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불교이야기

정병삼 지음/ 풀빛

세상의 이치 깨달은 부처님

45년 동안 값진 진리 설파…

그 성대한 법석을 오롯이

그림으로 옮긴 영산회상도

 

탱화는 설법하는 부처님과

직접 만나는 유의미한 자리

송광사에 모셔진 영산회상도 가운데 미륵·문수·관음보살 모습.(1725년 작) 석가모니 부처님을 중심으로 보살과 신중, 청법대중이 둥글게 모임을 이룬 모습으로 그려진 이 후불탱화는 부처와 중생이 하나된 세상을 형상화했다.

송광사에 모셔진 영산회상도 가운데 미륵·문수·관음보살 모습.(1725년 작) 석가모니 부처님을 중심으로 보살과 신중, 청법대중이 둥글게 모임을 이룬 모습으로 그려진 이 후불탱화는 부처와 중생이 하나된 세상을 형상화했다.

정병삼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가 <그림으로 보는 불교이야기>를 펴냈다. 간송미술관 수석연구원을 지낸 정 교수는 그동안 <한국불교사 연구 입문> <일연과 삼국유사> <의상화엄사상 연구> 등 불교학에 대해 천착해 왔다. 미술사학가이면서 불교사상 연구가로 활동하는 정 교수가 불교미술 가운데서도 탱화에 담긴 의미를 찾아간 결과물이 <그림으로 보는 불교이야기>다.

 

법당 탱화에서 흔히 세분 부처님이 모셔진 그림을 접한다. 왜 세 분의 부처님을 그린 것일까. 용주사 탱화(김홍도 작, 1790년)는 석가모니부처님을 중심으로 약사불과 아미타불을 나란히 한 자리에 봉안했다.

“부처는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와 온갖 방면의 시방(十方), 곧 모든 시간과 공간에 걸쳐 두루 있다. 석가모니는 이 세상을 떠났지만 영원히 떠나간 것은 아니다. 깨달은 이후 설한 법은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존속한다. 붓다가 깨달은 불변하고 영원한 진리는 무한한 힘을 지녔고, 인간을 구제하기 위해서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즉 석가모니 부처님은 몸과 마음이 아픈 사람을 어루만지는 약사여래불이기도, 극락정토를 만드는 아미타불이기도 하다는 저자는 탱화를 소재로 다양한 불교의 신앙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15년 전 처음 출간됐다. 그동안 정병삼 교수의 학문적 성과를 더해 새롭게 엮은 개정판을 내놨다. 무엇보다 불화에 담긴 깊이 있는 내용과 설명이 눈길을 끈다. 영산회상도를 시작으로 팔상도, 부처님의 전생인 본생담과 불화, 화엄탱화와 관음32응신도에 담긴 대승사상, 10대 제자와 16나한, 그리고 33조사 등 탱화를 통해 불교의 불보살 신앙체계를 설명하고 있다.

“지장보살의 원력으로 망자를 지옥에서 구제하지만, 결국 이들을 인도해야 할 곳은 극락이다. 지옥중생의 넋을 천도하는 의식을 통해 극락교주인 아미타부처님 일행이 서방정토로 인도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 감로탱이다. 감로란 중생을 구제하는데 다시없는 가르침을 비유하는 말이다.”

감로탱을 보면 사람들의 온갖 모습을 하단에 그렸다. 그리고 지옥의 현장 위로 중생의 넋을 위로하는 천도의식이, 아미타불의 원력으로 지옥중생이 극락으로 가는 풍경이 한폭 그림에 담겨 있다. 저자는 “불교를 알아야 탱화를 제대로 해석하고 감상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아귀나 지옥중생을 지키는 수문장이기도 하며, 때론 인로왕 보살처럼 중생을 극락으로 옮기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감로탱 한 장의 그림에는 수많은 사람, 보살이 표현돼 있다. 저자는 “아무리 현세에서 힘들어하는 중생일지라도 잘못된 생활을 반성하고 스스로 선한 행동을 하며 선업을 쌓으면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가르침이 그림으로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 발길이 닿는 곳마다 절이 위치해 있다. 사찰에는 여러 미술품이 존재하고 있는데, 특히 전각 안에 모셔진 탱화는 한국불교의 특징이기도 하다. 한자를 모르는 대중이 많던 시절, 화승들은 경전의 내용을 그림으로 담아 그 내용을 전달하고자 했다.

즉 그림 하나하나에 경전의 내용, 불교의 가르침을 담아낸 것이다.

이를 모르고 절을 찾는다면 탱화는 그냥 불상 뒷면을 장식한 그림에 지나지 않는다. 정병삼 교수는 탱화의 의미를 알고 보면, 탱화의 문화적 종교적 가치가 다르게 보인다고 조언한다.

“세상의 크나큰 이치를 깨달은 붓다는 45년 동안 사람들에게 그 진리를 설파했다. 발길 닿는 곳마다 뭇 대중들에게 설법했지만 그 중 가장 즐겨 설법한 곳이 영취산이고, 그 성대한 자리를 그림으로 옮긴 것이 영산회상이다. 불화를 그린 화승은 종교적 정열과 예술적 자질을 조화시켜 영산회상을 그렸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마음으로 그림을 보며 저만의 생각을 한다. 그러나 영산회상의 뜻은 한가지다. 다름 아니라 2600년 전 설법을 하고 계시는 법석에서 부처님과 직접 만나는 자리라는 점이다.”

[불교신문3174호/2016년2월3일수요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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