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품은 집

조경희 지음 김태현 그림개암나무

세계문화유산인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보관하는 곳, 판각. 조경희 아동작가는 판각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토록 훌륭한 건물을 만든 사람들은 누굴까.” 세월이 가득 묻은 기둥이며 창살, 기와를 보면서 작가는 목수와 석수, 기와공과 그들을 뒷바라지 했을 서민들을 떠올렸다. 그 상상력으로 엮은 동화가 <바람을 품은 집>이다.

동화의 주인공은 소화. 능소화 꽃을 좋아했던 아버지가 붙여준 이름이다. 일찍 엄마를 여읜 소화는 매품을 파는 아버지와 생활을 했다. 매품이란 죄를 지은 양반이나 돈 있는 사람들을 대신해 곤장을 맞고 얼마의 돈을 받던 관습이다. 원래 아버지는 목수였지만, 소화가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죽자, 먼 곳에 일을 가야 하는 목수일 대신 매품으로 생계를 유지해 왔다.

어느 날 아버지가 뱀골 영감을 대신해 곤장 100대를 맞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한다. 인정없는 노인 뱀골 영감은 그에 대한 미안함도 없는지, 소화가 살던 집까지 빼앗는다.

아버지마저 잃은 소화는 이웃집 대목장을 따라 길을 나선다. 그렇게 간 곳이 합천 해인사. 그곳에서 소화는 삶을 추스르며 불사에 참여한다. 빈터에 돌, 나무 하나하나 자리를 잡으며 건물이 완성되듯, 소화의 마음도 차츰 강인하고 단단하게 성장한다.

“아저씨는 나무를 보고 기둥감인지 대들보감인지 어떻게 아세요?” 대목장 아저씨가 고른 나무들은 한 치의 틈도 없이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졌다. “그것은 내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스스로 결정하는 거란다. 그 성질과 쓰임은 나무가 가장 잘 알고 있지.”

대목장의 말에 소화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나무를 다듬으면서 소화는 문득 연꽃을 떠올렸다. “부처님의 말씀이 새겨진 대장경판이 사는 집을 들어가는 문이 연꽃 모양이라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결국 소화를 통해 만들어진 연화문은 햇살이 지붕에 드리울 때면 연꽃봉우리 그림자를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태어난다.

이 동화는 어린이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성장 동화이면서 팔만대장경 판전의 아름다움, 그리고 문화유산을 만든 사람들의 마음을 복합적으로 엮어냈다. 양반집에 초상이 나면 대신 울어주는 곡소리꾼 함양댁 아주머니, 몇 달이고 집을 떠나 무거운 돌과 나무를 나르고 다듬으면서도 집에 두고 온 가족을 생각하며 희망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바람을 품은 집, 판전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희망과 꿈, 그리고 성장의 결과가 담긴 문화유산이라는 것이 새삼 느껴지는 동화다.

조경희 작가는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별밭이 된 씨름장>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계명문화상과 눈높이 아동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아르코 문학창작기금 등을 수혜했다. 직지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아빠는 나의 영웅> <천년의 사랑 직지> <김 반장의 탄생> 등을 펴냈다.

[불교신문3170호/2016년1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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