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정예하, 무산·원각·혜성스님에 ‘대종사 법계’ 수여

불기 2560년 대종사 법계품서식이 20일 오전 팔공총림 동화사 통일기원대전에서 봉행됐다. 사진은 법계품서식 이후 진행된 기념촬영에 앞서 불자들이 예를 올리는 장면. 신재호 기자
조계종 최고 법계인 대종사 법계품서식이 20일 오전 팔공총림 동화사 통일기원대전에서 봉행됐다. 대종사 법계품서식은 고불문 낭독을 시작으로 헌화, 법계증과 가사 수여, 청법게, 종정예하 법어, 발원문, 불자봉정, 기념촬영 순으로 여법하게 진행됐다.

진제 조계종 종정예하는 이 자리에서 원로의원인 무산스님과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 청담문도회 문장 혜성스님에게 대종사 법계증과 가사를 수여했다. 이어 대종사 법계를 품수 받은 스님들은 가사를 이마 위로 올리는 정대를 행하고, 진제 종정예하에게 받은 가사를 수한 뒤 부처님 전에 삼배의 예를 올리면서 대종사로서의 첫 걸음을 내딛었다.

진제 조계종 종정예하가 법어를 내리는 모습. 신재호 기자
이날 진제 종정예하는 법어를 통해 “종단 최고 법계인 대종사님들은 일평생 올곧은 수행과 덕성으로 부덕과 지혜와 인격을 두루 갖추니 이는 수행력과 지도력의 상징이요, 존경과 흠모가 따르니 만고의 방양”이라며 “천년의 느티나무가 넓은 그늘을 드리우듯 대종사의 수행의 덕화는 사바에 널리 드리운 살아있는 큰 가르침”이라고 설했다.

진제 종정예하는 “낙수비원으로 부처님 수행가풍을 다시금 부양해 정법구주할 때이고, 대중이 화합하고 종강(終講)을 바로 세울 때”라며 “도탄에 빠진 중생들을 위해 연민과 자비로 구세대비의 행으로 대중을 섭수하고 행화에 매진해 부처님의 지혜광명으로 광도중생 할 때”라고 당부했다. 이어 “금일 대종사 출현은 어둠속의 등불을 만난 것과 같고 초행길을 떠나는 이에게 나침반을 만나는 것과 같으니 모두가 학수고대 하는 경사스런 날”이라며 “심오한 진리를 천 번을 말하고 만 가지를 말해야 아는 이가 없으니 향하는 아래 문장이 길어 내일에 있어 부치리라”고 설했다.

대종사 스님들은 발원문을 통해 중생의 이익과 성불을 위해 물러남 없이 용맹정진 할 것을 다짐했다. 발원문은 대종사 스님들을 대표해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이 낭독했다.

원각스님은 발원문을 통해 “이 자리에 함께한 대중이 성불에 이를 때까지 물러남이 없이 용맹정진할 것을 다함께 발원한다”면서 “이 인연공덕으로 불법이 더욱 증장하고 종단은 나날이 발전해 법의 수레바퀴가 쉼 없이 굴러 온 법계가 화장세계로 꾸며지게 해 달라”고 서원했다.

이어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대신해 교육원장 현응스님이 깨달음과 지도자의 상징인 불자(拂子)를 대종사 법계를 수지한 무산·원각·혜성스님에게 봉정했다.

품서식에는 원로회의 의장 밀운스님을 비롯해  원로의원 원명스님, 명선스님, 도문스님, 혜승스님, 월탄스님, 인환스님, 암도스님, 지성스님, 대원스님, 성파스님, 성우스님 등이 참석해 축하했다. 또 종단 주요 소임자 스님을 비롯한 사부대중 10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해 새로 법계를 수지한 대종사 스님들의 탄생을 찬탄하고 가르침을 청했다.

깨달음과 지도자의 상징인 불자를 봉정받은 모습. 신재호 기자
대종사란 수행력과 지도력을 갖춘 승랍 40년 이상의 스님에게 주는 법계로 종단 최고 지위에 해당된다. 종단 지도력의 상징으로써 종단 위계 서열의 기본인 대종사는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증득함은 물론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승가의 지위를 뜻한다. 대종사 법계는 법계위원회의 심의와 중앙종회의 동의, 원로회의의 심의 등을 거쳐 종정예하가 거행하게 된다. 이날 대종사 법계를 품수 받은 한국불교의 대표적인 선지식들의 수행 이력을 소개한다.

조계종 원로의원이자 제3교구본사 신흥사 조실인 무산스님은 193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1939년 입산한 스님은 성준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59년 직지사에서 성준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8년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불교신문 주필과 제8대, 제11대 조계종 중앙종회의원과 신흥사 주지를 역임했으며, 현재 신흥사 조실과 조계종립 기본선원 조실로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무산스님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시조시인으로 문학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알리는 등 포교분야에도 지대한 업적을 쌓았다. 특히 스님은 지난 1996년 만해스님의 유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설립, 각종 포교사업과 문화예술, 학술사업 등을 펼쳤다. 매년 8월 강원도 인제에서 만해축전을 개최하고, 불교계뿐만 아니라 전국의 문인, 지역민이 함께 하는 축전으로 만들었다. 또 평화 문학 학술 실천 포교 예술부문에서 만해정신 선양에 뚜렷한 업적을 남긴 이들을 발굴해 시상하는 ‘만해대상’을 운영해 세계평화와 문화교류에도 앞장섰다.

1966년 시조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으로도 잘 알려진 스님은 현대시조문학상(1992년), 남명문학상(1995년), 가람문학상(1996년), 한국문학상(2005년), 정지용문학상(2007년), 공초문학상(2008년)등 문학상을 휩쓸었다.

1947년 경남 하동에서 태어난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은 해인사 산내 암자 약수암에서 혜암스님을 은사로 출가했으며, 1967년 해인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8년 해인사에서 자운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다.

이후 스님은 50여 년 동안 참선 수행의 외길을 걸었다. 경봉, 서암, 월산스님 등 회상에서 공부하며 지리산 칠불암, 남해 용문사, 통도사 극락암, 송광사, 상원사, 봉암사, 범어사, 불국사, 상무주암, 강진 백련사 등 제방선원에서 수행으로 일관했다. 용성-인곡-혜암스님의 선맥을 이은 스님은 2004년부터 해인총림선원 유나 소임과 전국선원수좌회 공동대표 등을 맡았다. 지난 2015년 3월17일 조계종 중앙종회에서 해인총림 방장으로 추대됐으며, ‘밥 많이 먹지 마라’ ‘공부하다 죽으라’ ‘안으로 공부하고 남을 도와라’ ‘주지 등 소임을 맡지 마라’ ‘일의일발로 청빈하게 살라’는 다섯 가지 가르침을 실천하며 후학을 지도하고 있다.

원각스님은 2015년 5월7일 본지와의 특별인터뷰에서 “마음을 내려놓고 내가 본래 성불임을, 그걸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생과 사가 따로 없으나 몸에 집착하면 생과 사가 있게 되는 것”이라며 “세상은 관계 속에 사는 것이고 본래 마음을 회복하면 세상이 소통하고 행복해 진다”고 법문했다.

청담문도회 문장 혜성스님은 1937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청담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혜성스님은 1957년 조계사에서 동산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2년 범어사에서 동산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각각 수지했다.

교육원장 현응스님이 혜성스님에게 불자를 봉정하는 장면. 신재호 기자
혜성스님은 40여 년 동안 도선사 주지로 수행과 포교에 매진했으며, 제3대, 4대, 9대, 10대 중앙종회의원, 총무원 사회부장 등을 지냈다. 혜성스님은 철저히 은사 스님의 뒤를 따르며 이를 뒷받침하는데 평생을 보냈다. 청담스님과 성철스님 등을 모시고 도선사 선원에서 화두 정진했으며 도제 양성 원력에 따라 동국대 불교학과에 들어가 경학을 연마했다. 1980년 도선사 주지로 있다가 10·27법난을 당해 온갖 고초를 겪기도 했다.

스님은 복지와 더불어 교육자로 큰 발자취를 남겼다. 혜명보육원과 혜명양로원을 설립해 운영했으며 청담학원을 설립해 교육사업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특히 중앙승가대가 오늘날 4년제 정규대학으로 발전하는데 초석을 다진 부분은 빼놓을 수 없다. 10·27법난이 잘못됐음을 정부로부터 공식 사과를 받고 명예를 회복한 혜성스님은 1988년 중앙승가대 학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새 건물을 짓고 교사를 확충, 학업 분위기를 쇄신하는 한편 4년제 정규대학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

혜성스님은 2007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받는 불교가 아닌 주는 불교를 만들고 싶었다”며 “딱한 사람들이 많은데 불교계가 앞으로도 많이 도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1970~1980년대에 비해 불교가 비약적으로 성장해 흐뭇하다”며 “하지만 승려로서 위신을 갖고 사회사업도 해야지 결코 수행자의 본분사를 잊으면 안된다”고 경책했다. 혜성스님은 현재 청담학원 이사 및 명예이사장을 맡고 있다.

진제 종정예하가 해인총림 해인사 방장 원각스님에게 법계증을 수여하는 장면. 신재호 기자

 

교육원장 현응스님이 무산스님에게 불자를 봉정하는 모습. 신재호 기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