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와 원숭이

최종덕·심재관 지음 / 동녘

불교학 생물학 두 학자의 대화

 

“우리 몸 60조 세포로 구성

300조 박테리아와 공존

박테리아 없애면 나도 죽어”

 

“나는 다른 존재와 얽혀 존속

이것이 바로 불교의 연기론”

2600년 전 부처님의 가르침은 현대 과학이 발전하면서 과학자들에게 놀랍게 받아들여진다. 현미경도, 실험도구나 이론도 없던 그 시대의 가르침이 현대과학 이론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최종덕 상지대 교수는 생물학을 전공했다. 그 가운데서 진화론이다. 그가 인도철학을 전공한 심재관 박사와 만났다. 대주제는 ‘불교와 진화생물학’이다.

두 박사는 자아, 윤회, 감정, 미학, 방편, 진화, 문화, 종교, 집단, 믿음, 고독, 원형이라는 12가지 소주제를 놓고 대화를 시작한다.

“우리 몸은 60조의 세포로 구성돼 있으며, 몸 안에 300조의 박테리아가 공존하고 있다. 그것이 지금 내 모습이다. 가령 내 몸에 있는 박테리아가 나쁘다고 해서 이 박테리아를 없애려 한다면 결국 나라는 존재 자체도 죽게 되는 것이다. 현존하는 모든 생명종은 나름대로 의미를 지닌 진화의 소산물이라고 진화생물학에서 말한다. 어느 종이 더 우세하다고 말할 수 없다.”

“진화론이 시사하는 평등성과 공존관계는 불교의 연기론과도 유사하다. 특히 나라는 존재가 다른 생명들과 얽혀 존속한다는 점에서 불교적인 메시지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한 생명의 존재 조건은 다른 생명에 의해 연관되어 있다. 그것이 바로 불교가 말하는 연기론이기도 하다.”

생물학에서 주목받는 분야의 하나가 생태학이다. 과거 기독교적 가치관을 받아들였던 서구의 과학자들은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자원이 유한하며, 무분별한 사용은 결국 사람에게도 큰 재앙이 된다는 것을 인식한 이후 생태학이 급성장했다. 그 가르침은 이미 2600년 전 부처님께서 제시했지만, 우리가 몰랐던 것이다.

정읍 내장사에서 생태 체험을 하고 있는 아이들. 진화생물학은 모든 생명은 독립된 것이 아니라 상호연관돼 있다는 연기론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불교신문 자료사진

두 학자는 ‘자아’에 대해 토론한다. 결론은 자아란 없다는 것이다. “대체로 종교에 접근하는 계기는 실패, 실망, 패배, 좌절, 허망함에서 나 혼자 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죠. 저 역시도 오래 전 젊었을 때 그랬으니까요. 난국을 맞아 비로소 나를 찾아 헤매게 됩니다. 그전에는 내가 누구인가 질문하는 경우가 별로 없죠.”(최종덕)

“많은 사람들이 내가 누구인지를 묻는 질문을 통해 불교에 접근한다고 하죠. 아마도 다른 종교인들도 처음 종교에 입문하기 전에 그랬다고 봅니다. 그런데 불교는 다른 종교와 달리 처음부터 진정한 나, 또는 고정된 내가 없다고 하죠. 자꾸 내가 누구인지를 물으면 서양의 형이상학에서 말하는 자아론에 빠지고 말거든요.”(심재관)

두 학자들은 대화를 통해 하나의 주제에 대한 결론을 찾아간다. 진화에 대한 토론은 결국 무시무종, 시작도 끝도 없다는 불교의 진리로 귀결된다. 또 믿음을 주제로 한 대화에서는 “믿음은 결국 앎을 향하는 방법”이라고 결론짓는다. 부처님을 믿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부처님의 말씀을 믿고 따라 수행을 함으로써 결국은 내가 앎(깨달음)을 성취하는 것이 목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왜 과학자들은 과학을 하는가.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다. 최종덕 교수는 “물질적 발전에 의해 풍요로운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 수명도 두배 가까이 늘었다. 그래도 그것이 곧 행복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물질적 행복이 정신적 행복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서로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이에 심재관 박사가 주장을 되받는다. “부처님은 정신적 행복과 물질적 행복을 구분한 것이 없어요. 다만 일시적 행복과 지속적 행복의 차이를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이 책은 과학자들이 왜 불교가 과학적이라고 말하는지, 생물학 분야의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

두 학자는 10여 년 전에 처음 만났다. 생물학과 불교철학을 공부한 두 학자는 여러 이야기를 나누다가 철학적 고민이 같다는 것을 알았다. 자연과학과 불교가 추구하는 지향점을 찾아가는 대화를 통해 “물질적 모순을 극복하고 인류 역사가 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책을 저술했다.

심재관 박사는 동국대서 인도철학 연구로 석박사를 마치고 고대 인도 뿌라나 문헌을 연구하고 있다. 동국대와 상지대 등서 강의하고 있다. 최종덕 교수는 생물학을 전공하고 이후 독일서 과학철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찰스 다윈, 한국의 학자를 만나다> <환경 철학> 등을 펴냈다.

[불교신문3195호/2016년4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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