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심수행장

공파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해동보살 원효스님이 출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쓴 글로 <발심수행장>이 있다. 초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정진하려는, 본인을 경책하기 위해 쓴 글이라고 전해진다. 내용은 경구다. 부처님의 말씀을 토대로 “인간의 삶 자체가 도깨비 노름이니, 그 삶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는 각성의 경고글이다. 또한 아주 쉽게 쓰인 글이다 보니 의미가 명확하며, 760자 한자로 정리된 짧은 글이기도 하다.

부산 원효센터에서 원효스님의 대승기신론과 해동소 등을 강의하고 있는 공파스님이 원효스님의 <발심수행장>을 풀어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발원문을 포함해 총 38개 소단락으로 구성한 이 책은 인생이란 무엇이며, 왜 수행정진을 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바라밀 사상’의 진수를 담고 있다.

“눈 깜작할 사이에 백년이 흘러가는데 어떻게 배우지 않으며, 일생이 얼마나 된다고 자신을 구제하는데 게으름을 피우겠는가.(忽至百年 云何不學 一生幾何 不修放逸)”

원효스님의 글에 공파스님이 해설을 달았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인생은 흡사 흘러가는 강물에 올라탄 나뭇잎 같은 신세다. 어떻게 나뭇잎이 세찬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까. 부처님도 <목련소문경>에서 인생을 만갈래 강물위에 올라탄 나뭇잎에 비유하셨다. 앞의 것은 뒤의 것을 보지 못하고, 뒤의 것은 앞의 것을 보지 못하는 상태로 무상의 강물에 떠밀려 죽음의 바다로 쉼 없이 들어간다고 하셨다. 누구도 이 세월의 무상함을 이길 수 없다.”

한 문장에 대해 공파스님은 다양한 실생활의 예를 들어가며 설명한다. 그리고 경책의 문구를 적은 원효스님의 마음처럼, 절절하게 독자들에게 “지금이라도 하루빨리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고 전한다.

<발심수행장>의 문장 하나하나가 소중한 경책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인간들은 밥을 먹으면 굶주린 창자가 위로된다는 것을 알지만, 불법을 배워 어리석을 마음을 고치려고 하지 않는다.” “육신은 한순간에 흩어진다. 아무리 보하래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벌써 저녁이 됐잖아. 수행을 하려면 아침부터 해왔어야 하는 것인데.”

이런 글귀를 읽으면서, 원효스님이 중생을 얼마나 걱정하고 사랑했는가. 그 자비심이 새삼 느껴진다. 집이 불에 타는지도 모른 채 집안에 머물고 있는 세인들을 안타깝게 부르는 듯한 목소리가 <발심수행장>에 담겨 있다. 출가자가 <발심수행장>으로 불교공부를 시작하듯, 불자들도 성인이 왜 불교를 알고 수행해야 하는가를 적은 <발심수행장>을 한번 쯤 읽어야 한다.

“어떤 이는 어려워서 못 배우겠다고 엄살을 부린다. 세상에 안 어렵고 가치 있는 것은 없다. 영아 때, 엄마 아빠를 부르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어려워서 불교를 못 배우겠다고 손사래 치는 것은 내가 나를 포기해버린다는 뜻이다. 불교는 자신을 살리는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공파스님이 <발심수행장>을 번역해 내놓은 뜻을 이처럼 설명한다.

[불교신문3181호/2016년3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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