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사분율 비구니 계상표해’ 발간

사진 왼쪽부터 초은, 원광, 성담, 적연, 우담, 설오스님

율장 가운데 비구니 스님 관련 조문만을 집대성해 우리말로 번역한 책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출간됐다.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연구과정 스님들은 3년간 작업 끝에 율장에 기록된 비구니 계목을 총망라 한 <사분율 비구니 계상표해>를 최근 발간했다.

영축총림 통도사 전계사 혜남스님이 감수한 이 책은 8바라이법, 17승가바시사법, 30니살기바일제법, 178바일제법, 8바라제제사니법, 100중학법, 7멸쟁법 등에 대해 차례대로 다루고 있다.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스님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우리말로 번역된 것 외에도 단순히 계의 조문만 일러주는 것을 넘어 비구니 계율 사전적 역할과 역사부터 총체적으로 설명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

책을 보면 <사분율>의 내용을 요약정리해 부처님께서 계를 제정한 인연을 전하고 제정한 뜻 외에 범하는 조건은 무엇이고 범하는 상황에 대해 표를 그려 설명하고 있다. 또 함께 제정된 다른 계와 계를 범한 게 아닌 예외적 조항 등을 상세하게 수록돼 있어 계목에 대한 스님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책의 저본은 청나라 때 베이징 퉁쟈오쓰(通教寺) 비구니 승우스님이 펴낸 <사분율 비구니 계상표기>이다. 승우스님은 청나라에 대표적인 율사 홍일스님(1880~1942)이 펴낸 <비구계상표기> 강설을 듣고 환희심을 느껴 비구니 스님들을 위한 계본을 직접 엮었다. 이 책은 <비구계상표기>를 저본으로 <행사초> <비구니초> <사분율소> 등에서 비구니계에 해당하는 부분을 모아 계를 제정한 뜻을 덧붙인 것이다.

금강율학승가대학원 연구과정 스님들이 이 책을 번역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3년 전이다. 전문과정에서 사문율장의 비구니 계본을 공부하면서 좀 더 명확한 뜻을 찾아 대만에서 발간된 주석서까지 참고했는데, 국내에 계율 관련 연구물이나 우리말로 된 계율 서적이 부족한 것이 늘 아쉬웠다. 그러다 <비구니계상표기>를 접하면서 이 책을 우리말로 번역해 스님들에게 소개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금강율학승가대학원장 적연스님을 비롯해 지난 24일 금강율학승가대학원 연구과정을 졸업한 성담, 우담스님이 일찌감치 번역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1년이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3년이란 시간이 훌쩍 흘렀다. 그 사이 많은 스님들이 참여했다. 남보타사 본인스님 계율 특강 때 통역을 담당했던 설오스님, 의덕사에서 2년간 유학했던 원광스님 외에도 혜원스님, 초은스님이 연구과정에 입학해 번역을 담당했다.

신심과 원력으로 시작했지만 율장을 현대 우리말로 옮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율장에 등장하는 전문적인 용어를 어디까지 한글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컸다. 저본으로 삼았던 <비구니계상표기>가 워낙 응축된 문장이라 단순히 번역만 한다고 해서 뜻을 전달하기 쉽지 않았다. 국내에는 자료가 부족해 대만과 중국에서 나온 과청(果淸)율사가 쓴 <사분율비구니계본강기(四分律比丘尼戒本講記)> 외에 본인스님의 <사분비구니계상표기강의> 여서스님의 <사율비구니계상표기천석(淺釋)>을 참고해야 했다.

중국과 한국의 문화차이 때문에 한자를 알아도 번역이 되지 않는 구절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본인스님과 대만인으로 한국서 출가해 봉녕사에서 공부했던 여항스님에게 도움을 받았다. 금강율학승가대학원서 공부하다 현재 의덕사에서 유학 중인 정원스님도 전문과정 스님들의 SOS에 언제나 응답해줬다.

번역 후 교정 작업은 치열하기까지 했다. 한글세대의 시점에 맞추자는 생각에 한문 원문을 과감히 빼고 토씨 하나 걸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은 스님들은 자구 하나를 두고 밤을 새워 토론했다. 번역문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었다. 교정지가 너덜너덜해지도록 원고를 고치고 또 고쳤다. 출판사에서는 혀를 내둘렀지만, 덕분에 책의 완성도는 높아졌다. 오탈자가 거의 없는데다가 편집도 깔끔해 9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에도 책장이 쉽게 넘어간다.

책을 받아본 스님들의 반응도 뜨겁다. 계율에 대한 책이라 딱딱할 줄 알았는데 계를 제정한 인연 등이 함께 소개돼 있어 가독율이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부처님께서 직접 계를 설명해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는 스님도 있다. 책을 찾는 스님들이 많아져 1쇄 500부는 이미 다 배포됐고, 2쇄 교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힘든 과정은 많았지만 후배 스님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업을 이어갔다”는 금강율학승가대학원장 적연스님은 “우리나라 스님들은 <사분율>을 근거로 비구니계를 수지하는데 수계산림 때 잠깐 보는 것 외에 율장 공부할 기회가 많지 않다”며 “책 출간을 계기로 계율에 대한 스님들의 관심이 높아져 율장연구는 물론 스님들의 수행이 더 청정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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