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보공양운동 특별기획②] 선운사 승려노후수행마을에서 수행 정진하는 재덕·재곤스님

선운사 노후수행마을에서 함께 살고 있는 재곤스님(왼쪽)과 재덕스님. 스님들은 “선운사 대중의 지원 덕분에 인생의 황혼을 청정하게 회향하고 있다”며 “다른 교구본사에서도 수행마을을 적극 조성해 수행풍토의 안정적 정착을 이뤄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제24교구본사 선운사(주지 경우스님) 승려노후수행마을. 교구 내 스님들이 생을 마감할 때가지 근심 걱정 없이 수행과 교화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본사 차원에서 마련한 노스님들의 거처다.

교구본사가 중심이 된 승려노후복지제도의 효시이자 모범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지난 6일 선운사를 찾아 수행마을에 실제 거주하고 있는 스님들을 만났다. “선운사 대중의 지원 덕분에 인생의 황혼을 청정하게 회향하고 있다”며 “다른 교구본사에서도 수행마을을 적극 조성해 수행풍토의 안정적 정착을 이뤄주기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재덕스님은 1926년생으로 올해 한국 나이로 91세다. 1940년 선운사에서 출가했다. 6.25 사변 때는 학도병으로 참전했고 이후 불교정화운동에 가담해 한국불교 청정가풍 복원에 힘을 보탰다. 젊은 수행자로서 최선을 다한 인생인 셈이다. 총무원 소임과 순창 강천사 주지 역임을 마지막으로 노후수행마을에 들어왔다. 사시사철 이런저런 꽃이 지지 않는다는 아름다운 도량 안에서 스님의 미소는 편안하고 아름다웠다. 세수 아흔을 넘긴 스님에게도 고비는 있었다.

지병인 심근경색과 중풍이 재발해 2015년 1월12일부터 2월26일까지 원광대학교 광주한방병원에 입원했었다. 진료비는 총 169만4000원. 가난한 스님에겐 자못 부담이 될 액수이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종단 승려복지회가 전액 지급했다. 차곡차곡 모아가고 있는 승려노후복지기금이 빛을 발한 것이다. 재덕스님은 “종단에 이런 제도가 있었는지 몰랐다”며 “내가 현직에 있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며 고마워했다. 아울러 “승려복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스님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전국의 스님들과 뜻을 함께 해주신 재가불자들께도 감사인사를 전한다”고 밝혔다. 

종단 제도 도움으로 건강 회복

사설사암 공찰 등록하고 입소

승가공동체 유지·확산에 도움 

사진은 선운사 노후수행마을 전경.

퇴원 후엔 텃밭도 일구고 혼자 힘으로 공양간으로 가서 공양을 할 정도로 기력을 회복했다. 무엇보다 조카들 같은 스님들의 존경과 봉양을 받으며 ‘스님’으로서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기쁨이다. 재덕스님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세간과 마찬가지로 승가에도 요양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노스님들이 많다”며 “스님 전용 요양원이 본사 단위로 세워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재곤스님은 재덕스님과 사형사제 간이다. 1934년에 태어난 재곤스님은 1964년에 출가해 선운사 주지를 맡는 등 종단의 중진으로 활약했다. 특히 수행마을로 거처를 옮기면서 사설사암이었던 군산 관음사를 공찰로 등록해 귀감이 됐다. 종단의 어른으로서 공심(公心)을 실천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받을 만하다. 종단 승려노후복지제도의 수혜자이기도 하다. 척추협착증과 디스크로 지난 1월18일부터 23일까지 병상에 누워있었다. 종단은 진료비 34만3000원 전액을 도왔다. 아직 허리가 불편해 의자에 앉아야 하는 처지이지만, 원로로서의 위의(威儀)는 누구보다 당당해 보였다. 스님의 노후수행마을 입소는 “도움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솔선수범하겠다”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아직 널리 홍보가 안 돼 정작 도움이 필요한 스님들은 노후수행마을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 ‘내가 먼저 앉아있으면 하루라도 빨리 정착할 수 있겠지’라는 생각에 선뜻 들어온 것입니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화합하며 깨끗하게 살아가던 부처님 당시의 승가공동체를 복원하자는 정신에서 출발한 불사입니다.”

한편 선운사는 자체적으로 노후복지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단지 거처를 제공하는 것만을 넘어 수행마을에서 살고 있는 스님들에게 매월 70만원의 활동비를 지급하고 의료비도 전액 지급한다. “단순히 감기치료를 받는다 하더라도 병원비는 무조건 드린다”는 게 주지 경우스님의 확고한 방침이다. 경우스님은 “대중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승가공동체의 유지와 확산은 그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에게 훌륭한 메시지가 된다”고 역설했다.

 

[불교신문3195호/2016년4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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