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발원사 주지 호법스님

불교는 잘사는 법 알려주는 종교

철저하고 완벽하게 잘사는 길은 ‘해탈’

행복하고 싶으면 불교 믿고 배워야…

 

교육은 행복의 길을 찾아주는

불자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사명

계율 지키면 행복은 저절로 찾아와

 

내년 5월 영도관내 포교당 만들어

참선·명상교육에 매진할 계획

지난 11월21일 부산 발원사서 만난 호법스님. ‘행복 찾는 길’을 말해주는 스님 모습이 더 행복해 보인다.

부산은 지난 몇 년 새 연합회 차원 활동이 무척 활발해졌다. 부산을 대표하는 금정총림 범어사가 중심이 되어, 열정적이며 책임감 강한 젊은 스님들의 헌신적 활동 덕분이다. 여기에다 실무자와 고문 회장 등 부산을 대표하는 ‘큰스님’들을 이어주는 ‘부회장급’ 스님들이 여럿 있어 연합회 차원 활동이 더 활발해졌다. 연합회에서 부회장 소임을 맡고 있는 이 스님들은 십수년에 걸쳐 포교 가람수호 신도교육에서 많은 성과를 내고 이제 부산 전체를 책임지며 전국적으로도 많이 알려져 있다. 생명나눔실천본부 부산지역본부를 비롯 여러 단체를 책임지는 선암사 주지 원범스님, 포교 전 분야에서 단연 전국 최고 사찰로 일군 홍법사 주지 심산스님, 혜원정사를 부산의 대표적인 사찰로 성장시키고 조계종부산연합회 전법도량 등을 창립해 중심적 활동을 했던 쌍계사 주지 효명스님 등이 대표적이다. 이 스님들은 이미 부산을 넘어 전국적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여기에 최근 또 한명의 스님이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 영도 발원사(發願寺) 주지 호법스님이다. 지난 11월21일 영도구 동삼동 호법사에서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부산에서 많은 활동을 펼치며 각종 단체 대표를 맡아 포교에 여념이 없다. 올 가을 특히 분주했다. 여기저기 나와달라는 곳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팔관회에서는 계사로 추대됐으며,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 통일콘서트에서는 매끄러운 사회로 박수를 받았다. 부산불교연합회 차원 행사에 늘 자리를 지켰다.

맡고 있는 소임이 많다. 영도구불교연합회장, 조계종을 비롯하여 여러 종단이 함께 모여 있는 부산불교연합회 부회장, 조계종 스님들만의 모임인 조계종부산연합회 부회장, ‘조계종민족공동체추진부산지역본부’ 승가위원과 영도구민주평통자문회의 고문, 생명나눔부산본부 이사, 영도경찰서 경승실장, 부산해양경비안전서 경승실장, 태국마하출라롱콘 한국자매결연 학교 전임강사 등. 스님은 부산 영도에서만 20여 년째 활동 중이다.

사세가 기울고 건물마저 무너졌던, 타종단 사찰을 매입한 것이 20여 년 전이다. 영도는 부산에서도 외지고 낙후된 곳이다. 그 중에서도 발원사가 위치해있는 동삼동은 더 심하다. 다들 ‘스님 정도면 다른 곳에 가면 훨씬 더 쉽고 크게 일으킬 수 있다’며 말렸다. 은사 스님 조차 터를 보고는 쉽지 않은 곳이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스님 역시 쉽지 않은 곳임을 알았지만 ‘그마저 인연’이라며 걸망을 풀었다. 스님은 “막상 시작했지만 정말 불사가 어려웠고 아마 지난 20여 년간 이곳에 쏟은 노력을 다른 곳에다 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크게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세월의 불사와 포교 노력이 얼마나 힘들고 지난(至難)했는지를 말해준다. 무엇보다 부채를 갚는데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5년 전 부채를 모두 해결했다. 부채를 해결하자마자 곧바로 범어사 말사로 등록했다.

스님은 제8교구본사 직지사가 본사다. 녹원스님이 은사다. 직지사로 등록한다 해도 탓할 사람이 없다. 소속 본사와 활동하는 지역이 다를 경우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직할 등록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스님은 망설이지 않고 범어사에 등록했다. 이유는 한 가지다. 사찰이 있는 영도가 범어사 관내이기 때문이다. 스님은 “영도에서 20년 이상 활동했는데 범어사로 등록하는 것이 마땅하다. 범어사 스님들과도 인연이 많고 금강암에도 살았었다”며 당연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종단 등록하면서 절 이름도 발원사(發願寺)로 바꾸었다. 절 이름은 스님이 정신적 지주로 모시고 존경해마지 않는 영주암의 정관스님(원로의원)으로부터 받았다. “기도와 참선을 많이 하시는 참 수행자이시며 인격적으로 훌륭하신 정관 대종사님을 찾아뵙고 말씀드렸더니 ‘원력을 세워라’는 뜻에서 발원사를 지어주셨다.” 스님은 “어른 잘 모시고 아는 것도 찾아뵙고 여쭙는 것이 중(僧)의 기본 정신”이라고 덧붙였다.

스님의 원력은 교육이다. 스님은 “제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교육, 후학지도다. 불교 미래를 위한 것은 교육밖에 없다. 특히 스님들 교육이 중요하다. 내 성향이 공부하고 가르치는 교육이 맞는 것도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면 먼저 자신이 공부해야 한다. 스님은 많은 공부를 했다. 대강백 각성스님의 전강(傳講)제자로 ‘통화전문강원’ 첫 회 졸업생이다. <화엄> <능엄> <기신론> 등 전통 한문경전에 능할 뿐 아니라 영어도 능통하다.

원래 공부에 매진했던 것은 아니다. 스님은 “한때 방황도 많이 했다”고 했다. 그러다 공부에 갈증을 느끼면서 무섭게 매진했다. 태국이 세운 세계적인 승려 전문 불교대학인 마하출라롱콘대학 부산 자매결연 캠퍼스에 전임강사로 출강할 정도다. 스님은 태국의 이 대학에서 한국 스님으로는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모두 영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마친 것이다. 스님은 “좋은 스승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겸손해했다. 스님은 “프랑스와 스페인 대사를 역임하고 대학 부총장을 역임한 스리랑카의 한 유명 대학 노교수가 퇴임 후 부산의 마하출라롱콘 자매결연대학에 와서 강의를 했는데 내가 8년 간 함께하면서 통역을 하고 지도를 받아 박사학위를 받았다”며 “그 분을 만난 것을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님이 교육을 강조하고 일선에서 활동하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서다. “불교는 무엇인가. ‘The way of life’, 즉 잘사는 방법이다. 이는 내가 아니라 서양의 학자들이 불교를 정의한 것이다.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잘사는 방법을 일러주는 것이 불교인 것이다. 잘 사는 것은 무엇인가? 보통의 사람들이 말하는 물질적으로 부유하고, 건강한 것도 잘사는 것이다. 죽을 때 죽음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 사후에 극락세계로 가는 것도 잘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일시적이며 한시적인 삶이다. 완벽하고 철저하게 잘사는 것은 해탈이다. 인간사 모든 고(苦)로부터 벗어난다는 해탈, 그 중에서도 생사(生死)로부터 벗어나는 해탈이 궁극적 행복이다. 이는 선택이 아니고 필수다. 다른 종교도 행복을 추구하지만 불교만큼 철저한 종교는 없다. 그래서 행복해지고 싶으면 불교를 배우고 믿어야 한다. 교육은 사람들에게 행복의 길을 찾아주는, 불자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사명이다.”

그러면 행복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가? 스님은 “계율을 지키면 행복은 저절로 찾아온다”고 한다. “불교는 일체유심조, 즉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잘 다스릴 때 행복은 찾아온다.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은 마음이 외부의 영향에 흔들리지 않고 산란하지 않다는 것이다. 마음이 안정을 찾아야 스스로 들여다 볼 여유가 생기고 그 속에서 지혜가 나온다. 마음이 불안하고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것은 계율을 지키지 않기 때문이다. 계율은 인간이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꼭 지켜야할 덕목이다. 하지 말아야할 것을 자꾸 범하니 죄책감이 들고 불안에 떨고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것이다. 인간으로서 지켜야할 덕목을 지킨다면 내 마음이 저절로 평안해지고 고요해지며 지혜가 그 속에서 나온다. 계정혜 삼학이 바로 이러한 원리를 담고 있다.” 스님은 계율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간이 꼭 지켜야할 계율을 지키면 마음이 고요해지고 그 속에서 지혜가 나와 행복으로 향한다는 것이다. 그 원리를 일러주는 것이 교육이다. 알지 못하면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스님은 “고통이 일어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갈애(渴愛), 즉 욕망이며 다른 하나는 무명(無明), 즉 무지에서 나온다. 그러므로 인간이 불행한 이유와 행복의 길을 찾도록 교육하고 포교하는 것이다.”

스님이 불교의 핵심을 교육하고 전하는 데는 스님 스스로 불교를 통해 많은 것을 얻고 변화했기 때문이다. “내가 부처님의 은혜를 통해 행복한 사람이 되었기에 그 은혜를 갚아야 한다. 나를 돌아볼 때 부처님 아니었으면 존재가치조차 몰랐을 것이다. 불법(佛法)을 알고나서 부터 자신감을 갖게 되고 세상에 우뚝 설 용기와 신념을 지니게 됐다. 내가 왜 살아가며 내가 왜 호법(護法)인지를 알게 됐다. 그 은혜가 너무 크기 때문에 갚는 길은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 밖에 없다.”

스님 어깨 위에 올라선 그 많은 소임과 이곳저곳에서 나와달라는 청을 뿌리치지 않고 참석하는 것이 모두 당신을 변화시키고 세상의 중심에 서도록 한 불교, 부처님의 은혜를 갚기 위한 행보인 셈이다. 교육에 대한 스님의 열정은 끊이지 않는다. 내년 5월에는 영도 관내에 발원사 포교당 겸 교육과 참선 명상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서 교육에 매진할 계획이다. “일반인이나 재가신도들을 위한 교육 체계는 잘 갖춰져 있는데 우리사회 지식인들에게 더 깊고 넓은 불교를 전할 수 있는 전문기관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스님은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을 남겼다. “불교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동참하는 것이 승려의 의무이다. 부산에서 같이 활동하는 스님들은 정말 열정이 넘치고 순수한 마음을 가졌다. 나 역시 미력하나마 보태기 위해 이름이라고 걸쳐놓고 있다. 공심(公心)을 갖고 더 많은 분들이 불교 발전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부산=박부영 기자 chisan@ibulgyo.com

■ 호법스님은 …

 

1982년 직지사에서 녹원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1995년 구족계를 수지했다. 통도사 극락암 등과 태국의 명상지에서 간화선 정진과 위빠사나 수행을 했으며 2003년 제1회 대강백 각성스님 회상 통화전문강원을 졸업하면서 전강을 받았다. 공찰 주지는 한 차례도 맡지 않았다. 20여 년 전 고향인 부산으로 와서 오늘의 발원사를 일구었다. 부산에서 교육 포교에 매진하고 있다.

[불교신문3159호/2015년12월5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