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특집] 석불사 일요법회에서 만난 ‘가족 같은’ 신도들

3代 이상 신도 가구 20% 넘어

어린이법회서 만나 중년까지

108배·자비기도로 보시 ‘모범’

“일요법회가 곧 가족법회”

지난해 8월 문경 고선사에서 열린 석불사 가족수련회. 참가자만 100여 명으로 아이부터 할머니까지 함께하는 모습이 이채롭다. 진정한 포교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나눔에서 싹튼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핵가족도 옛말이다.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들)’으로 대표되는 1인 가구가 급증하는 추세. 부모 자식사이마저 이해관계가 지배하는 ‘고독사회’에서, 가족을 보듬고 이어줄 사찰의 역할이 그만큼 절실한 때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서울 석불사 일요법회를 지난 1일 탐방했다. 3대가 신도인 가구가 부지기수다. 일찍이 어린이법회 때부터 만나 그야말로 혈육처럼 함께 나누고 봉사하는 신도들이 흔하다.

법회에선 여느 사찰과는 사뭇 다르게 중년 남성 신도들을 유난히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가족법회가 활성화된 덕분이다. 신도 송재연(법명 일묵·52)씨는 공무원으로 현재 일본지사에서 근무중이다.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면 매년 어김없이 장기휴가를 받아 귀국한다. 봉축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절일을 돕기 위해서다. 5년 전부터 그래왔다.

이날 일요법회에도 아내 고미애(법명 정법행)씨와 함께 참석했다. 법회를 마친 후 신도들에게 나눠줄 떡 공양은 부부의 보시로 마련됐다. 보시가 몸에 밴 부부다. 매일 아침 108배로 하루를 연다. 절을 마칠 때마다 1만원씩 꼬박꼬박 적립한다. 4년째 매년 300여만원을 모아 주지 경륜스님에게 전한다.

“내 이름으로 어디 기부하면 상(相)을 내는 것 같아 차마 못하겠다”는 이유다. 주지 스님이 대신 맡아 종단 공익법인 아름다운동행에 내놓는다.

유난히 ‘대가족’ 신도들이 많다. 엄마 아들 손자 등 3대 이상이 다니는 신도가 전체의 20% 수준이다. 최명희(법명 대원행) 신도회장도 그 가운데 하나다. 법회 날이면 남편 그리고 가정을 이룬 아들딸과 이들의 자녀 등 10명이 한꺼번에 절을 찾는다.

외할머니 대부터 석불사 신도였고 25년간 빠짐없이 자비도량참법기도에 동참하고 있다. 기도의 백미는 ‘회향’에 있다. 출가열반주간 1주일 동안 매일 3시간씩 기도정진한 뒤에 십시일반 모은 돈은 부처님오신날 관내 노인 초청 경로잔치와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활용한다.

윤현순(법명 보리행·47)씨는 50대 이하 여성 신도들의 모임인 일향회 회장이다. 어린이법회 출신이니 절과의 인연은 40년에 이른다. 남편 한상혁 씨와 아들 원호 딸 우리와 함께 절에 다닌다. 이날도 신도들에게 나눠줄 떡과 과일을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법회를 마치면 설법전을 말끔히 청소하는 것도 일향회의 몫이다. 부처님오신날에 즈음해 열리는 경로잔치와 마포경찰서 봉축법회에서도 일손을 돕는다. 지역사회 봉사에도 솔선수범하고 있다. 설날과 추석, 1년에 두 번씩 명절음식을 준비해 관내 독거노인들에게 보시한다.

권형준(법명 여산)씨도 이날 어머니 김동순 여사 아들 권윤영 군과 함께 절에 왔다. 청년회 부회장이자 종단 봉축위원회 석불사 대표로 회의에 참석한다. 인근의 마포초등학교를 졸업한 권 씨는 죽마고우들을 석불사에서 사귀었다. 같은 신도인 김미아 씨와 남편인 김정환 씨와는 40년 지기 친구다. 주지 스님이 결혼식 주례를 봤고 아들 윤영 군을 낳을 때도 스님이 병원을 지켰다. 사찰 학생회에서 만나 결혼한 커플만 10쌍이다.

석불사는 1970년대부터 40여 년간 매년 가족수련회를 열고 있다. 할아버지는 아버지 손을, 아버지는 아들의 손을 잡고 100명이 찾아온다. 초하루법회 참석 인원이 채 100명이 되지 않지만 어린이법회 때부터 이어진 인연이어서, 유대와 결속이 남다르다. 가족법회를 따로 운영하지도 않는다. 일요법회가 곧 가족법회다.

신도들의 끈끈한 정은 사실 특별한 교육이나 전략이 있어서가 아니라 시대적 환경 덕분이다.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운 풍경이다. 그때는 어린이법회 회원만 200명이었다. 지금은 어린이 청소년법회를 운영하지 않는 상태. 가정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던 곳엔 빌딩숲이 들어섰고, 요즘 아이들은 학원에 입시에 웬만한 어른보다 바쁘다. 결국 이 세대가 사라지면 석불사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권형준 씨의 바람은 그래도 소박하다. “어릴 때부터 좋은 법문을 듣고 좋은 행동을 보다보면 아들이 엇나갈 일은 없지 않겠나.”

[불교신문3200호/2016년5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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