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제목차 - 잘 지키고 있는가

바라이·승잔죄 초점은 계체 훼손부분

‘삼무루학’이 실질적 가르침 되려면

수계가 통과의례가 되어선 안 돼

5년 이상 계율공부·갈마 여건 필요

매년 동안거를 마치고 나면 율학승가대학원의 신입생 전형을 하게 된다. 구족계 산림을 봉행하면서도 면접갈마를 하게 되는데 이때 질문하는 내용이 기본교육을 마친 사미에게는 사미십계이고, 구족계를 수지한 비구 스님에게는 사바라이나 십삼승잔에 대해서 질문하게 된다. 그 이유는 가장 기본적인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확하게 기억하고 그 내용에 대하여 설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다면 정확하게 기억도 못하는 내용을 잘 지킬 수 있을까? 잘 지키지 못하고 범계에 대해 참회하지 못한 사람이 스스로 지니게 된 계율에 대해서 어느 정도 신뢰하고 수행에 도움을 주는 소중한 가르침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사미의 신분은 사미계를 여법한 절차를 거쳐서 수지했을 경우에 사미계의 계체(戒體)가 이루어지고 이 계체가 훼손되지 않을 경우에 유지되게 된다. 비구의 경우도 삼사칠증의 수계화상을 모시고 13중난과 16경차가 문제되지 않는 수계희망자를 백사갈마로 여법하게 수계했을 경우에 비구계의 계체가 이루어지고 이 계체가 훼손되지 않은 경우 비구의 신분은 유지되게 된다. 사분율장을 근거로 볼 때 구족계의 경우 수지하게 되는 계목이 비구의 경우 250가지이고 비구니의 경우 348가지가 된다. 이러한 비구·비구니의 계목에 대한 내용이 율장의 전반부인 바라제목차에서 설명되고 있는데 계목(戒目)·계상(戒相)·계연(戒緣)·계체(戒體) 등이다. 비구의 경우 4바라이·13승잔·2부정·30니살기바일제·90바일제·4바라제제사니·100중학·7멸쟁법으로 그 내용을 나눌 수 있다. 비구니의 경우도 계목수와 남녀의 신체조건에 의한 내용의 차이는 조금 있으나 비슷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 세간의 법체계와 비교해 보면 바라이는 사형에 해당된다. 바라이죄를 범하게 되면 비구·비구니의 생명이 끝나기 때문에 머리가 잘린 경우와 같다는 의미로 단두(斷頭)라 하고 청정승가와 함께 살 수가 없기 때문에 불공주(不共住)라고 한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크게 자비로우셔서 바라이는 범한 사람까지도 수행은 계속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음을 <오분율장>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 제도가 바로 ‘진형학회갈마’이다. 바라이를 범한 비구가 그 사실을 바로 대중에게 알렸을 경우 비구의 권한이 모두 정지된 상태로 비구의 맨 끝자리, 사미의 앞자리에서 수행을 계속할 수 있게 했는데, 그 후 열심히 수행해서 아라한과를 얻게 되면 비구의 신분이 회복되는 제도이다.

또 구족계를 받은 사람이 바라이죄를 범하게 되면 바라이죄를 범한 이 몸으로는 다시 구족계를 받을 수 없다. 이러한 경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가 환계(還戒)제도이다. 이 제도에 대해서는 불음계 부분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음계를 범하기 전에 대중 스님에게 ‘나는 계를 바치겠다’고 하거나 ‘계속해서 수행할 마음이 없다’고 말하는 것으로 환계가 이루어진다. 이런 절차를 거치고 파계한 사람은 바라이를 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구족계를 받을 수 있으나 환계하지 않고 바라이를 범하게 되면 구족계 수계가 성립되지 않게 되는데 남방에서는 잘 활용되는 이 제도가 북방불교에서는 보편화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원칙을 무시하고 바라이를 범한 사람이 비구의 모습으로 청정승가와 함께하며 시주물을 사용하게 되면 승가의 상주물을 도적질해 먹는 중죄를 범하게 된다.

바라이 다음으로 중죄에 해당되는 부분이 승가바시사인데 한문으로는 승잔(僧殘)이라 하며 스님으로서의 목숨만 남아 있다는 의미이다. 스님으로서 갖게 되는 36가지 권한이 모두 정지된 상태에서 참회하고 출죄갈마를 해야 복권이 되는데 세간법의 무기징역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비구의 경우 승잔죄를 범하고 그 사실을 대중에 알리면 6야(六夜)에 걸쳐서 마나타를 행하고 20인 이상의 청정승가가 출죄갈마를 해야 복권이 된다. 그러나 승잔죄를 범하고 바로 대중에 알리지 않으면 감추고 지낸 기간만큼 파리파사라는 참회를 해야 하는데 이를 별주(別住)라고 한다. 마나타나 파리파사를 행하는 기간에 다시 승잔을 범하게 되면 처음부터 다시 참회를 해야 하는데 이를 본일치라 한다. 이러한 모든 조건을 갖추었어도 출죄갈마를 할 수 있는 20명의 청정비구가 없으면 출죄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중죄에 해당하는 바라이와 승잔은 계체가 훼손되는 부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사타와 타, 백중학 등은 개개인의 위의와 세간의 비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승가의 경우 승잔죄를 범한 스님을 참회시키고 출죄갈마를 행하는 시스템이 실행되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환계를 하고 다시 출가하는 경우도 그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수계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범계를 참회하고 청정성을 회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삼장을 통해서 계로 인해 정(定)이 생기고 정으로 인해 혜(慧)가 생긴다는 삼무루학이 피부에 와 닿는 가르침이 되기 위해서는 수계가 통과의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부처님께서 권하신 5년 이상의 계율공부와 이를 토대로 실행되는 각종 갈마가 여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불교신문3182호/2016년3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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