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의 25% 사회에 기부하라 하셨다

“수입은 네 등분으로 나누어서

사업ㆍ가업·미래 위해 사용

승가와 이웃에 보시” 말씀

정당하면 규모 클수록 좋을 것…

사분율장을 비롯한 각종 율장을 보면 비구 비구니의 많은 계목을 제정하면서 내용에 상관없이 꼭 하시는 말씀이 “보시와 계를 지키는 일은 천상에 태어나는 방법이다. 욕심은 부정한 것이라고 꾸짖고 더러움에서 벗어나는 일은 즐거움이 된다고 찬탄하셨다”는 내용이다. 출가 수행자에게는 보시와 지계를 강조해 말씀하셨는데 재가불자에게는 어떠한 삶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하셨으며, 부를 축적하는 일에 관한 부처님의 입장은 어떠하셨을까?

부처님께서는 물질의 문제를 정신의 문제만큼이나 중요시하셨는데 특히 재물을 빌려주고 이익을 얻은 상인을 칭찬할 정도로 부의 축적에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셨다. 그리고 재산을 어떻게 증식하고 유지하며 사용해야 하는가의 문제에 대해서 “수입은 네 등분으로 나누어서 첫 등분은 사업을 위해 재투자를 하고 둘째 등분은 가업을 위해 사용하며, 셋째 등분은 미래를 위해 저축하고 마지막 등분은 승가와 이웃을 위하여 보시해야 한다”고 <우바새계경>을 통해서 말씀하셨다.

이와 같은 부처님의 경제관은 단순히 재산을 모으고 사업을 발전시키는 의미를 넘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현대적 기업윤리와도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노벨이나 카네기 등의 많은 부자들이 자신이 축적한 부를 사회에 환원해서 인류사적으로 긍정적인 기여를 한 경우도 적지 않고 최근에는 빌 게이츠 등의 많은 부자들이 그들의 부를 복지나 문화에 기부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기도 한다. 몇 년 전 중국을 여행하면서 빌 게이츠가 베이징(北京)에 왔다는 얘기를 듣고 그가 방문한 이유를 물으니 중국의 부자들에게 기부문화를 권하기 위해서라고 들은 적이 있다.

기부문화는 자본주의 경제의 단점과 한계를 극복하고 그 효율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는 부의 편중과 과잉생산으로 인한 자원의 과소비인데, 수입의 25%를 보시하고 사회에 기부하는 방법을 모든 사람들이 실천한다면 계층간의 갈등이나 부의 편중에 의해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가 해소될 것이다.

불교에서는 공덕을 쌓는 방법으로 보시가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권장했다. <본생담>이나 <화엄경> 등의 많은 경전 가운데 보시행을 통해서 한량없이 오랜 세월에 걸쳐서 성취할 수 있는 수행이력을 바로 성취한 경우도 수없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이들 경전에 설해져 있는 내용 가운데 ‘한 마디라도 전륜성왕의 지위를 버려가며 듣지 않은 게송은 없다’고 말하고 있으며 심지어 왕위와 재물을 보시할 뿐만 아니라 자식과 부인을 보시하며 자신의 목숨까지도 기쁘게 보시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러나 작은 보시라도 막상 이를 실천하려면 주저하게 된다. 보시하는 일도 일종의 습관이어서 보시를 즐겨하는 습관이 들어 있지 않은 사람은 흔연히 보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므로 재산이 많다고 쉽게 보시하고 많이 보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시에 대한 확신과 보시를 통해 바뀌게 되는 스스로의 삶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교육은 계율공부를 통해 가능해진다.

대만을 여행하다보면 서로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리려고 하다 보니 공양청을 한 사람이 자주 바뀌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큰 부자가 아닌 택시기사도 택시비를 받지 않고 보시하면서 “저희가 돈을 버는 것은 삼보께 보시하기 위해서인데 절에 가지 않고 스님을 만나 보시하게 되었으니 더 좋은 일이 아닙니까?”라고 반문하는 모습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인상적이었다.

공덕을 쌓기 위해서 보시바라밀을 실천하기 위해서 인연 맺은 경제력은 아무리 그 액수가 많아도 지나치다 할 수 없다. 부정적이지 않은 정당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고, 그 부를 활용해서 보시바라밀을 실천하여 무량한 공덕을 증장시킨다면 부의 규모가 클수록 더욱 좋을 것이다. 공덕을 쌓는 도구로써의 경제력과 중생의 행복을 위해 소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에 재가불자가 경제력을 갖는 부분에 대해서 이렇듯 적극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공덕을 쌓는 일에 부족함이 없는 불자들이 우리 주변에 가득했으면 한다.

[불교신문3200호/2016년5월7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