이며

나의 사명은 무엇인가

이것을 확실히 알고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이다”

 

■ 송원 설정스님

충남 예산서 출생한 스님은 주역의 대가인 부친에게 한학을 배웠다. 1954년 아버지 생신불공을 위해 수덕사에 갔다가 그대로 출가, 1955년 원담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수지했다. 이후 수덕사 주지와 조계종 중앙종회 의장을 역임했으며, 2009년 덕숭총림 4대 방장에 취임했다. 지금도 젊은 후학들과 함께 하루 8시간 정진하고, 농사를 지으며 일일부작 일일불식의 수행가풍을 이어가고 있다.

 

 

 

“승속을 막론하고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 오욕에 집착하는 마음을 어떻게 제어하고 내려놓는가 하는 것입니다. 얼마만큼 오욕을 줄이고 번뇌 망상을 벗어나는가가 관건이죠. 그것을 해결하지 않고는 지혜와 자비가 드러날 수 없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무한한 광명이 나올 수가 없어요.

중생을 건지려면 번뇌부터 끊어라. 너부터 철저히 수행정진하면 불도는 이뤄지게 되어 있어요. 번뇌만 끊어지면 그 자체가 이미 보소(寶所, 보물창고)에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내 마음의 창고에 있는 그 보배는 세세생생 쓰고 또 써도 끝이 없는 것이죠. 그것을 쓰기 위해 수행정진하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스승에게 묻는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고.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은 우리 시대 큰 스승이다. 출가자에게는 수행의 지침이면서, 재가불자들에게는 자비로운 스승으로 비춰진다. 설정스님의 출가 이야기를 시작으로 스님의 가르침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박원자 작가가 2년간 설정스님을 수시로 만나 들은 이야기를 정리한 책이다. 책에서 설정스님은 위의 질문에 이렇게 답을 한다.

“인생은 정성을 다해 사는 것 외에 다른 것이 없습니다. 나의 참생명을 드러내기 위해 정진하십시오.”

스님이 게송 한구절 전한다.

 

“산허리에는 물안개

피어오르고

꽃들은 흐드러졌다.

시냇물 소리 잔잔한데

새들의 합창소리 신선한

관현악이어라.”

 

덕숭총림 방장 설정스님의 일과는 철저하다. 정혜사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는 스님, 옛 선사들이 그랬듯 죽는 순간까지 정진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는 스님, 요령을 피우는 것은 자기를 속이고 남을 속이는 일이라는 스님이다. 선농일치의 삶과 상을 갖지 않는 수덕사의 가풍에 따라 수덕사 주지로 취임할 때도, 방장으로 추대된 다음에도 취임식이 없었다. “죽을 정도로 아프지 않으면” 항상 젊은 수좌들과 농삿일을 한다.

“젊은 사람들이 오히려 불편할 수 있지만, 그렇게 생활을 하다보면 훗날 배운대로 생활하게 되겠지요.” 스님은 지금까지 운력에 빠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작가의 질문에 스님은 “우리가 사는게 뭔가?” 되묻는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나는 어떤 존재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 존재인가. 삶의 보람은 무엇이며, 나의 사명은 무엇인가. 이것을 확실히 알고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입니다.”

설정스님은 불자들에게 한없이 자비롭다. 하지만 여러 일화를 보면 매우 강직한 성품이다. 1980년 수덕사 주지 소임을 본지 얼마 안돼 10·27 법난이 발생했다. 스님은 이유도 없이 대전 보안대 지하실로 잡혀갔다. 군사정권은 다짜고짜 심문을 했다. 그러자 스님은 사흘 동안 독방에서 잠도 자지 않고, 밥도 안 먹으며 돌아앉아 좌선을 했다. 살아온 과정을 써라, 보안대서 일을 밖에서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면 내보내 주겠다 등 여러 회유와 협박이 있었지만 스님은 들은 체도 안했다. 결국 10일만에 나왔는데, 이후 중앙관청에서 사회에 기여한 공로로 표창장을 받으러 오라는 소식이 왔다. 스님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정권을 상대로 불교탄압을 규탄하는 대규모 법회도 열었다.

또 해방 이후 격동의 시기를 거치면서 담요 하나로 추위를 이겨가며 산을 지키고, 탁월한 리더십으로 돈 한푼 없던 수덕사를 일으켜 세웠다. 췌장암에 걸리자 ‘다음 생에 악도에 떨어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기도를 하며 수행자 본연의 삶을 택했다.

스스로에게 철저하지만 대중에게는 한없이 넓은 마음자리를 내주는 스님이 행자 때의 일이다. 하루는 죽을 쑤었는데, 지네가 빠져 있었다. 공양시간은 다가오고 죽 한 솥을 다 버릴수 없어 입승인 송담스님에게 사실대로 전했다. “나 말고 솥에 지네가 빠진 것을 아는 사람이 있느냐?” “없습니다.” “그러면 건져내고 내 오너라.” 대중 스님이 끓여 온 죽을 다 비웠을 때까지 설정스님은 마음을 졸이며 앉아 있었다. 송담스님은 “죽을 아주 맛있게 잘 끓여줘 고맙다”며 칭찬을 했다. 설정스님은 당시의 일을 회고하며 “수행자는 모든 것을 수용하는 큰 마음을 지닌 사람이란 것을 알았다. 큰 마음을 지닐 때 지혜와 자비가 나온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스님은 책을 통해 세인들에게 가르침을 전한다. “많은 사람들이 재물과 명예, 권력, 이성, 수면의 다섯가지에 대한 욕심을 중요하게 여기고 이것이 충족되면 행복을 느낍니다. 이러나 불교에서는 이 다섯가지를 삼독이라고 봅니다. 돈의 가치는 유통에 있고, 권력의 가치는 봉사와 희생에 있습니다. 열심히 번 돈을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유통시킬 때 비로소 행복해집니다. 결국 가치관이 행동을 지배하고 행동이 습관을 만들며, 습관이 업을 만듭니다. 바른 가치관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끼를 먹더라도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는 설정스님의 가르침은 어떤 삶을 살것인가라는 질문에 궁극적인 답을 전해준다.

[불교신문3201호/2016년5월11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