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식생 건축 유무형문화재 등 상세하게 정보 수록

조계종 총무원(원장 자승스님)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효율적인 전통사찰 보존 관리정책수립을 위해 2014년부터 5년간 추진하는 전통사찰 전수조사 사업의 첫 보고서인 <한국의 전통사찰>이 발간됐다. 총 3권으로 이뤄진 보고서에는 부산, 울산, 경상남도 3개 광역시도의 전통사찰 144개소가 지역별로 수록돼 있다. 사찰 역사부터 유무형문화재를 소개하는 것은 물론 건축과 가람배치, 사찰 주변 식생, 부동산 등 사찰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했다는 점에서 가치 있다.

종단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본격적으로 전통사찰 전수조사에 나선 것은 지난 2014년부터다. 전통사찰은 스님들의 수행도량이자 신도들의 신행공간이며 일반인에게는 휴식의 공간이자 전통문화를 향유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 이곳에는 건축, 조각, 회화, 공예, 경전 등 유형문화유산과 불교의례, 세시풍속, 전통문화행사 등 무형유산이 전해진다. 이처럼 전통사찰은 소중한 문화유산임에도 보수정비 지원 부족 등으로 최근 급격히 노후되고 퇴락한 곳이 적지 않다. 이번 조사는 오랜 세월에도 역사와 문화가 공존해 있는 전통사찰 보존관리를 위한 기초자료 확보가 시급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본격적인 전수조사에 앞서 종단은 2013년 기초조사를 진행한데 이어 사업시행 첫 해인 2014년에는 부산, 울산, 경남도 지역 전통사찰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2014년 당시 전국에 등록된 전통사찰은 총 944개소로, 서울 58개소, 부산 32개소, 대구 18개소, 인천 8개소, 광주 5개소, 대전 4개소, 울산 11개소, 세종특별자치시 8개소, 경기도 100개소, 강원도 47개소, 충북도 83개소, 충남도 73개소, 전북도 113개소, 전남도 95개소, 경북도 176개소, 경남도 101개소, 제주도 12개소였다. 사업 첫 해 선정된 조사지역은 부산, 울산, 경남도로, 이곳의 전통사찰 수는 총 144개소다. 조계종이 130개소로 가장 많고 법화종, 선학원, 원효종, 태고종 등 타종단의 사찰이 14개소다.

첫 보고서는 2014년에 조사된 부산, 울산, 경남도 지역의 전통사찰에 대한 기록이다. 총 3권의 보고서에는 144개 사찰현황이 담겨 있다. 1권에는 부산, 울산, 경남 거제, 거창, 고성지역, 2권에는 김해, 남해, 밀양, 사천, 산청, 양산지역 3권에는 의령, 진주, 창년, 창원, 통영, 하동, 함안, 함양, 합천지역 전통사찰이 차례로 소개돼 있다. 금정총림 범어사, 영축총림 해인사, 해인총림 해인사, 쌍계총림 쌍계사 등 4곳의 총림의 경우에는 산내 암자까지 조사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의 가장 큰 특징은 크게 역사, 건축, 식생, 성보, 부동산 등으로 분류해 관련 정보를 상세하게 수록했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 2010년 총무원 문화부가 2000페이지 분량으로 발간한 <한국의 전통사찰 ⅠⅡ>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우선 역사부분에서는 사적비 중수비를 비롯해 각종 문헌자료를 정리해 연혁을 정리하고, 설화, 의식, 인물, 사건 등을 함께 기술했다. 일례로 극심한 가뭄에도 1년 동안 마르지 않고 달고 맛있는 샘물이 솟았다고 전해지는 부산 감천사 설화나 세 명의 여인으로 그려진 ‘삼신제왕도’가 봉안된 삼성각에서 기도하면 아기를 점지해준다는 부산 금용암 설화 등 사찰에서 전해지는 얘기들이 상세히 기록했다. 또 사찰에 소장돼 있는 성보문화재 가운데 지정문화재는 물론 광복 이전과 이후에 조성된 성보문화재현황을 표로 정리했다.

건축현황도 알기 쉽게 보여준다. 사찰 배치도의 경우 전자지도와 항공 촬영한 이미지를 겹쳐 현재 배치형태에 맞게 재작성했고,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된 항공사진을 사찰별로 수록했다. 지정문화재와 일반 전각을 나눠 각각의 전각마다 사진과 함께 명칭, 용도, 건립시기, 규모, 구조, 지붕, 공포 등을 서술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점은 전각의 보존상태와 보존가치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한 것이다. 보존상태는 상중하 삼단계로 나눠, 구조적으로나 외형적으로 관리가 잘된 경우와 구조적인 문제는 없지만 회벽이 탈락되는 등 경미한 문제가 있는 경우, 건물이 기울이지거나 침하되는 등 구조적 문제가 있는 경우로 구분해 표시했다. 보존상태 관련 기록은 보수 상황을 예측할 수 있어 보존 관리 예산반영에 중요한 근거가 되기도 한다.

보존가치 조사는 미지정 건물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전각의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가치와 불교사적 의미에 초점을 맞춰 총 4단계로 분류한 것이다. 건립된 지 50년 이상으로 역사적 예술적 학술적 가치가 높아 당장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가치 있는 경우가 매우 높음에 해당하고 높음, 중간, 낮음 순으로 적용한 것이다. 보존가치가 높고 보존상태가 뛰어난 전각에 대해서는 전경 외에도 지붕과 공포, 기둥, 처마 등 부재별 세부사진과 건물을 실측해 작성한 평면도를 수록해, 지정 가능성을 높였다.

사찰 주변의 식생조사는 전통사찰 전수조사서 최초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 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은 점(點)단위에서 면(面)단위로 확대됐다. 전통사찰의 전각이나 성보문화재와 더불어 주변 산림과 조경이 어우러진 사찰경관도 주요한 가치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것이다. 게다가 지난 2005년 산불로 양양 낙산사가 소실되면서 사찰림의 경관적 가치뿐만 아니라 방재적 측면에도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번에 식생조사도 함께 이뤄졌다.
식생조사는 중심사역에서 반경 50m 내외를 조사지역으로 삼아, 사찰림, 조경, 주요수목의 현황을 살펴본 것이다. 사찰림의 경우 수목 현황을 정리하고 경관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방재역할을 높이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도 지적했다. 주요수목 조사는 지정문화재, 보호수를 비롯해 미지정 수목을 대상으로 생장상태, 생육환경, 특징과 역사를 파악하고 보존관리를 위한 개선사항도 제시했다. 산림공간정보서비스(FGIS)를 토대로 임상도와 산사태위험도도 수록했다.

사찰 부동산 조사는 건축물대장 등재여부는 물론 항공사진과 지적정보를 비교해 사찰 토지와 건물현황을 파악하는 것으로 진행됐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정안스님은 “2014년부터 매년 200여 개 전통사찰에 대해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며 올해는 광주 전남 전북지역이 대상”이라며 “전통사찰이 민족문화 유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문화향유 대상으로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전수조사보고서는 국민들에게 전통사찰에 대한 정보 제공 및 관광자원화 등을 위한 자료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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