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인도네시아 성지순례를 다녀와서

학인 스피치대회 영어 최우수상

학인염불 시연대회 최우수상까지

수상자 격려차원 순례 제의 ‘감동’

 

총무원장 스님 따뜻한 배려에

목숨걸고 정진하리라 원력 세우며

세상 환히 비추는 수행자 ‘다짐’

생애 처음 찾아간 인도네시아 순례를 통해 승가대학 생활을 정리하고 출가자로서 걸어가야 할 방향을 깨우쳤다. 함께 동행한 스님들과 촬영한 기념사진.

지난 10월 열린 제1회 학인 외국어스피치 대회가 끝나고, 다시 평범한 일상생활로 돌아와 여느 때와 같이 대방 부전 소임을 맡고 있던 어느 날, 뜻밖의 연락이 찾아왔다. 조계종 총무원으로부터 인도네시아 순례 제의가 온 것이다. 외국어스피치 대회 개인 영어부분의 최우수상과 지난해 학인 염불 시연대회 개인부 최우수상 수상자로서 격려 차원의 연수 혜택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출가한 나는 작년 중국 오대산으로 청암사 승가대학 졸업여행을 간 것 말고는 다른 나라에 가본 적이 없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보로부두르 사원에 간다니 정말 기뻤다. 종단을 대표하는 어른 스님들과 함께 하는 순례라 더욱 영광스러웠다.

지난 11월17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이번 순례는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지도자들이 함께 모여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종교인 힌두교 사원의 방문을 통해 타종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국불교 종단들의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자리다. 4박 5일간 인도네시아 곳곳의 힌두교 사원들을 두루 방문했다. 11세기에 건립된 따만구능까위 석굴사원, 우붓 힌두사원, 우붓 왕궁, 뿌뿌탄 광장사원에 들러 인도네시아의 힌두교와 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원숭이 사원으로도 유명한 울루와뚜의 절벽은 참으로 멋진 곳이어서 함께 갔던 동학사 진홍스님과 사진을 많이 찍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길에서 만나는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참으로 맑은 눈과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삼세의 인연인 듯, 조금의 낯섦도 없이 인도네시아 아이들과 인사를 나눌 때면 행복 바이러스가 주변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다.

넷째 날, 드디어 보로부두르 사원을 찾았다. 인도네시아의 자바 섬. 중앙에 있는 고도(古都) 족자카르타에서 서북쪽으로 42km 떨어진, 케두 분지의 기름진 평원 위에 웅대한 불교사원 `찬디 보로부두르’가 우뚝 서 있다. 굽이치듯 하늘로 솟아오른 석조의 평면지붕들, 정교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수많은 돌 부조와 불상 조각들, 꼭대기 한가운데 장식된 거대한 불탑은 하늘을 향해 ‘남반구에서 가장 웅대하고, 가장 아름다운 불교 유적’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정말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이름처럼 장관의 연속이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건축물을 보면서 신심이 솟아났다. 욕계, 색계, 무색계를 상징하는 회랑(복도)에는 모두 부처님의 일대기와 가르침이 표현돼 있다. 일각에선 불교 교리가 응축된 만다라를 구현한 불탑이라는 해석도 있다. 특히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너무나도 유명한 선재동자 구도는 제2회랑부터 제4회랑까지 이어지는데, 현재 승가대학에서 배우는 <화엄경> ‘입법계품’과 관련이 있어서 더욱 눈을 크게 뜨고 봤다. 꼭대기 층 종모양인 72개의 스투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웅장함 그 자체였다.

4박5일간 총무원장 자승스님께서 따뜻하게 잘 챙겨주셨다. 각별한 인연도 알게 됐다. 나는 고등학교 때 청소년 법회를 다니며 나란다축제에 참가해 ‘청소년 불교교리 경시대회’에서 고등부 ‘대상’을 받았다. 교리경시대회를 계기로 출가의 길에 더욱 확신을 가졌고, 결정적으로 출가를 마음먹게 해줬기 때문에 나에게는 참 뜻 깊은 대회였다. 총무원장 스님은 내가 고등부 ‘대상 수상자’라는 것을 아신 후 굉장히 기뻐하고 반가워 하셨다. “공부를 한다면, 눈이 빠질 정도로 목숨을 다해 하고, 선방을 다닌다면, 엉덩이가 문드러질 정도로 목숨을 다해 하고, 포교를 한다면, 길바닥에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목숨을 다해서 하라. 모든 일을 함에 목숨을 걸고 죽을 힘을 다하라”고 격려해 주실 때는 눈물이 핑 돌았다. 정말 그렇게 수행하고 공부해야겠다고 원을 세웠다.

나에게 이번 인도네시아 순례는 특별한 졸업 선물 같아 매우 뜻 깊고 감사하다. 졸업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4년간의 승가대학 생활을 정리하고, 구족계를 받기 전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게 해준 인도네시아 순례! 이번 순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준 총무원장 자승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순례 중 따뜻하게 챙겨준 어른 스님들, 마음 편히 다녀 올 수 있게 격려해준 청암사 승가대학 학장 스님, 주지 스님을 비롯해 우리 청암사 대중 스님들과 도반스님들, 그리고 언제나 바른 수행자로 이끌어 주시는 은사 스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스스로를 밝히고, 그 빛으로 세상을 환히 비추는 큰 수행자가 되겠습니다.”

[불교신문3162호/2015년12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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