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신도들의 퇴거 요청에 대한 입장 밝혀…공권력 투입 시도 중단도 촉구

민주노총이 한상균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거듭 요청했다. 경찰에 대해서도 공권력 투입 시도 중단을 강하게 촉구했다.

이상진 부위원장 등 민주노총 지도부는 오늘(11월30일) 오후5시40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조계사에서 벌어진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신변위협은 정권이 조계사를 압박해 벌어진 사건”이라며 “부처님의 뜻을 펴야 할 도량에서마저 인권을 무시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일부 조계사 신도들은 같은 날 오후2시 신도회 임원회의에 이어 조계사 관음전을 찾아 한상균 위원장을 면담하고 “한 위원장의 명예로운 자진 출두”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신도들은 “보름 동안 시간을 줬으면 충분한 것 아니냐. 밤 12시까지 조계사를 나가 자진 출두하라”고 주장하며 한 위원장의 퇴거를 시도하는 등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기자회견에서 “일부 신도분들이 한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하고 강제로 들어내려 했다니 당황스럽기 그지없다”며 “절박한 심정으로 한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조계사에 거듭 요청한다. 지금 이곳(조계사)엔 개인 한상균이 아니라, 노동개악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의 운명이 피신해있음을 알아주시길 호소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은 “부처님의 법당에 권력이 난입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품어주신 부처님의 뜻도 그러하리라 믿는다”며 “조계사에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은 독재적 오만이다. 민주노총은 경찰의 조계사 침탈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저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민주노총 긴급 기자회견문.

민주노총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거듭 호소합니다.
경찰은 침탈시도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박근혜 정권이 노동자에 대한 정치탄압 공안탄압 공포를 조장하고 있습니다. 백남기 농민 살인진압의 책임을 덮기 위한 폭력시위 여론몰이가 그것이고, 평화행진 보장을 요구했던 민중을 폭력세력으로 둔갑시킨 공안탄압이 그러합니다. 무차별 공안탄압으로 민주노총을 토벌한 후 쉬운 해고 비정규직 확산, 노동개악을 밀어붙인다는 것이 정권의 계산입니다. 최근의 공안정국은 모두 이러한 맥락 하에 기획되고 있습니다. 오늘 조계사에서 벌이진 한상균 위원장에 대한 신변위협 또한 정권이 조계사를 압박하여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부처님의 뜻을 펴야 할 도량에서마저 정권의 탄압과 편견 등 인권을 무시한 일들이 벌이지는 것에 민주노총은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포용은 사라지고 권력의 힘만이 절대가치가 된 세상에 다시금 절망합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다시금 희망에 대해 호소하고자 합니다. 불과 며칠 전에 민주노총 위원장의 신변보호 요청을 품어주신 조계사의 모습을 다시 떠올립니다.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오늘 일부 신도분들이 한 위원장의 퇴거를 요구하고 강제로 들어내려 했다니, 민주노총은 당황스럽기 그지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홀로 있던 한 위원장은 모든 옷이 찢기는 일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신변을 의탁한 처지에 나가달라는 신도분들의 의견을 들을 도리는 있습니다. 그러나 걸칠 옷 하나 내줄 수 없다는 야박함엔 서운한 마음과 안타까움을 가눌 수 없습니다.

민주노총은 절박한 심정으로 한 위원장의 신변보호를 조계사에 거듭 요청합니다. 민주노총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 있고 의무가 있다면 감내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닙니다.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위한 마음을 허락해주시길 바랍니다. 목 졸린 민주주의를 위한 저항, 쉬운 해고와 비정규직인 세상에서 신음할 노동자들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도록 허락해주시길 바랍니다. 거듭 강조하건데 지금 이곳엔 개인 한상균이 아니라, 노동개악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의 운명이 피신해있음을 알아주시길 호소 드립니다.

경찰에게 강력히 촉구합니다. 부처님의 법당에 권력이 난입하는 일만은 없어야 합니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품어주신 부처님의 뜻도 그러하리라 믿습니다. 이성을 상실한 공안탄압이 이미 선을 넘었습니다. 기어이 부처님의 앞마당까지 침범하고 노동자의 운명을 파괴할 생각입니까. 우리는 평화로운 집회를 원합니다. 헌법을 부정하는 집회 원천금지조치를 거두고 조계사의 중재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헌법 상 권리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이렇듯 ‘원천 금지’하는 행위는 위헌적 독재의 부활입니다. 조계사에 공권력의 폭력을 투입하는 것 또한 독재적 오만입니다. 민주노총은 경찰의 조계사 침탈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저항할 것이고, 총파업까지 불사할 것입니다. 다시 강조합니다. 저 관음전에는 위기에 처한 2천만 노동자의 운명이 피신에 있기 때문입니다.

2015년 11월3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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