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대한불교조계종 한전부지 환수위원회’ 출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는 원래 봉은사 소유였지만 1970년 국가기간시설 입주 등을 이유로 상공부의 강제수용으로 정부에 매각됐다. 하지만 합법적인 계약관계 이면에는 정부가 조직적으로 종단차원의 매각 결의를 이끌어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진실규명이 필요하다. 사진은 코엑스 등 봉은사 주변 모습.

“군사 정권 시절 법적 효력 없이 강제 수용된 한전 부지는 봉은사가 원 소유자이므로 사부대중의 품으로 돌아와 전통문화 보전과 진흥의 도량으로 활용되어야 합니다.”

국가 권력에 의해 정부에 강제로 수용된 한전 부지를 되찾기 위한 ‘대한불교조계종 한전부지 환수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조계종 한전부지 환수위원회와 서울 봉은사는 지난 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167번지’를 비롯한 토지들에 대해 법적 대응을 비롯한 적극적인 환수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환수위 공동위원장은 총무원 총무부장 지현스님과 봉은사 주지 원명스님이 맡았으며, 위원에는 재무부장 유승스님, 사회부장 정문스님, 봉은사 총무국장 법원스님, 신도회 회장 및 부회장, 사무총장, 대변인 등 총 7인으로 구성됐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4년 9월 낙찰 받아 약 10조원을 주고 사들인 한전부지는 원래 봉은사 땅이었다. 상공부는 1970년 9월27일 봉은사 소유 토지 10만평을 조계종 총무원을 상대로 매입했다. 봉은사 땅이 정부 소유로 넘어가게 된 과정은 겉으로는 절차를 밟아 진행된 매각으로 보이지만, 당시에도 상당한 의혹이 제기됐다.

환수위 공동위원장 원명스님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 수용은 적법한 소유권자로부터 수용한 것도 아니며,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을 기망해 이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원소유자인 봉은사가 계약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당시 계약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환수위에 따르면 당시 계약서는 원소유자인 봉은사 명칭이나 주지 스님의 날인 없이, 총무원과 상공부 관계자가 계약 당사자로 체결했다. 앞으로 환수위는 한전부지를 소유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를 비롯해 등기를 이전 받았던 회사 등 10여곳(대한중석광업주식회사, 호남비료 주식회사, 주식회사 석유화학지원공단 등)을 상대로 ‘원인무효에 의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 청구 소송’을 낼 계획이다.

사진제공=조계종 홍보팀.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당시 상공부는 토지를 수용할 때, 상공부와 포항종합제철을 포함한 10개 회사가 입주할 정부청사부지로 사용한다는 명분으로 종단을 압박했지만 실제 이전한 기관은 한국전력 이외 어떤 기관도 이주하지 않았다. 이는 정부가 봉은사 땅을 사들이기 위해 ‘국가 사업’을 명분으로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일을 추진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이던 손정목 씨도 2003년 중앙일보에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통해 정부의 계획적인 주도하에 봉은사 토지를 매수하기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밝히고, 부당한 공권력 남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공동위원장 원명스님은 “정부는 전통문화의 진흥과 국민의 정신적 휴식처로 활용되어야 할 전통사찰 경내지를 ‘정부 일’이라는 명분으로 편법과 기망으로 강제 수용해 엄청난 경제적 이익을 얻은 것”이라며 “봉은사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위법하게 수용된 봉은사 토지를 환수해 전통문화가 빛나는 공간, 시민들이 소통하고 문화를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수위의 한전부지 환수 추진은 조계종 총무원 강남 이전 계획 등과 연계돼 진행될 전망이다. 환수위 대변인 김봉석 변호사는 “종단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짜고 있는데 이번 한전부지 환수와도 관계가 있다”면서 “종단 백년대계를 고려한 폭넓은 방향으로 추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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